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잔치는 끝났다…과시욕·열광·낙관론 모두 쇠퇴

입력 2022-06-19 15:54 수정 2022-06-19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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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가상자산 시총 3분의 2 증발...1조 달러 밑으로
“탐욕이 지속 불가능한 사업모델·상품으로 이어져”
현재 ‘가상자산 겨울’ 이전과 다르다는 우려 고조
업계, 시장 연쇄 붕괴 우려에 ‘바퀴벌레 이론’ 부상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가상자산 가격이 하루 만에 10% 폭락하면서 시장이 그야말로 패닉에 빠졌다. 지난해 11월 6만7802달러로 사상 최고가를 찍었던 비트코인은 고점 대비 70% 넘게 폭락했다. 그 사이 전체 가상시장 시가총액은 2조 달러 이상 증발했다. 지난해 11월 고점 당시 3조 달러(약 3885조 원)에 육박했던 점을 감안하면 시총의 3분의 2가 사라졌다는 이야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시간) 그간 가상자산 시장의 고공행진을 견인했던 3대 요소인 과시욕과 열광, 낙관론이 모두 쇠퇴했다면서 “가상자산 잔치는 끝났다”고 분석했다.

가상자산 시장은 최근 몇 년간 금융시장의 대세로 자리매김해왔다. 월가 대표 은행인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가상자산 관련 펀드 투자 옵션 제공 계획을 앞다퉈 내놨다. 농구스타 르브론 제임스나 할리우드 유명 배우 맷 데이먼 등이 가상자산 관련 TV 광고에 등장했으며, 미국 유명 농구경기장인 스테이플센터 이름은 ‘크립토닷컴아레나’로 바뀔 정도로 위상은 날로 높아졌다.

여기에는 가상자산이 미래 금융 생태계를 구축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낙관론과 열광, 믿음이 있었다. 일론 머스크, 앨런 하워드, 캐시 우드, 피터 틸 등 유명 투자자들이 직접 가상자산에 투자한 사실을 공개한 것도 투자 열기를 부채질했다.

하지만 ‘디지털 금’으로 불리며 인플레이션 헤지수단으로 손꼽혔던 비트코인이 경기침체 우려로 휘청이자 이러한 믿음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난 13일엔 코인 담보대출 업체 셀시어스가 투자자에게 돌려줘야 할 지급준비금 부족 사태를 겪으면서 자산 출금을 중단했고, 암호화폐 헤지펀드 쓰리애로우캐피털(3AC)은 최근 마진콜(증거금 추가 납부 요구)에 대응하지 못해 4억 달러 규모의 담보 코인을 청산 당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정리해고가 이어지고 있다. 코인베이스는 전체 인력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직원을 해고하기로 했고, 제미니와 블록파이, 크립토닷컴 등 가상자산 관련 업체들이 줄줄이 직원 감원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겨울’이라고 지칭하는 불황이 낯설지 않다는 분위기이지만, 상당수 투자자와 업계 종사자들은 현재 시장 상황이 이전 불황보다 더 심각할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재 ‘가상자산 겨울’이 이전 추락기인 2018년과는 다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세계 경제 전반이 흔들리고 물가가 치솟으면서 스태그플레이션 불안이 커지고 있는 것이 4년 전 거시경제 상황과 확연히 다르다는 것이다. 특히 과거 세계 각국의 저금리 기조로 만들어진 유동성에 힘입어 시장을 견인했던 기술주와 가상자산이 동반 추락하고 있다는 점이 우려를 키우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업계에서 ‘바퀴벌레 이론’이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바퀴벌레 이론은 부엌에서 바퀴벌레(문제) 한 마리를 발견했다면, 냉장고나 세면대 아래에는 더 많은 바퀴벌레가 숨어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이미 시장에서는 가상자산을 담보로 한 각종 파생상품이나 펀드의 연쇄 붕괴 위험도 거론되고 있다.

갤럭시디지털홀딩스의 리서치 책임자 알렉스 손은 “전체 자산군에 걸쳐 엄청난 오만함이 쌓이게 됐고, 그로 인해 많은 탐욕과 지속 불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 생겨났다. 이것들이 가상자산 시장에 많은 영향력을 행사했다”면서 “상당수의 가상자산 관련 펀드가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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