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임금피크제' 무효 vs 유효…법원 판단 왜 달랐나

입력 2022-06-17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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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노사 합의로 도입된 임금피크제를 무효로 판단한 대법원 첫 판결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KT 전·현직 근로자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은 KT의 임금피크제 도입이 문제 없다는 판단을 내놨습니다. 어떤 차이가 있는지 짚어봤습니다.

우선 대법원은 “사업주가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경우 무효인지 여부는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와 적정성,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 본래 목적을 위해 사용됐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정년 연장'이 핵심…"정년연장 자체가 임금 삭감에 대응하는 가장 중요한 보상"

두 사건에서 가장 큰 차이는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인지,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인지 입니다.

대법원에서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준 사건에서는 회사가 정년을 유지했습니다. 당시 전자부품연구원은 노조 합의를 거쳐 정년을 61세로 유지하면서 55세 이상 근로자들의 임금을 감액하는 내용의 임금피크제를 도입했죠. 대법원은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근로자들의 임금이 일시에 대폭 하락하는 불이익을 입고, 업무감축 등 적정한 대상조치가 강구되지 않는 등 연령차별에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반면 KT는 정년 연장과 함께 임금피크제를 도입했습니다. 재판부 "정년 연장과 임금체계 개편은 전체·종합적으로 봐야지 별도로 분리해서 볼 수 없다"면서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오히려 정년이 연장되면서 ‘임금 총액’ 면에서 임금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었다고 봤습니다.

업무 강도는 줄지 않았지만 재판부는 “정년연장에 연계해 임금피크제가 실시된 사안에 있어서는 정년연장 자체가 임금 삭감에 대응하는 가장 중요한 보상이고, 연장된 근로기간에 대해 지급되는 임금이 감액된 인건비의 가장 중요한 사용처라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때문에 고령자고용법에 어긋나는 ‘합리적인 이유 없는 연령차별’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겁니다.

경영 사정도 판단 갈라…KT, 당시 적자 행진

회사 경영 상태도 판단을 갈랐습니다. 대법원 사건은 도입 목적인 ‘인건비 부담 완화 등 경영성과 제고’가 55세 이상 직원들만을 대상으로 한 임금 삭감 조치를 정당화할 만한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KT는 임금피크제 도입 당시인 2014년 영업손실 7194억 원, 당기순손실 1조1419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경영사정이 매년 악화하고 있는 상태였죠. 회사에 근무하던 직원 3만2000여 명 중 15년 이상 근무한 직원 수는 2만3000여 명이었습니다. 법원은 KT의 인력구조와 경영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정년연장에 대응해 임금피크제 등을 실시함으로써 인건비를 절감할 절박한 필요가 있다고 봤습니다.

다만 이번 판결 이후에도 임금피크제를 둘러싼 법정 싸움은 치열할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대법원은 임금피크제 효력에 관한 판단기준을 최초로 제시하면서도 다른 사건이나 각 기업에서 적용 중인 임금피크제가 무효인지는 개별 사안에 따라 다르게 판단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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