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지금] 중국 전기차는 한국에 위협이 될까?

입력 2022-06-22 05: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최의현 영남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

첨단제품이지만 단순하다. 언뜻 모순돼 보여도 전기자동차를 명쾌하게 설명하는 표현이다. 전기차는 내연기관 자동차에 이은 차세대 자동차로 21세기의 첨단기술이 녹아 있고, 기술적으로도 아직 보완될 부분이 남아 있다. 하지만 배터리에 의존하는 전기차의 동력기관은 내연기관의 그것보다 훨씬 단순하기에 신생 기업이 쉽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

중국 정부가 일찍이 전기차를 전략산업으로 선택한 것은 현 상황에서 보면 꽤 괜찮은 선택이었다. 중국이 내연기관 자동차에서의 경쟁력을 선진국 수준까지 올리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고, 전기차는 기대 이상의 빠른 속도로 내연기관을 대체하고 있다. 외국 브랜드가 장악하던 중국 자동차 시장은 정부의 다양한 유인책에 힘입어 로컬 브랜드의 전기차가 점유율을 높여가는 형국이다. 다수의 로컬 브랜드가 경쟁하는 상황은 중국 전기차 발전에 분명히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지난해 중국은 전 세계 전기차 수출의 60%에 해당하는 50만 대를 수출했다. 독일과 한국의 수출이 각각 23만 대와 15만 대로 그 뒤를 이었으니 그 규모가 상당함을 알 수 있다. 중국이 전 세계에서 전기차를 가장 많이 생산하고 판매하는 나라이기는 하지만, 수출 1위는 이와는 다른 반향을 일으킨다. 스마트폰처럼 전기차에서도 중국 제품이 자국 시장에서의 우위를 바탕으로 전 세계로 퍼지는 날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과거 중국 시장을 장악했던 한국 스마트폰이 이제 중국에서는 존재감마저 상실했고, 해외 시장에서 중국 제품과 힘든 경쟁을 펼치고 있는 현실이 아닌가.

중국 전기차의 잠재력을 분석하기 위해 먼저 최근의 수출 구조를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독일의 민간연구기관인 MERICS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전기차의 전체 수출 가운데 40% 정도가 유럽연합(EU)으로의 수출이었고, 이는 2020년에 비해 다섯 배나 늘어난 수치였다. 그런데 EU로 수출된 전기차의 49%는 중국에서 생산한 테슬라이고, 35%는 중국이 최대 주주인 볼보 계열의 자동차, 그리고 14%는 르노, 벤츠, BMW 등이 중국에서 생산한 전기차였다. 이렇게 미국과 유럽 브랜드가 중국에서 생산한 물량을 제외한 순수 중국 로컬 브랜드의 수출 비중은 2%, 4000대 수준에 불과했다. 유럽의 고민은 유럽 자동차를 중국에서 역수입하는 것이 유럽 경제에 어떤 부정적 영향을 줄지 또는 중국과의 무역적자는 얼마나 늘어날 것인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래서 그들은 중국산 전기차가 보조금 지급과 같은 부분에서 공정경쟁을 위배했는지를 꼼꼼히 살필 필요가 있다고 분석한다. 4000대에 불과한 로컬 브랜드는 아직 그들의 관심 대상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로컬 브랜드가 생산한 전기차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이들이 보유한 기술에 대해 분석해 보자. 필자는 최근 중국이 지난 20년간 출원한 전기차 국제특허(PCT)의 요약문을 빅데이터 분석기법으로 조사하였다. 그 결과 특허가 늘고 있는 기술 영역은 충전과 관련된 분야였고 배터리 제어, 차체와 같이 자동차의 핵심적인 기술 영역에서는 뚜렷한 기술적 성과를 보이지 못하였다. 게다가 이들 특허에는 주요 전기차 업체가 아니라 개인이 낱개로 출원한 특허들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었다. 로컬 전기차가 CATL로 대표되는 잘 만든 배터리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면서 가격경쟁력을 가장 큰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전기차 생산과 관련된 경쟁력 있는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가장 잘 만든 제품이 반드시 인기 있는 제품인 것도 아니다. 중국 제품의 최대 강점이 가성비, 싼 맛 아닌가. 유럽이나 미국과 같은 빅마켓이 아닌 어떤 지역에서의 수요는 중국 전기차에 잘 어울릴 수 있다. 그런 면에서 향후 동남아 전기차 시장에서 한국, 중국, 일본 자동차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원래 동남아 시장은 오랜 기간 일본 자동차의 독무대였다. 그런데 일본 업계는 상대적으로 전기차에 취약하고, 동남아 각국 정부는 자신들이 탈 전기차를 자국에서 생산하길 원한다. 한국과 중국 모두 일본의 약한 고리를 공략하면서 동남아 시장을 차지할 기회를 엿보려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잘 만든 전기차 모델 몇 개만으로 동남아에서 중국을 상대할 수 있을까. 중국은 동남아 시장에 수백만 원대의 저가 전기차부터 테슬라 수준의 고가격 차량까지 다양한 제품으로 물량 공세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화웨이, 오포, 비보, 샤오미 등등 다양한 중국 스마트폰이 동남아에서 한국 제품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중국이 잘 활용하는 카드가 마오쩌둥의 ‘농촌을 통한 도시 포위전략’이다. 자신이 유리한 지역에서 교두보를 마련한 후 점차 경쟁자의 핵심지역을 차지하겠다는 의도이다. 한국 자동차가 중국 시장에서는 중국 로컬 브랜드에 밀리고 있지만, 동남아에서는 그럴 수 없다. 아직은 우리가 유리하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트럼프 관세 위협에… 멕시코 간 우리 기업들, 대응책 고심
  • 韓 시장 노리는 BYD 씰·아토3·돌핀 만나보니…국내 모델 대항마 가능할까 [모빌리티]
  • 비트코인, 9.4만 선 일시 반납…“조정 기간, 매집 기회될 수도”
  • "팬분들 땜시 살았습니다!"…MVP 등극한 KIA 김도영, 수상 소감도 뭉클 [종합]
  • '혼외자 스캔들' 정우성, 일부러 광고 줄였나?…계약서 '그 조항' 뭐길래
  • 예상 밖 '이재명 무죄'에 당황한 與…'당게 논란' 더 큰 숙제로
  • 이동휘ㆍ정호연 9년 만에 결별…연예계 공식 커플, 이젠 동료로
  • 비행기 또 출발지연…맨날 늦는 항공사 어디 [데이터클립]
  • 오늘의 상승종목

  • 11.26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28,366,000
    • -3.15%
    • 이더리움
    • 4,658,000
    • -3.98%
    • 비트코인 캐시
    • 689,500
    • -1.99%
    • 리플
    • 1,978
    • -1.93%
    • 솔라나
    • 323,700
    • -2.94%
    • 에이다
    • 1,341
    • -2.69%
    • 이오스
    • 1,110
    • -2.37%
    • 트론
    • 271
    • -2.17%
    • 스텔라루멘
    • 632
    • -10.1%
    • 비트코인에스브이
    • 91,750
    • -3.01%
    • 체인링크
    • 24,170
    • -2.97%
    • 샌드박스
    • 862
    • -13.19%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