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물가공포 vs 이자공포… 한은, 그래도 ‘물가’ 먼저다

입력 2022-06-2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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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골프연습장에서 음료 자판기에 1000원짜리 한 장을 집어넣었다. 평소처럼 항상 마시던 음료를 선택했지만, 제품이 나오질 않는다.

고장이 난 건가 봤는데, 무려 500원을 더 넣으란다. 1000원짜리 음료가 1500원으로 50%나 오른 것이다.

노량진 학원가 일대에서 ‘공시생’들의 가벼운 주머니를 달래 주던 컵밥 가격도 올해 처음으로 500원 인상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등으로 국제 곡물 가격이 오르면서 컵밥 재료 대부분이 가격이 훌쩍 뛴 탓이다.

고(故) 송해 씨가 다니던 서울 종로구 낙원동 송해길에 위치한 국밥집도 고물가 여파를 피해 가지 못했다. 이곳은 10년 동안 유지하던 2000원에서 2500원으로 최근 가격을 올렸다.

우리 생활 곳곳에서 물가 공포가 심상치 않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5.4% 올라 2008년 5월(5.6%) 이후 가장 높았는데, 이달은 더 뛰었을 가능성이 크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를 넘어서면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과 비슷한 수준이다.

우리나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로서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한국은행 최초로 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p)를 올리는 빅스텝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문제는 코로나 때문에 부채로 연명한 중소 상공인과 1900조 원에 달하는 부채를 가진 가계의 이자 공포다.

한은은 기준금리가 0.25%p 오를 때 가계 이자 부담은 연 3조2000억 원 증가하고, 차주당 연평균 16만1000원의 이자를 더 내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실제 사례를 한번 보자. 신용등급 3등급의 A씨는 2020년 6월 17일 연 2.69%에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4억7000만 원, 연 2.70%에 신용대출 1억 원 등 총 5억7000만 원을 은행에서 빌렸다.

당시 A씨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은 총 2554만6000원, 월 상환액은 212만9000원 정도였다. 2년 뒤 현재 주담대와 신용대출 금리는 각 3.61%, 4.41%로 높아졌다. 연 원리금 상환액은 2991만8223원으로 최초 대출 시점보다 17.1%, 월 납입액도 249만3194원으로 36만4365원 증가했다.

기준금리가 연말까지 추가로 1.0%포인트 오르고 이 상승분이 그대로 대출에 반영된다면 올해 12월에 적용되는 주담대 금리는 4.61%, 신용대출 금리는 5.41%에 이른다. 이 경우 연·월 상환액은 3394만7544원, 282만8962원으로 2년 반 전보다 32.9%(840만1591원, 70만133원) 불어난다.

최근 만난 한은 고위 관계자는 “물가 때문에 금리를 올리는 게 맞지만, 가계 빚이 많은 사람을 생각하면 쉽지 않은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쉽게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아마 빚이 없는 사람일 것”이라며 웃었다.

일각에선 지금처럼 공급측 요인이 크게 작용한 고물가 현상을 기준금리 인상으로 어느 정도 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이처럼 치솟는 물가를 내버려 둘 수도 없다. 한은 고위 관계자 역시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토로했다. 이래도 욕먹고 저래도 욕먹는 게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이라더니, 지금이 딱 그런 상황이다.

일단 급한 불은 꺼야 한다. 그와 동시에 저소득층과 취약계층 중심의 맞춤형 정책과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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