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속 부자감세하면서 노동자 임금인상은 자제…尹정부 이중잣대

입력 2022-06-29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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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마포구 경총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와 손경식 회장이 간담회장으로 걸어가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 28일 마포구 경총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와 손경식 회장이 간담회장으로 걸어가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임금 인상 자제” 추경호 부총리 발언 논란 확산
노동계 “노사 합의 사안에 정부 개입...使 날개 달아줘”
한덕수 총리 “물가 직접 통제 안 해”...경제팀과 엇박자?

고물가를 잡기 위한 윤석열 정부의 정책 기조에 대해 '이중잣대'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가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는 법인세, 보유세 인하로 대기업과 부유층에 혜택을 주는 반면에 직장인들의 임금 인상 자제를 요구하는 이중잣대를 보이고 있어서다. 고물가 고통을 서민에게 떠넘기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단과 만나 한 발언이 발단이 됐다. 추 부총리는 “과도한 임금 인상은 고물가 상황을 심화시킬 수 것 뿐만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를 더욱 확대할 수 있다”며 “경제의 어려움을 감안해 경영계에서는 과도한 임금인상을 자제해 생산성 향상 범위 내 적정 수준으로 인상해달라”고 말했다.

물가 상승에 맞춰 대기업을 필두로 기업들이 잇따라 임금을 올리면 물가가 더 뛰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게 추 부총리의 우려다. 틀린 말은 아니다. 시장 논리를 볼 때 기업들이 임금 상승분을 제품가격에 포함시키면 물가가 오르는 효과가 발생한다. 더욱이 이런 현상이 기대 인플레이션을 높여 임금 상승을 부추기고, 이로 인해 고물가 기조가 고착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정부는 물가 상승을 자극할 수 있는 감세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법인세 최고 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추고, 가업상속공제 요건 완화로 상속·증여세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여기에 재산세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을 2020년 수준으로 완화한다. 이러한 감세는 고물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보다는 대기업과 부유층에 혜택이 집중돼 있다. 감세 정책은 시중에 유동성을 풍부하게 해 물가를 자극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처럼 대기업, 부유층에 세금 혜택을 주고 물가안정을 위해 임금 인상 자제를 강조한 정부의 이중 잣대에 직장인들 사이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사원 김모씨는 “대기업·부유층을 위한 감세로 물가를 가중시켜 놓고 정작 ‘유리지갑’인 직장인의 임금 인상을 막아 고물가 고통을 서민들에게 떠넘기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비슷한 비판 글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노동계는 노사 합의 사안인 임금 부분을 정부가 개입하고 있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추 부총리의 ‘임금 인상 자제’ 발언에 대해 “자유주의와 시장경제가 중요하다며 민간 자율을 강조하는 정부가 왜 대기업 노사문제에 개입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노동계는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추 부총리의 발언이 임금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추 부총리의 임금 인상 자제 발언이 나온 날 한덕수 국무총리는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정부에서는 적어도 물가를 직접 통제하는 일은 시장경제나 자유 차원에서 봤을 때 하지 말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는 정부가 직ㆍ간접적으로 시장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추경호 경제팀의 논지와는 상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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