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최고 연출가’ 영국 피터 브룩 별세...향년 97세

입력 2022-07-04 07:17 수정 2022-07-05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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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간 100편에 가까운 작품 연출
현대 연극사 ‘20세기 위대한 혁신가’라는 평가

▲피터 브룩. AP뉴시스
▲피터 브룩. AP뉴시스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연출가'로 꼽히는 영국의 피터 브룩이 97세를 일기로 별세했다고 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그의 아들 사이먼은 브룩이 전날 프랑스에서 사망했다고 밝혔다. 다만 그가 어디에서 영면에 들어갔는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영국 출신 브룩은 현대 공연계의 혁명 같은 존재로 약 70년간 100편에 가까운 작품을 연출했다. 공연계에서는 그를 '탐구자'이자, '20세기의 위대한 혁신가'로 불린다.

17세에 연극 감독으로 데뷔해 92세까지 무대를 연출했던 브룩은 고전 작품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탁월한 능력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쌓았다. 특히 관습적 재현을 거부한 그의 연출 철학은 후배 창작자들에게 더욱 대담하고 실험적인 도전을 할 수 있도록 영감을 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1925년 라트비아 출신의 유대계 이민자 부모 사이에서 내어난 브룩은 영국 옥스퍼드 대학 재학 시절인 1943년 '닥터 파우스투스' 연출로 데뷔했다. 브룩은 1960년대 영국 로열셰익스피어컴퍼니(RSC)를 이끌면서 현대 의상을 입고도 셰익스피어를 공연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브룩은 영국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다양한 작품부터 고대 힌두교 서사시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취향으로 작품을 골라 독창적인 무대를 연출해왔다. 무대를 온통 흰색으로 연출해 시선을 끌던 1970년 '한여름 밤의 꿈', 9시간에 달하는 공연 시간으로 파격을 선사한 1985년 '마하바라타' 등이 대표작이다.

브룩은 또 프랑스 파리 외곽 슬럼가,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미국 인디언 보호구역, 차고, 버려진 영화관 등 공연을 기대할 수 없는 곳에서 무대를 올렸다.

브룩은 1951년 배우 나타샤 패리와 결혼했다. 둘 사이에는 다큐멘터리 감독인 아들 사이먼과 무대 감독인 딸 이리나가 있다. 부인 나타샤는 2015년 먼저 작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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