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자장사 경고 쓴소리에, 한숨 쉬는 은행권

입력 2022-07-03 15:04 수정 2022-07-04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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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은 기본적으로 이자를 갖고 수익을 내는데, 요새 분위기로는 돈 벌지 말라는 소리로 들린다."

최근 취재 도중 만난 은행권 직원들의 하소연이다. 코로나19 상황에도 매년 최대 수익을 갈아치우면서 신기록을 경신한 은행권의 분위기는 최근 흉흉하다. 막대한 수익을 내자 '이자장사'에 대한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어서다.

대통령부터 금융당국, 여당에 이르기까지 은행권을 겨냥한 '쓴소리' 융단 폭격이 쏟아지고 있다. 은행권의 '이자 장사'를 겨냥해 대출금리를 인하하라고 노골적으로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발단은 윤석열 대통령이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금리 상승 시기에 금융 소비자의 이자 부담이 크게 가중되지 않도록 금융당국과 금융기관이 함께 협력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날 이복현 금감원장은 은행장 첫 상견례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비판을 하는 등 발언의 수위를 높였다. 이 원장은 "금리 상승기에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어 은행들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며 "금리를 보다 합리적이고 투명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산정·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은행장 간담회 분위기는 예년과 사뭇 달랐다는 후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공개 자료 외에 은행장에게 미리 별도 회의자료를 파일 형식으로 전달하는 등 사실상 '숙제'를 줬다"고 귀띔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지난달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그동안 시중은행들이 예금과 대출금리 차이로 과도한 폭리를 취했다는 비판이 계속됐는데 시장의 자율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고통 분담 노력을 함께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섭섭한 눈치다. 정부의 코로나19 금융지원 방안에 따라 2020년 4월부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대출 원금 상환의 만기를 연장해주고 이자 상환을 유예해주고 있다. 당장 원금이나 이자를 갚기 어려워 연체로 잡혀야 할 대출이 잡히지 않아, 언제 뇌관이 터질지 모르는 위험을 수년 간 안고 있는데 고리대금 업자로만 보는 시각이 불편할 수도 있다.

금감원이 은행과 대립각 세우기에만 급급하기보다 합리적 감독 서비스 제공과 방향성 제시라는 설립 취지에 맞게 건전한 논의와 고민을 해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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