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인위적 공적자금 투입에 대한 엇갈린 시각

입력 2009-03-16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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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 불확실성 해소 및 시스템 안정 vs 은행권 손실 확대 우려 및 주주가치 하락

정부가 국내 금융기관의 건전성 제고를 위해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부친 가운데 구조조정기금과 금융안정기금 설치를 발표했다.

전날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이번주 중으로 구조조정기금 설립을 골자로 한 자산관리공사(캠코)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부실채권을 조속히 매입ㆍ정리해 금융기관의 건전 경영을 유도하기 캠코내 구조조정기금을 약 40조원 한도로 설치 및 운영하기 위해서다.

금융위는 또 금융안정기금을 조성해 국제결제은행 BIS 비율 8% 이상 은행을 비롯해 금융지주회사, 여신전문회사와 같은 건전한 금융회사에도 자금 투입이 가능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키로 결정했다.

정부는 따라서 오는 4월 임시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 5월부터 기금 투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 기금의 재원은 정부보증 기금채권 발행 등을 통해 조성하고 기금의 지원은 금융기관의 신청을 받아 결정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같은 구조조정기금과 금융안정기금을 바라보는 시각에 있어 다소 온도차를 드러냈다.

먼저 구조조정기금의 경우 국내 금융기관의 자산 건전성 회복 및 이를 바라보는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나 이 과정에서의 은행권 손실 확대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부정적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정부의 이번 구조조정기금은 사실상 과거 부실채권정리기금과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다만, 부실채권 정리기금의 경우 정부 보증채권과 산업은행 융자, 금융기관출연금 등으로 조성된 반면 구조조정기금은 전액 정부 보증채권을 발행해 조달한다는 점이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시중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권 구조조정기금으로 은행 부실채권을 인수할 경우 은행 자산이 클린화되고 불확실성이 해소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히 긍정적이나 자산 매입가격에 따라 은행 자본 감소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는 부실자산을 과도하게 할인해 매입할 경우 매각손 처리로 인해 은행 손실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

이 관계자는 "특히,자본이 취약한 은행의 경우 치명적일 수 있다"며 " 구조조정기금은 부실채권정리기금과 달리 기금 운용후 잔여 재산이 정부에 귀속되기 때문에 회수율이 100%를 넘어도 이익금을 배분받지 못하기 때문에 매입가격에 따라 손실이 최종 확정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참고로 과거 부실채권정리기금이 매입한 가격은 대체적으로 원금대비 약 8~10%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고 담보여신조차도 원금대비 약 40~50%에 불과한 수준이었다.

금융안정기금의 조성 역시 금융기관 파산위험의 감소 및 시장 시스템의 안정이라는 순기능과 정책적 역할 강조에 따른 은행 주주가치의 저하라는 역기능이 팽팽이 맞섰다.

정부가 규제비율인 BIS 비율 8%를 넘는 '정상' 금융기관에도 선제적인 자본확충이 가능하도록 금융안정기금을 설치하는 것은 차후 상황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자 여러 개의 안전장치를 준비해 두겠다는 것을 뜻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책에 대한 실효성 여부 논란에도 불구하고 일차적으로 은행권 파산위험 감소 및 금융 시스템 안정이라는 측면에서 사회 전체적으로는 긍정적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기존의 시중 은행 주주는 불안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간섭을 최소화한다고는 하나 기금이 투입되는 해당 은행은 사회적ㆍ정책적 역할 강조로 주주가치 저하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정부 지분 확대에 따른 상대적 비효율성이 나타날 여지가 높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무엇보다 외국인 투자자의 관련 은행의 지분 축소가 예상된다"며 "일례로 기업은행은 글로벌 금융경색 우려가 높아진 지난해 10월 이후 외국인 지분율이 무려 10.0%포인트 하락, 지분율이 51.9%로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최 연구원은 "이는 대손비용 증가에 따른 수익성 악화 우려 외에 정책 지원 역할을 수행할 수 밖에 없는 금융기관이라는 요인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추정되지만 정부의 이같은 자금 투여는 은행 주주들에게는 단기적으로 득보다 실이 더 많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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