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이코노미] 한은이 2연속 빅스텝을 고민하는 이유 ‘인플레이션’

입력 2022-06-28 09:45 수정 2022-06-2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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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최근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했습니다. 28년 만에 가장 큰 인상 폭입니다. 한국은행도 연말까지 최소 1.00% 포인트 더 올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죠.

중앙은행들이 실업률 증가, 경기침체 등 급격한 긴축 부작용을 감수하면서까지, 금리 인상을 서두르는 이유가 뭘까요.

바로 인플레이션 때문입니다.

인플레이션이란 통화량 증가로 화폐 가치가 하락하고, 물가가 전반적으로 꾸준히 오르는 경제현상입니다.

원인은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는데요. 먼저 총 수요가 증가하면서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한 나라 안에서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를 사려는 ‘총 수요’가 늘면서 물가를 끌어 올리는 거죠.

비용 인플레이션도 있는데요. 상품과 서비스 생산에 들어가는 비용이 늘면서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원자재 가격 인상이 상품과 서비스 가격을 끌어올리는 거죠. ‘부정적’ 인플레이션입니다.

마지막으로 기대 인플레이션은 임금 협상, 물건값 설정, 투자 결정 등 경제 주체들의 ‘주관적 전망’ 때문에 발생하는데요.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 때문에 소비를 앞당겨 실행하면서 총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겁니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소득 격차가 크게 벌어집니다. 월급은 제자린데 쓰는 돈만 늘어나니까요. 빈인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면서 사회가 불안정해지죠.

상품값이 비싸지니 수출도 잘 안됩니다. 중국산 등 값싼 수입 물품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큽니다.

또 화폐가치가 떨어지다보니 저축하려는 사람이 줄어듭니다. 은행 ‘곳간’이 비면서, 대출이 줄게 됩니다. 경제 성장을 가로막죠.

물가가 매월 50% 이상 뛰는 ‘초 인플레이션’은 역사를 바꿔놓기도 합니다. 중국의 총통을 지냈던 장개석(본명 장중정)이 1940년 대 발생한 ‘초 인플레이션’을 통제했다면, 공산주의 혁명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그렇게 됐다면 중국은 지금쯤 완전히 다른 사회가 됐을 거란 거죠.

얼마 전에도 ‘초 인플레이션’을 겪은 나라가 있습니다. 아프리카 남부의 짐바브웨입니다. 2008년 물가상승률이 2억3100만%에 달했는데요.

100억 짐바브웨달러를 내면 달걀 3개를 살 수 있었다고 하네요.

인플레이션을 잠재우려면 시중에 도는 돈을 줄이거나, 수요에 맞게 상품 공급을 늘리면 됩니다.

이처럼 명쾌한 공식이 있는데도, 각국의 정부가 머리를 싸매는 이유는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이 이보다 더 심각한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졌기 때문입니다.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생산 비용이 늘어 제품 가격이 오르는데, 기업 이익이 늘지 않는 거죠. ‘내 월급 빼고 다 올라’ 상황인 셈입니다.

가계에 돈이 없다 보니 소비는 줄게 되고, 기업은 제품이 안 팔리니 도산 위험에 빠지면서 해고자와 실업자가 늘어납니다.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최선은 강력한 긴축입니다.

1970년대 석유파동 당시 미국과 영국은 정부 지출을 줄이고 시장을 축소했습니다. 이후 기업이 파산하고 실업자가 급증하는 큰 고통을 겪었지만 결국엔 물가를 잡았습니다.

‘인플레이션 파이터’로 불린 폴 볼커 전 연방준비제도 의장과 함께 1980년대 경제 위기를 극복한 로널드 레이건은 “인플레이션은 노상강도처럼 폭력적이고, 무장강도처럼 무섭고, 저격수만큼 치명적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속에서 당분간 챙겨야 할 키워드는 ‘인플레이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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