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복무 보상ㆍ불법 촬영... 2030이 생각하는 젠더 갈등 원인은

입력 2022-07-0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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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단톡방에서 남자 동기들이 같은 과 여자를 보고 성차별적인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선 넘는 발언을 하더라.
시간이 더 지나면 군대를 당연히 가야 하는지 조차도 받아들이기 힘든 시점이 올 거다.

김현숙 여성가족부(여가부) 장관이 30일 저녁 서울 중구 소공동에서 직업, 연령, 성별, 거주지역이 다양한 23명의 2030 청년과 타운홀 미팅을 열고 젠더 갈등의 이유를 청취했다. 참석자는 여성 11명(20대 7명, 30대 4명), 남성 12명(20대 7명, 30대 5명)으로 구성됐다. 여가부가 성평등문화추진단 활동 등을 거쳐 구성한 풀에서 선정했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30일(목) 저녁 서울 소공동 ‘로컬스티치’에서 ‘청년과 함께하는 타운홀 미팅’을 개최하고, 2030 청년들이 생각하는 젠더갈등 문제에 대한 원인과 대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여성가족부)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30일(목) 저녁 서울 소공동 ‘로컬스티치’에서 ‘청년과 함께하는 타운홀 미팅’을 개최하고, 2030 청년들이 생각하는 젠더갈등 문제에 대한 원인과 대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여성가족부)

여성 참석자들은 단톡방 성희롱 문제, 집안 내 남아선호사상, 연봉 차이, 불법촬영 문제 등을 언급했다.

한 20대 여성 대학생은 “대학교 단톡방에서 남자 동기들이 같은 과 여자를 보고 성차별적인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선 넘는 발언을 했다”고 불편했던 경험을 전했다.

또 다른 20대 여성 대학생은 “오빠가 가까이 있는데 멀리 있는 나에게 심부름을 시키거나, 명절 때 남자들과 같이 식사를 못 하는 식이었다. 가정 내 남아선호사상과 성차별이 모여서 대한민국의 성차별, 저출생 문제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봉 차이도 지적했다. “김연경 선수 연봉이 7억인데 지난해 데이트 폭력으로 문제가 됐던 남성 선수의 연봉은 9억이다. 왜 그렇지?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20대 여성 대학생은 “몇 년 전부터 불법 촬영 문제가 대두되면서 공공화장실 사용을 못 하고 있다. SNS를 하다 보면 불법 촬영물을 굉장히 많이 접하는데, 신고를 해도 접수도 되지 않는 미비한 대응이라 무기력해진다. 불법촬영 피해자 대다수가 여성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다만 불법촬영 문제를 두고 한 20대 남성 직장인은 “범죄를 젠더 갈등 범주에 포함시켜서는 안 된다. 대선을 바라보면서 많은 플랫폼에서 정말 다양한 사례에 젠더 갈등이라는 말을 썼는데 (불법촬영 등의 문제는) 폭력, 범죄라고 써서 반드시 구분해야 한다”고 다른 의견을 냈다.

남성들은 군 복무 보상, 육아휴직을 못 쓰게 하는 사회적 분위기, ‘남자가 쫀쫀하다’ 같은 고정관념에 기반한 표현 등을 문제 삼았다.

한 20대 남성은 “현대 대체복무 중이다. 퇴근 이후에는 다른 일을 해도 돼서 여길 왔다. 심리적으로 전쟁의 위험이 낮다는 생각이 들어 마땅한 보상을 바라게 된다. 시간이 더 지나면 군대를 당연히 가야 하는지 조차도 받아들이기 힘든 시점이 올 것”이라고 했다.

30대 남성 대학원생은 “남자가 쫀쫀하게 왜 그러냐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가뜩이나 소심한 나를 두 번 죽이는 일이었다. 남자라서, 여자라서가 아니라 나라서, 너라서처럼 개인 이슈일 수도 있는데 편 가르기처럼 느껴져 속상했다”고 했다.

곧 아이 아버지가 된다는 30대 남성 직장인은 ”아내가 열심히 일하는 게 보기 좋고, 내 전공도 아동청소년학이라 아이를 직접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런데 직장 인사담당자와 소통하면 ‘아내는 육아휴직을 안 쓰냐, 집에서 도와줄 사람이 없느냐’는 이야기가 먼저 나온다”고 현실을 짚었다.

한 20대 남성 대학생은 여성전용 주차장을 예로 들며 “여성이 남성에 비해 물리적 힘이 약하고 배려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남성을 불편하게 하면서 여성이 편해지는 것, 남성 티오를 떨어뜨려 여성 티오를 올리는 건 역차별”이라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이에 한 20대 여성 대학생은 "본인의 자리를 (여성이) 빼앗았다고 인식한다면 정부가 (관련) 정책의 수립 배경을 잘 설득하지 못해서라고 생각한다"고 다른 의견을 더했다.

이날 의견을 청취한 김 장관은 젠더갈등 연구용역, 전문가 토론회 등을 열고 필요시 지역 타운홀 미팅을 추진해 추가적인 의견 수렴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또 “여가부가 여러분과 많이 만나 (젠더 갈등의) 근원적인 경제적 원인이나 사회문화적 원인을 밝혀내는 원동력을 만들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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