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소비 1위 ‘베트남’ 홀려라…K라면, 4사 4색 전략

입력 2022-07-03 14:09 수정 2022-07-03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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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뚜기·팔도 현지화로 공략, 농심·삼양 매운맛으로 승부

오뚜기·팔도 현지 공장 설립…용량·가격 낮춘 현지화 상품 공략
한국 매운맛 좀 볼래? 농심·삼양, 신라면·불닭볶음면 오리지날로 승부

(사진제공=농심)
(사진제공=농심)

베트남이 한국을 제치고 1인당 라면 소비량 세계 1위에 오르면서 K라면 업체들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베트남 진출이 빨랐던 국내 라면 제조사들은 현지에 생산 시설을 마련해 주머니가 가벼운 현지 사정에 맞춰 가격대가 저렴한 상품을 출시하거나, 소용량 제품을 선보이는 등 현지화에 힘써왔다. 하지만, 최근 K팝과 K무비 등 한류 인기 상승으로 국내 상품 그대로를 판매하면서 한국산 제품임을 강조하는 분위기다.

3일 세계라면협회(WINA, World Instant Noodles Association)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의 연간 1인당 라면소비량은 87개로 1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는 연간 73개로 2위, 네팔이 55개로 3위다. 우리나라는 2020년까지 1인당 라면 소비량 세계 1위를 기록했지만, 높은 경제성장률로 구매력이 높아진 베트남에 선두 자리를 내줬다.

여기에 인구 수까지 반영한 라면 시장 규모로 보면 베트남은 2019년까지 연간 소비 54억 개 수준으로 5위를 유지하다, 2020년 70억 개로 치솟으며 3위 자리를 꿰찼다. 작년에는 86억 개로 규모가 더 커졌다. 글로벌 1~2위는 중국(440억 개)과 인도네시아(133억 개)가 차지했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여파에 2020년 41억 개로 반짝 올랐지만, 가장간편식(HMR)의 성장에 따라 지난해 38억 개로 하락해 8위에 자리했다.

베트남 라면 시장은 비나 에이스쿡(Vina Acecook)과 마산(Masan), 아시아푸드(Asia Food) 등 50여개에 달하는 현지 업체들이 시장의 약 70%를 차지하고, 30%는 외국 업체들이다. 해외 브랜드 중에서는 K라면이 전체의 약 55%이고, 중국이 약 20%로 2위다. 태국(13%)과 일본(9%)이 뒤를 잇고, 싱가포르와 대만, 말레이시아 등의 점유율은 1%가 채 되지 않는다.

▲오뚜기 베트남 박닌공장 (사진제=오뚜기)
▲오뚜기 베트남 박닌공장 (사진제=오뚜기)

베트남이 ‘핫’ 해지면서 국내 라면 업체들은 일찌감치 제품 소량화 등 현지화를 추진해 왔다. 우리나라 라면은 120~140g 내외인 반면 현지 라면은 80g 수준으로 차이가 있고, 가격도 300~400원 대인 현지 상품과 달리 국내 제품은 1000원이 훌쩍 넘어 고가 제품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라면업체 관계자는 “베트남의 구매력이 개선됐다고 하지만, 대졸 초임이 400달러 정도로 우리나라 라면 구매는 여전히 부담스러운 가격”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제조한 라면과 현지 생산 제품(120g) 및 미니 소용량 제품(80g) 등 오리지날과 현지화 등 투트랙 전략으로 현지 시장을 공략하는 대표 K라면 업체로 오뚜기가 꼽힌다. 이 회사는 2006년 베트남 법인을 세우고, 소스 위주로 사업을 벌이다가 2018년 6월 하노이 인근에 라면을 제조하는 박닌 공장을 세우며 베트남 시장에 본격 뛰어들었다. 박닌공장은 오뚜기의 유일한 해외 라면 생산시설이다.

(사진제공=오뚜기)
(사진제공=오뚜기)

실적은 좋다. 지난 2019년 277억 원이던 베트남 법인 매출은 이듬해 347억 원으로 25.3%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451억 원으로 전년대비 23.1% 상승했다. 다만 여기에는 라면과 함께 소스 매출이 포함된다. 4억 원이던 2019년 당기순익은 이듬해 11억 원으로 뛰었고, 지난해에는 16억 원으로 올랐다. 최근에는 주요 소비층으로 부상한 10~20대 공략을 위해 진짜장과 북경짜장 등 베트남 현지에서 판매하는 짜장라면 구매 고객을 대상의 이벤트도 실시하고 있다.

팔도는 2006년 베트남에 법인을 설립하고, 2012년 북부 푸토성에 1만2000㎡ 규모의 공장을 세워 현지 공략에 힘을 주고 있다. 현지 라면 가격대에 맞춰 ‘코레노(Koreno)’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짜장면, 라볶이 등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 본격 진출에 나선 업체들은 한류 열풍에 맞춰 국내 라면과 동일한 매운맛과 용량 등으로 K라면임을 강조한다. 농심은 2018년 베트남 법인을 설립하고, 신라면과 짜파게티와 너구리 등 주요 브랜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성장세는 가파르다. 2019년 68억 원이던 베트남 법인 매출은 지난해 75억 원으로 늘었다.

농심은 베트남 젊은 세대의 주요 소비 채널인 편의점 매장 일부에 라면 조리 기계를 설치하고, 호치민을 중심으로 신라면 푸드트럭을 운영한다. 또한 대형할인점 등에서 샘플링 행사로 마케팅을 강화했다. 최근에는 영화 기생충의 인기로 짜파구리, 짜파게티 등 볶음 형태의 라면 소비에 익숙해진 현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신라면볶음면과 카구리 등을 선보이며 K라면을 알리는데 집중하고 있다.

(사진제공=농심)
(사진제공=농심)

농심 관계자는 “한국 라면의 인기로 에이스쿡 등 현지 제조업체에서 오히려 한국식 고중량, 고품질의 제품을 출시하며 한국식 라면이 트렌드화되고 있는 분위기”라며 “매운맛이나 중량에 변화를 주지 않고, 주력 브랜드 위주의 한국 제품 그대로 수출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양식품은 2018년 베트남 유통업체 ‘사이공 쿱’과 손잡고 라면 판매에 나서고 있다. 불닭볶음면 오리지널과 짜짜로니, 치즈불닭볶음면, 까르보불닭볶음면, 불닭볶음탕면 등이 주력 제품이다. 최근 베트남 꿉마트 33주년 행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삼양식품의 배트남 배출은 2019년 67억 원에서 2020년 74억 원, 2021년 91억 원으로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매운 맛과 용량 그대로인 상품을 베트남에서 판매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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