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적인 직급이나 임금에 차이가 없더라도 육아휴직을 하기 전 업무와 비교해 ‘인사평가 권한’ 등이 없어지는 등 실질적으로 불리한 직무를 맡게 됐다면 부당전직에 해당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롯데쇼핑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전직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4일 밝혔다.
롯데마트 안산점에서 생활문화매니저(발탁매니저)로 일하던 A 씨는 회사 승인을 받아 2015년 6월부터 1년간 육아휴직을 했다. 휴직 중 사정이 발생해 A 씨는 복직 신청을 했지만, 회사는 대체근무자가 기존 보직을 맡고 있다며 A 씨를 냉장냉동 영업담당으로 발령했다.
A 씨는 부당전직에 해당한다며 구제신청을 했고, 중노위는 이를 받아들였다. 이에 롯데쇼핑은 중노위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1·2심은 ‘발탁매니저’가 규정상 임시직책에 불과해 회사가 A 씨를 다른 업무에 복귀시킨 것으로 볼 수 없고, 전과 다른 수준의 임금을 받는 직무로 볼 수도 없다며 롯데쇼핑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대법원은 “인사발령이 A 씨에게 실질적으로 불리한 직무를 부여하는 것인지 여부에 관해 심리·판단하지 않았다”며 사건을 다시 판단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복귀 업무가 휴직 전 업무와 ‘같은 업무’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업무의 성격과 내용·범위 및 권한·책임 등에서 사회통념상 차이가 없어야 한다”며 “생활문화매니저 업무와 냉동냉장 영업담당 업무는 같은 업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생활문화매니저는 코너 전반을 총괄하면서 영업실적관리 및 개선, 담당사원(영업담당) 관리 등 매장 운영 전반을 총괄하는 반면 영업담당은 매니저 지휘·감독 아래 담당 코너의 발주·입점·진열·판매·처분 업무를 담당하는 점을 고려했다. 매니저는 소속 직원에 대한 인사평가 권한이 있지만 영업담당은 인사평가 권한을 갖고 있지 않은 점도 근거로 삼았다.
또 재판부는 “발탁매니저 직책이 대리 직급 직원이 일반적으로 수행할 수 없는 것이자 오로지 원고의 필요에 의해 임시적·시혜적으로 부여·운영돼 온 임시직책에 불과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휴직 전과 같은 업무가 아니더라도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를 대신 부여할 수 있으나 그 경우에도 전 업무보다 불리한 직무가 아니어야 하는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업주가 필요한 조치를 다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