[사설] 미국 금리 ‘자이언트스텝’, 한은의 부채 딜레마

입력 2022-06-17 05: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연 0.75∼1.00%에서 1.50∼1.75%로 한꺼번에 0.75%포인트(p)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했다. 1994년 11월 이후 28년 만이다. 지난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8.6%로 41년 만의 최고치를 보인 인플레이션 충격에 따른 것이다.

Fed는 앞으로도 몇차례 큰 폭의 금리인상을 예고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50%p 또는 0.75%p 인상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FOMC 위원들의 금리전망을 나타낸 점도표(dot plot)가 가리키는 올해말 기준금리 수준은 3.4%다. 7월 0.75%p, 9월 0.50%p, 11월과 12월 0.25%p 씩의 잇따른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시장은 내다본다.

우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도 빨라질 수밖에 없게 됐다. 현재 1.75%인 한국 금리와 미국의 차이가 사실상 없어졌다. 국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5월 5.4%였고 6월에는 6%대로 치솟을 가능성이 높은 심각한 상황이다. 한두 달 내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은 ‘금리 역전’이 현실화하고, 국내의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원화가치가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수입물가 부담이 커져 다시 소비자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인플레이션 파이터’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금리인상을 시사했다. 하반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가 있는 7월과, 또 8·10·11월에도 연속해서 금리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0.25%p씩 인상하는 ‘베이비스텝’으로는 연말까지 여전히 미국의 예상 금리수준보다 크게 낮다. 결국 한은도 최소한 7월 금통위에서 한번에 0.5%p를 올리는 ‘빅스텝’이 불가피하다는게 시장 전망이다. 이 경우 연말 기준금리가 3.0%에 도달한다.

문제는 이같은 금리인상이 막대한 가계부채의 폭탄이 터지는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1분기말 우리 가계부채는 1859조 원 규모이고 변동금리 조건이 75% 정도다. 금리가 1%p 오르면 이자부담만 연간 13조 원 이상 늘어난다. 가계 위기가 커지고 금융 부실의 후폭풍이 우려된다. 기업들의 채무상환 부담과 자금조달 비용도 급격히 상승해 실물경제 타격이 불보듯 뻔하다. 경기 후퇴와 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지금의 물가 폭등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 상승, 글로벌 공급망 교란 등 주로 공급 측면에서 기인한다. 금리인상으로 물가를 잡는 효과가 제한적이고, 오히려 경기 침체만 가속화할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한은의 딜레마적 상황이다. 가계부채의 위험, 또 경기 충격을 고려해 금리인상의 폭과 속도를 결정해야 한다. 한은의 신중한 상황 판단과 적기(適期)의 대처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비트코인, 10만 달러 못 넘어선 채 급락…투심 위축 [Bit코인]
  • 삼성전자, 반도체 쇄신 인사… 전영현 부회장 메모리 직접 챙긴다 [종합]
  • 서울 폭설로 도로 통제…북악산로ㆍ감청동길ㆍ인왕산길ㆍ감사원길
  • 단독 삼성화재, 반려동물 서비스 재시동 건다
  • 美ㆍ中 빅테크 거센 자본공세…설 자리 잃어가는 韓기업[韓 ICT, 진짜 위기다上]
  • 재산 갈등이 소송전으로 비화…남보다 못한 가족들 [서초동 MSG]
  • 트럼프 관세 위협에… 멕시코 간 우리 기업들, 대응책 고심
  • 韓 시장 노리는 BYD 씰·아토3·돌핀 만나보니…국내 모델 대항마 가능할까 [모빌리티]
  • 오늘의 상승종목

  • 11.27 13:14 실시간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29,500,000
    • -1.1%
    • 이더리움
    • 4,727,000
    • -0.67%
    • 비트코인 캐시
    • 693,000
    • +0.29%
    • 리플
    • 1,920
    • -4.14%
    • 솔라나
    • 323,900
    • -1.64%
    • 에이다
    • 1,347
    • +0.22%
    • 이오스
    • 1,100
    • -2.91%
    • 트론
    • 276
    • +0.36%
    • 스텔라루멘
    • 607
    • -12.16%
    • 비트코인에스브이
    • 92,250
    • -1.76%
    • 체인링크
    • 24,600
    • +1.53%
    • 샌드박스
    • 829
    • -9.3%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