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말문 닫은 223명의 삼성전자 주주들

입력 2009-03-13 16:50 수정 2009-03-13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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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우 부회장의 안건 설명이 끝나기가 무섭게 마이크를 달라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주주들이 경영진을 향해 묻고 싶은 말이 많은 듯 다급한 목소리였다.

하지만 발언권을 얻은 주주들 대부분은 “의장의 설명에 공감한다. 전원 박수로 안건을 통과시키자”는 요지의 말을 했을 뿐이다. 안건 상정에 대한 설명을 제외하고 3개의 주요 안건 토의에 걸린 시간은 불과 20분 남짓에 불과했다.

그나마 한 주주가 “영업외 비용이 4조 이상 나온 배경과 이사 보수한도가 200억원 이상 늘어난 이유”에 대해 질의하는 바람에 토의 시간이 길어졌다.

주주의 질의에 이윤우 부회장은 “환율 변동에 따른 환차손이 영업외 비용 증가의 주 배경”이고 “퇴직 충당금이 늘어난 것이지 이사들의 보수를 높인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13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빌딩 다목적 홀에서 열린 삼성전자 40기 정기주주총회는 1시간 10여분 만에 ‘깔끔하게’ 마무리됐다.

이날 주요 안건은 40기 재무제표 승인, 사내외 이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 3건이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분기사상 첫 적자를 기록하는 등 이변이 있었지만 주주들은 대응전략에 대해 꼼꼼히 따지지는 않았다.

이 부회장은 “갑작스런 글로벌 경기침체의 영향”을 서너 차례 언급했고, 발언권을 얻은 주주들도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공감대가 이미 형성된 듯 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주주들 앞에서 구체적인 올해 매출 목표 등을 밝히지 못했다. “시장성장률 이상의 매출성장을 달성 할 것”과 “최소한 흑자경영을 이룰 것”이라고만 밝혔을 뿐이다. 그만큼 삼성전자를 둘러싼 경영환경이 불투명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날 주총에 참석한 주주들은 흑자경영을 ‘어떤 방법으로’ 이룰 것인지에 대해서도 딱히 궁금해 하지 않았다. 앞서 경영진의 “원가 및 경쟁력 우위를 통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설명이면 충분하다고 본 것일까.

주식회사에서 주주는 기업의 소유자이고 최고의사결정 기관인 주주총회를 구성하는 구성원이다. 총회에서 주주는 1주에 대해 1개의 의결권리만 가진 것이 아니라 ‘질문할 권리’도 갖고 있다. 물론 이날 삼성전자 주총에서처럼 안건 상정에 대한 ‘동의 제청권’도 주주의 권리다.

이날 삼성전자 주총에 참석한 주주는 모두 224명이다. 한 명을 제외한 주총 참석 주주들은 오늘 ‘질문할 권리’ 보다는 ‘의결권’만을 행사했다. 삼성전자는 주주들에게 오는 4월13일 한국예탁결제원을 통해 모두 7350여억원의 주주배당을 지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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