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내 식당에서도 채식 바람이 불고 있다. 동물 복지와 기후 환경 등 가치 소비를 이유로 채식 메뉴를 찾는 젊은 회사원들이 늘고 있고, 기업들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탄소 저감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어서다. 단체급식 업체와 식품업체들도 B2B(기업간거래) 수요를 겨냥해 대체육 등 비건 메뉴를 속속 내놓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단체급식 사업을 담당하는 현대그린푸드는 자체 케어푸드 전문 브랜드 ‘그리팅’의 채식 간편식 신제품 ‘베지라이프’를 선보인다고 4일 밝혔다. 베지라이프는 완전 채식주의자를 일컫는 ‘비건’을 겨냥한 식단형 식품이다. 함박스테이크·순두부강된장 해초밥·호두고추장 비빔밥 등 6종으로 출시된다. 음식에 사용되는 고기, 수산물 등 동물성 식재료를 모두 식물성 식재료로 대체했다.
현대그린푸드는 온라인몰 ‘그리팅’과 현대백화점 판교점의 ‘그리팅스토어’에서 우선 판매한다. 이어 이달 중순부터는 단체급식이나 식자제업체를 대상으로 자체 개발한 B2B 대체육 식재료 ‘베지 미트볼’과 ‘베지 함박스테이크’과 함께 유통할 예정이다.
CJ프레시웨이는 단체급식장에서 ‘월간요리’ 콘텐츠를 통해 제철, 저탄소, 비건 등 다양한 메뉴를 운영하고 있다. 저탄소 메뉴의 경우 사육과정에서 많은 양의 탄소를 배출하는 육류를 지양하고 해산물, 제철 채소와 과일을 활용해 맛있는 메뉴를 선보이기 위한 취지로 기획됐다.
최근 비건 트렌드가 확산됨에 따라 채소로만 구성된 비건 메뉴를 내놓기도 했다. 이달에는 비건 메뉴로 ‘콩나물 냉국수’를 선보일 예정이다. CJ프레시웨이 관계자는 “‘월간요리’ 콘텐츠를 강화함으로써 경쟁력 있는 메뉴를 제안해나간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워홈은 지난해말 전국 구내식당에 △비건스테이크 세트 △채식떡만두국 △숯불향비건떡갈비정식 △채식두개장 △비건고추잡채덮밥 △머쉬룸베지버거 등 식물성 대체육을 활용한 메뉴 출시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세 번에 걸쳐 식물성 메뉴를 추가하는 등 라인업 확대에 나섰다.
식물성 메뉴에는 채식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대체육의 맛과 식감을 살렸고, 소스를 비롯한 모든 양념에도 육류 성분을 배제했다. 아워홈은 단체 급식 점포 별 조건을 고려해 월 1회 이상 저탄소 식단 개발, 잔반량 감소 캠페인, 친환경 용기 확대 등 친환경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신세계푸드도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 등의 구내식당에 자사 대체육 ‘배러미트’를 활용한 샌드위치를 주 1~2회 제공한다. 회사 관계자는 “임직원들의 반응이 좋다”며 “대체육에 대한 인식 전환과 탄소 저감 등의 노력을 위해 메뉴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LG사이언스파크와 기아자동차 연수원 등 단체 급식을 맡고 있는 풀무원푸드앤컬쳐는 2017년부터 주 1회 채식 식단을 제공하는 플랜포워드 데이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비건 만두를 리뉴얼해 단체 급식 납품도 염두에 두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처음에는 고기 값을 아끼려느냐면서 항의도 많았지만, 최근에는 되레 채식 메뉴를 늘려 달라는 요청을 받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직장인들의 채식 메뉴 선호가 늘면서 식품 제조사들도 B2B 채식 상품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말 100% 식물성 성분으로 이뤄진 비비고 제품 ‘플랜테이블’(PlanTable)을 론칭하면서 유럽 브이 라벨(V-LABEL)로부터 비건 인증을 받은 만두를 출시했다. 올해 4월에는 B2B 사업 본부 내 전문 셰프로 구성된 팀을 꾸려, 단체 급식 용 채식 메뉴 개발에 나섰다. 지난 4월22일에는 ‘지구의 날’ 의미를 담아 모 대기업 전 사업장에 메뉴를 편성해 호평을 받으면서 최근 여러 대기업에 플랜테이블 상품 공급을 시작했다.
CJ프레시웨이는 주 1회 채식의 날을 지정하는 학교와 기업이 늘어남에 따라 학교와 오피스 등 단체급식장에 공급해 최종 소비자들이 손쉽게 비건 식품을 접할 수 있도록 지난 4월 식물성 재료, 우리 쌀과 밀로 만든 ‘더 건강한 베이커리’ 상품 라인을 새롭게 내놨다.
작년 1월 비건 브랜드를 내놓은 농심도 최근 B2B 사업을 통해 급식 사업을 벌이는 CJ프레시웨이와 삼성웰스토리 등에 대체육과 소스류를 납품하며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