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의 활약으로 축구 열기가 뜨겁다. 올겨울에는 카타르 월드컵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더군다나 올해는 내 생애에 다시 보기 힘든 ‘월드컵 4강 진출 성취’를 이룬 지 20년이 되는 해이다. 다시 그때를 생각해 봐도 2002년은 가슴 뜨거운 한 해였고 국민 모두가 행복한 시간을 만끽한 시절이었다. 터키와의 3·4위 결정전이 치러진 그날 아침 우리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축제의 마지막을 즐길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킥오프의 휘슬이 불고 붉은 악마들이 열정적으로 응원을 시작할 즈음에 우리 서해 앞바다에서는 대한민국 해군과 북한군의 교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었다.
당시에는 어디 상상이나 했겠는가? 시청 앞 광장에서 젊음을 뽐내며 승리의 희열을 느끼는 젊은이들도 우리의 소중한 자식이며 서해상에서 북한군과 목숨을 걸고 전투를 하고 있는 청년도 우리의 아까운 청춘들이다.
이런 기막힌 내 조국의 아픔을 가감 없이 영화에 담아낸 ‘연평해전’은 사실 제작 초기에 오해를 사기도 했다. 보수 진영에서 짬짜미 투자를 받아 영화를 제작했다느니 그 뒷배에는 MB정권의 비자금이 들어갔다느니 하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그러나 낭설이었다. 투자 제작사는 영화 ‘변호인’을 만든 NEW이기도 했다.
당시 흥행에는 그리 성공하지 못했지만 지금 다시 봐도 감정이 과잉 노출되거나 국뽕에 취하지 않고 오히려 냉정을 유지하며 담담하게 우리 해군의 생활상과 여차하면 전시 상황으로 목숨을 잃을 수 있는 휴전 상태의 조국의 모습을 잘 그려내 주었다.
갑작스런 북한군의 기습으로 응전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해군에게는 몇 가지 교전 수칙이 있었다. ‘절대 먼저 발포하지 않는다’, ‘적들이 북방한계선을 넘어오면 선제공격을 하지 말고 일단 NLL(북방한계선) 밖으로 밀어낸다.’ 우리 측 사상자가 많았던 이유도 이런 수칙을 준수했기 때문이다.
영화는 청각장애 어머니를 둔 박동혁 의무병(이현우 분)과 해군 간부를 아버지로 둔 참수리 함정의 함장 유영하 대위(김무열 분), 그리고 갓 결혼한 조타수 한상국 하사(진구 분)의 사연이 월드컵 분위기 고조와 함께 교차 편집된다.
나에게 흔히들 묻는다. “당신은 좌파냐 우파냐?” 나는 그저 “기분파”라며 농담으로 받아넘기지만 내 나라를 지키는 데는 진보도 보수도 따로 없다.
박준영 크로스컬처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