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규제개혁은 선택 아닌 필수

입력 2022-06-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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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민 부국장 겸 산업부장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국제유가, 원자재, 곡물가가 급등하면서 당분간 고물가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환율도 1300원을 돌파하며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데다 실물경제 둔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스태그플레이션’(경제 불황 속 물가 상승) 위험이 실재한다고 경고한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라는 3고 악재가 한꺼번에 국내 경제를 덮치면서 정부와 금융당국도 한국 경제의 ‘복합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3고 현상이 지속되면 수출 제조기업들의 채산성이 급격히 악화할 수밖에 없어 재계는 생존을 위한 비상경영에 돌입하며 기업전략을 다시 짜고 있다.

그동안 미래 먹거리 마련을 위한 성장 위주의 기업전략을 짜던 재계가 생존 전략 점검에 나서고 있지만,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다는 것이 대기업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대기업 한 임원은 “그동안 기업들이 앓는 소리를 많이 했는데 지금은 분위기가 완전 다르다. 하반기부터 실물경제 둔화가 본격적으로 돌입할 것 같다”며 “이 같은 경기 침체가 몇 년간 지속될지 가능할 수 없어 비상경영을 짜고 있지만, 상황이 좋지 않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대기업 임원은 “글로벌 패권 경쟁 심화로 더는 독자 성장이 어려운 경영환경에 놓이면서 생존을 위해 최근 기업 간 합종연횡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그룹 총수의 사법 리스크는 대형 M&A(인수·합병)나 대규모 투자에 걸림돌이 되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얘기했다.

그동안 경제단체장들이 윤석열 정부에 기업 규제 완화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기업인에 대한 사면·복권을 여러 차례 건의한 것도 전례 없는 심각한 경영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최근 윤석열 정부가 법인세 최고세율을 22%로 낮추고 대대적인 기업 규제개혁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기업들은 정부의 규제개혁을 못 믿는 눈치다. 역대 정부들이 집권 초기마다 외친 규제개혁이 결국 용두사미에 그친 전철을 되풀이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규제 전봇대’, 박근혜 정부의 ‘손톱 밑 가시’, 문재인 정부의 ‘규제 샌드박스’ 등 거창한 구호는 많았지만 실제 기업이 체감하는 규제 완화는 없었다는 평가다. 규제를 완화한 것은 사실이지만 또 다른 새로운 규제가 신설돼 체감할 수 없다는 것이다.

관료사회의 철밥통 지키기와 소수 이해관계자의 격렬한 반대에 눈치 보는 정치권의 행태가 없어지지 않는 한 규제개혁은 쉽게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 재계의 말이다. 공무원의 규제 권력을 뺏지 않는 한, 정치권의 소수 이해관계자 눈치 보기 관행을 없애지 않는 한 어떤 정권이 들어와도 규제개혁은 어렵다.

기존 성장 위주의 정책에선 규제 개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더라도 기업만의 노력으로 세계 시장에서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미·중 경제 패권주의와 글로벌 공급망 무기화, 신보호무역주의 강화, 탄소중립 정책 강화 등 새로운 신통상 속에서 우리 수출기업이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선 규제 개혁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다시 말해 윤석열 정부의 규제개혁 실패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보다 더 심각한 경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정부가 윤석열 대통령이 외친 ‘기업 기 살리기’ 규제 개혁 의지가 있다면 이번 8·15 특별사면에 이재용 부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을 포함할 필요가 있다. 더는 정치 권력이 경제를 휘두르지 않도록 해 정권이 바뀔 때마다 되풀이되는 경제인 사면 이슈를 멈추는 것이 바로 규제개혁의 첫걸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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