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영의 경제 바로 보기] 물가, 종합적인 안정대책이 필요하다

입력 2022-06-21 05: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송현경제연구소장

5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전년 대비 8.6%로 198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의 소비자물가도 같은 기간 5.4% 올랐다. 저물가에 장기간 익숙해서인지 작년 이맘때만 해도 물가 오름세가 이렇게 확산되리라고 예상한 경제학자는 별로 없었다. 세계 최고 경제 전문가들이 있다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Fed)조차도 물가상승은 일시적일 것이라고 이야기하였고 안이하게 대처했다. 경제학자들은 지난 일 분석은 꽤 잘하지만, 미래 예측 능력에서는 일반인과 별 차이가 없다는 말이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물가는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먼저 공급 측면을 살펴보자.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갈등, 코로나 팬데믹 시기의 투자부진과 인력감축으로 에너지와 식량뿐 아니라 공산품까지 공급 부족이 예상보다 크게 발생하였다. 수요는 코로나 팬데믹 대처를 위한 확대 재정과 초저금리 정책으로 기조적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수요와 공급 양쪽 모두에서 물가상승 압력이 강하게 지속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일시적일 것으로 보이던 공급 애로가 장기화되면서 상승요인이 없는 상품도 분위기에 편승하여 덩달아 가격이 오르고, 늘어난 수요압력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물가상승에 따른 실질소득 감소를 벌충하기 위한 임금인상 요구도 나오고 있다. 이렇게 인플레 기대심리가 확산되고 있어 과거의 물가안정 기조로 되돌아가기가 쉽지 않게 된 것이다.

물가상승은 소비와 투자, 수출경쟁력 등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다 분배구조를 악화시키고, 실물자산이 많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중산층 이하 다수의 경제적 삶을 어렵게 만든다. 잘못하면 과거 남미국가들처럼 초인플레이션으로 발전하여 심각한 경제위기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중요한 파급 경로 두 가지만 살펴보자. 물가상승은 실질소득 감소를 통해 소비위축을 초래한다. 이 효과는 미국 대형 유통업체의 매출과 수익 등을 볼 때 이미 나타나고 있는 듯하다. 다음은 물가안정을 위해 중앙은행들이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고, 이는 소비와 투자, 주식과 부동산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특히 그간 경제 주체들이 오랫동안 제로금리의 달콤함에 빠져 금리가 정상화되면 충격은 클 것이다. 미국은 빅스텝, 자이언트스텝 등의 이름으로 금리를 빠르게 올리고 있다.

앞으로 경기침체가 크게 오기 전에 물가가 안정되고,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상이 멈추면 다행이지만 그럴 가능성이 점점 적어지는 듯하다. 중앙은행들의 대응이 선제적이어야 하는데 늦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머뭇거리면 물가상승이 만성화되어 엄청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단계에 이른 듯하다. 어떻게 하면 물가를 빨리 안정시킬 수 있을까? 미국은 시장원리가 상대적으로 잘 작동되는 경제이기 때문에 빠른 금리인상과 관세 인하 등으로 대처하면 물가가 안정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한국은 상황이 다르고 어렵다. 한국의 지수 물가상승률이 미국보다 낮은 것은 집값이 소비자물가에 포함되지 않고, 석유류와 곡물 등의 국내가격이 비싸 국제가격 상승분이 천천히 반영되기 때문이다. 이는 해외의 물가상승 요인이 보다 장기에 걸쳐 영향을 준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여기에다 한국의 과도한 가계부채와 중앙은행의 독립성 부족 등을 감안할 때 금리인상에 한계가 있을 수 있고, 우리가 통제하기 어려운 환율이 물가에 계속 상승 압력을 줄 가능성도 있다.

한국의 물가안정 대책은 미국과는 달라야 한다. 일차적으로는 금리인상을 가능한 한 빠르게 해야겠지만, 보다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정부는 말이 아닌 진짜 비상시국으로 보고, 경제 주체 간에 고통을 분담하고 한국경제의 고비용 구조를 개선하는 장단기 물가대책을 제시하여야 한다. 경제는 심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는 정책만으로도 물가안정 효과를 어느 정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많이 가진 사람이 양보하는 정책이 포함되어야 반발도 적고 당위성이 있다. 구체적인 정책대안 몇 가지를 살펴보자.

지하철, 버스 등 공공요금의 동결 또는 인하이다. 지하철공사나 버스회사의 비용절감 노력과 재정지원 확대가 동시에 이루어지면 가능할 것이다. 통신요금과 금융기관 수수료 인하도 필요하다. 통신사와 금융기관은 독과점 상태로 많은 수익을 내고 임직원 보수가 아주 높기 때문이다. 공무원과 공기업의 고위직 임금의 삭감과 재정의 엄격한 운영도 필요하다. 한국은 비싼 부동산 가격으로 인해 임대료가 높은 나라이다. 임대료가 안정되어야 소상공인들도 가격인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임대료를 동결하는 건물주는 세제 혜택, 과다 인상 건물주는 세무조사, 둘을 병행하면 효과가 있을 것이다.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과 자급률 제고 정책은 장기과제이겠지만 꼭 해야 한다. 식량자급률을 높이는 것은 물가안정은 물론 안보와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찾아보면 많은 정책이 있다. 물가안정은 윤석열 정부 경제운용의 첫 번째 시험대가 될 듯하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신라면·빼빼로·불닭까지...뉴욕은 지금 K푸드 앓이중[가보니(영상)]
  • 수험생 정시 입결 활용 시 “3개년 경쟁률·충원율 살펴보세요”
  • 트럼프, 2기 재무장관에 헤지펀드 CEO 베센트 지명
  • 송승헌ㆍ박지현, 밀실서 이뤄지는 파격 만남…영화 '히든페이스' [시네마천국]
  • 강원도의 맛과 멋을 모두 느낄 수 있는 '단단단 페스티벌' 外[주말N축제]
  • 野, 오늘 4차 주말집회…‘파란 옷, 깃발 금지' 먹힐까
  • '위해제품 속출' 해외직구…소비자 주의사항은?
  • “한국서 느끼는 유럽 정취” 롯데 초대형 크리스마스마켓 [가보니]
  • 오늘의 상승종목

  • 11.22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36,000,000
    • -1.67%
    • 이더리움
    • 4,610,000
    • -2.19%
    • 비트코인 캐시
    • 741,000
    • +7.24%
    • 리플
    • 2,146
    • +9.77%
    • 솔라나
    • 357,000
    • -1.41%
    • 에이다
    • 1,508
    • +22.5%
    • 이오스
    • 1,063
    • +9.14%
    • 트론
    • 289
    • +3.58%
    • 스텔라루멘
    • 608
    • +53.92%
    • 비트코인에스브이
    • 100,300
    • +5.19%
    • 체인링크
    • 23,280
    • +8.94%
    • 샌드박스
    • 544
    • +9.46%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