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블 가치 42% 껑충...러시아 ‘골칫거리’ 된 통화 강세

입력 2022-06-30 14:59 수정 2022-06-30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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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개 통화 중 가장 많이 올라
기준금리 올리고 자본통제
에너지 가격 급등 여파로 강세
세수 가치 깎아먹어 재정 타격

▲달러·루블 환율 추이. 29일(현지시간) 저점 53루블.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달러·루블 환율 추이. 29일(현지시간) 저점 53루블.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미국 달러 대비 러시아 루블 가치가 치솟고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 제재 여파로 폭락했던 루블은 러시아 당국의 개입과 에너지 판매 수익에 힘입어 반등했다. 그러나 이제 루블 강세가 러시아 경제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달러·루블 환율은 달러당 53루블까지 떨어졌다. 올해 달러 대비 루블 가치는 42% 뛰며 7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우존스 마켓데이터 분석 결과 루블은 56개 통화 가운데 달러 대비 절상률이 가장 높았다.

루블 가치는 3월 초만 해도 달러당 158루블까지 곤두박질쳤다. 2월 24일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이 강력한 대러 제재를 쏟아내면서 루블 가치는 폭락했다. 이후 러시아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9.5%에서 20%까지 끌어올리며 루블 가치 방어에 나섰고 자본 통제도 강화했다.

러시아 당국이 루블 가치를 떠받친 데다가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러시아 수출이 호황을 누리면서 루블은 강세로 돌아섰다. 2월 24일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100일간 러시아는 화석연료 수출로 980억 달러(약 128조 원)를 긁어모았다.

루블 가치가 석 달 만에 극적인 반전을 이뤘지만 루블 강세는 러시아 정부의 골칫거리로 변했다. 달러로 표시되는 원유와 가스 수출 대금의 가치도 감소하면서 러시아 재정에 타격을 입히고 있기 때문이다.

캐피털이코노믹스(CE)의 리암 피치 신흥시장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루블이 지나치게 강하다”며 “루블 가치가 석 달 전 대비 두 배가량 올라 루블 기준 원유와 가스 대금 세수가 절반 가까이 줄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공 재정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최근 러시아는 루블 가치를 낮추기 위해 기준금리를 다시 내리고 자본 통제를 완화하고 있다. 그러나 서방 제재로 러시아 중앙은행이 외환시장에 개입할 수 있는 길이 막혔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 이코노미스트들은 “해외에 예치된 러시아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에 대한 접근권 제한과 거래 제재로 러시아가 루블을 팔고 달러를 구매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이날 우호국 통화를 매수하는 계획을 내놨다. 달러와 유로 거래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우호국 통화를 사들여 루블 강세를 억제하겠다는 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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