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거] “터키즈 어떡해?” 터키 국호 변경에 ‘24만명’ 몰린 유튜브 채널

입력 2022-06-17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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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가 나라 이름을 ‘튀르키예’로 변경했습니다. 최근 유엔도 이를 승인하면서 튀르키예는 정식 국호가 됐습니다.

먼 나라 이웃 나라 소식에 “음 그렇구나”를 외치며 지나려던 찰나, 튀르키예가 한국 누리꾼들의 뇌리를 강타했습니다. 유튜브 채널 ‘스튜디오 와플’의 웹 예능 ‘터키즈 온 더 블럭’(터키즈) 때문입니다. ‘터키즈 온 더 블록’의 ‘터키즈’도 튀르키예를 바탕으로 ‘튀르키예즈’로 바뀌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된 것이죠.

갑자기 ‘튀르키예즈 온 더 블록’이라니. 우스갯소리라 여기며 가볍게 여긴 상황은 일파만파 번져나갔습니다. 생각보다 훨씬 많은 터키즈 구독자들이 이름 변경에 관심을 가졌기 때문인데요. 흥미로운 상황에 일명 ‘과몰입’한 누리꾼들 덕분에 유튜브 채널 ‘스튜디오 와플’에는 이름을 정말 변경하느냐는 댓글이 쏟아졌습니다.

결국 국제 이슈의 중심(?)에 선 터키즈 제작진들은 중대 결정을 내립니다. 바로 프로그램명 변경에 대한 공개 투표를 진행하기로 한 겁니다.

10일 제작진들은 유튜브 채널 커뮤니티에 “심란한 마음에 이렇게 글을 올린다”며 운을 뗐습니다. 그러면서 “터키의 국호가 튀르키예로 변경되자마자 저희 댓글 창에 올라온 수많은 댓글을 보았다”며 관련 댓글을 공유했습니다.

이들은 “저희도 몇 날 며칠 머리를 싸매고 거듭 회의를 진행했지만, 결국 프로그램명 변경에 대한 해답을 찾지 못했다”며 “바꿔도 문제, 안 바꿔도 문제. 이에 저희는 큰 혼란에 휩싸였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래서 여러분의 의견을 투표로 받고자 한다”며 “어떤 결과가 나오든 저희는 여러분의 의견에 따르겠다”고 전했습니다.

이처럼 웃자고 한 얘기를 진지하게 받아들인 제작진의 태도에 누리꾼은 또 한 번 열광합니다. “이건 찐이다”, “광기의 현장”이라며 ‘터키즈 이름 변경’ 투표 현황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확산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공개 투표가 채널에 올라온 지 일주일째인 16일 기준 투표 참여자는 무려 25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심지어 이 중 70%가 넘는 누리꾼이 기존 프로그램명인 ‘터키즈 온 더 블럭’이 아닌 ‘튀르키예즈 온 더 블럭’에 찬성해 더욱 화제가 됐죠.

지금도 ‘튀르키예즈 온 더 블록’으로 프로그램명이 바뀐 후를 상상하는 댓글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누리꾼들은 터키즈 진행을 맡은 이용진을 일종의 ‘밈’처럼 활용하기도 합니다. “이용진이 깐족거리는 거 상상만 해도 웃기다”, “터~~~~퀴즈? 못하고 이제 튀르~~~키예즈? 할 거 생각하니까 벌써 킹받는다”는 반응이 쇄도하고 있습니다.

물론 터키즈는 프로그램 이름일 뿐, 튀르키예와 별다른 연관성이 없습니다. 그러니 반드시 이름을 변경할 필요가 없기는 하죠.

다만 이번 이슈로 소통하고자 하는 터키즈 제작진을 칭찬하는 목소리도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다짜고짜 ‘튀르키예즈’로 이름을 바꾸자고 댓글을 단 누리꾼들의 의견에 즉각 반응해주며 재치 있게 넘어간 방식이 마음에 든다는 것입니다. 특히 요즘 누리꾼들은 사소한 이슈도 구독자나 시청자들과 소통하는 콘텐츠를 선호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겠죠.

또 이번 이슈가 유튜브의 순기능이라고 평가하는 누리꾼들도 있습니다. 변경된 터키 국호가 다소 낯선 탓에 어려운 시사용어처럼 느껴질 수 있는데, 터키즈 제작진들의 투표를 통해 튀르키예라는 말을 대중들이 자연스레 습득했다는 것입니다.

터키는 동음의 영어 단어 ‘터키(turkey)’가 칠면조를 가리키는 데다 겁쟁이, 패배자 등을 뜻하는 속어로 사용돼 ‘터키인의 땅’을 의미하는 튀르키예로 국호를 변경하는 것으로 알려지는데요. 터키즈 이슈로 이 같은 국호 변경 이유에 관심 두는 누리꾼도 적지 않습니다.

실제 “국호 바뀐 거 어려웠는데 (터키즈) 덕분에 사람들 금방 외울 것 같다”, “튀르키예 국민이 부정적인 뜻이 있는 국호를 바꾸고 싶어서 바꾼 만큼 우리도 그 뜻을 존중해야 한다”는 등의 댓글도 볼 수 있었습니다.

한편 온라인 투표가 ‘대참사’를 불러일으킨 사례는 과거에도 다수 있었습니다.

국내에선 2004년 ‘첵스 파맛’ 사건이 시초라 할 수 있습니다. 당시 농심 켈로그는 첵스초코 제품 홍보를 위해 ‘첵스 초코나라 대통령 선거’ 이벤트를 열었습니다.

이는 ‘첵스 초코’와 ‘첵스 파맛’ 중 표를 더 많이 얻어 당선되는 제품을 실제 출시하겠다는 계획이었는데요. 첵스 초코를 출시하려던 켈로그의 의도와는 달리 누리꾼들의 장난성 투표로 ‘첵스 파맛’이 표를 잔뜩 얻으면서 화제가 됐습니다.

이후 켈로그의 개입으로 ‘첵스 초코’가 당선돼 일명 ‘부정 선거’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죠. 결국, 2020년에는 ‘첵스 파맛’이 한정판으로 출시돼 품절 사태를 빚기도 했습니다.

해외에선 2010년 저스틴 비버의 ‘월드 투어 공연 사건’이 대표적 온라인 투표의 ‘대참사’ 사례로 꼽힙니다.

당시 저스틴 비버는 월드투어 공연 국가를 공개 투표해 1위로 뽑힌 곳을 투어 국가에 포함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문제는 북한이었습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저스틴 비버를 북한으로’라는 문구를 내걸고 누리꾼들이 몰표를 던져 북한이 1위를 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저스틴 비버가 북한 공연을 허가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누리꾼들의 짓궂은 장난으로 저스틴 비버의 공연은 홍보 효과를 얻기도 했습니다. 난감하지만 한편으론 긍정적인 효과도 얻은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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