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 가족창업으로 극복하자

입력 2009-03-15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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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ㆍ주점 등 육체노동 많은 업종 유리

최근 창업시장에 가족창업이 증가하고 있다.

극심한 경기침체로 창업시장이 전반적으로 얼어붙은 가운데 늘어나는 가족 간 창업은 철저한 분업화와 가족이라는 믿음으로 똘똘 뭉쳐 불황을 극복하는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는 것.

최근 몇 년간 퇴직자 및 청년실업자 수 증가로 웬만한 가족은 실업자 한 두 명씩은 있는 현실도 가족창업이 늘어나는 이유로 풀이된다.

창업전문가들은 "가족창업은 창업비용 조달이 용이하고, 주인의식을 공유해 인건비 등을 줄임으로써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 주인의식 공유로 수익성 극대화

가족창업의 대표적 업종은 외식업이다. 외식업종은 창업자금이 많이 들고 육체적으로도 힘든 업종이기 때문에 가족 동업에 효과적이다.

또한 배달업종은 주방과 배달을 분담해 고객확보에 유리하고, 새벽까지 점포 문을 여는 주점의 경우 시간대별로 업무분담이 가능해 체력을 비축할 수 있어 좋다.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에서 레스토랑형 치킨호프전문점 '치킨매니아'를 운영하는 조병권(56)씨는 아내, 딸과 함께 창업, 인건비 등 비용 부담을 줄이며 39㎡ 점포에서 월 평균 1000만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인테리어 사업을 하다 경기 부진으로 폐업한 조씨는 소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는 아이템을 찾다가 치킨매니아를 선택했다.

하지만 50대 중반을 넘어선 나이에 외식업 운영에 초보라는 점 등 점포 운영에 대한 부담감이 많았다.

이에 조 씨는 딸 선아(28)씨에게 지원을 요청했고, 부모님께 힘이 되어 드리고 싶었던 선아씨는 회사를 퇴직하고 점포에 합류, 배달 아르바이트 한 명의 인건비를 추가하는 것만으로 무리 없이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경기도 평촌시 범계역 부근에 자연냉각 크림생맥주전문점 '플젠'을 창업한 한성혜(52)씨도 대표적인 가족창업 사례로 꼽힌다.

한 씨는 남편과 사별 후 가족 생계를 위해 창업전선에 뛰어들 결심을 했지만 전업주부가 그것도 요즘 같은 불경기에 창업한다는 것이 많이 두려웠다.

이 때 한 씨의 두 아들이 업종 선택에서부터 점포 입지 선정까지 한씨에게 더 없이 큰 힘이 돼주었다. 점포 오픈 후에는 큰아들은 카운터, 작은 아들은 홀을 담당하면서 전반적인 운영을 책임지고 있다.

◆ 창업비용 줄고 신뢰도 높아지고

창업 전문가들은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수익이 악화되는 점포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족창업의 가장 큰 매력은 인건비 절감"이라며 "또한 신뢰도는 높이고, 나홀로 창업의 부담감과 동업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퓨전요리주점 '마찌마찌' 모란점을 운영하는 홍우석(31)씨와 이형주(35)씨는 처남과 매형이 의기투합해 창업한 사례.

대학 시절부터 창업에 뜻을 두고 있던 홍씨는 졸업 직후 부모님을 설득해 창업자금을 지원받았지만 자신이 구상했던 창업을 하기에는 자금이 다소 부족했다.

홍씨는 부족한 자금과 점포 운영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해 매형에게 동업 형태로 창업할 것을 제안, 이 씨는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였고, 뜻을 맞춘 두 사람은 지난 2005년 3월 280㎡ 규모의 점포비 포함 총 2억7000만원을 들여 마찌마찌를 창업했다.

홍 씨와 이 씨는 창업비용과 함께 점포 운영도 절반씩 나눴다.

새벽 늦게까지 영업해야 하는 업종 특성을 고려, 이틀씩 점포를 운영하고 이틀을 쉬는 방식으로 분담하고 있는 것. 이러한 운영방식은 오히려 점포 매출에 플러스로 작용하고 있다.

처남 홍씨의 젊은 감각과 매형 이씨의 안정적인 점포 운영 능력이 조화를 이루면서, 인근 대학교의 20대 대학생부터 30∼40대 직장인 손님까지 폭넓은 고객 수요를 흡수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

또한 체력적인 부담도 덜 수 있어 손님들에게 더욱 친절한 서비스도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 외식ㆍ주점ㆍ편의점 등 유리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는 "가족창업을 위해서는 운영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업종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며 "보통 육체적으로 힘들고 노동력이 많이 들어가는 외식업이나 근무 시간이 길고 투자를 많이 해야 하는 주점업, 편의점, PC방 등이 가족이 함께 창업하기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이어 "하지만 개인의 능력이나 적성을 고려해 역할분담을 명확하게 하는 등 공사(公私) 구분을 잘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익 분배에 대한 원칙도 확실히 정해 두는 게 좋다. 특히 돈 문제는 민감한 것이기 때문에 대충 넘어가면 나중 불화의 불씨가 돼 가족 간 우애에 금이 갈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강 대표는 아울러 "운영상 문제점이나 감정상 문제가 발생하면 대화로써 푸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가족이라고 해서 잘못된 점이 있어도 말을 하지 않고 마음속에 담아 두면 오히려 더 큰 오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조언했다.

<사진설명>

최근 창업시장에 철저한 분업화와 가족이라는 믿음으로 똘똘 뭉쳐 불황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가족창업'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두 아들과 함께 경기도 성남시에서 생맥주전문점 '플젠'을 경영하고 있는 한성혜 씨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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