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임사 전문] 고승범 금융위원장 "가계부채 관리 과정, 고됨의 연속…거품붕괴 부작용 축소"

입력 2022-07-0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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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위원장, 5일 이임식 가져…사의 표명 두 달 만에 퇴임
가계부채 관리 방안·가상자산 거래소 등록 등 성과 꼽아
“부채 관리 인기 없는 정책…금리 상승기 빠르게 대응한 것”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지난해 서울 중구 전국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지난해 서울 중구 전국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고승범<사진> 금융위원장이 5일 “마지막 공직이었던 금융위원장 자리에서 부채와의 전쟁을 치열하게 치렀다는 느낌이다. 물론 그 과정은 지극히 어렵고 힘든 고됨의 연속이었다"고 회고했다. 고 위원장은 이날 이임식을 갖고 37년여간 공직생활을 마무리했다.

다음은 고 위원장의 이임사다.

사랑하는 금융위원회 직원 여러분!

이임식을 하려 이 자리에 서니 작년 8월 취임식이 생각납니다.

여러분과 함께한 그동안의 시간이 짧다면 짧은 기간으로 빠르게 지나갔지만, 저에게는 꽤나 오랜 시간이었던 것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아마도 여러분들과 함께했던 많은 일들이 생각나서일 것 같습니다. 금융위원회 직원 여러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금융위원장으로 내정되었던 지난해 8월 초 가계부채는 1800조원을 넘어 폭증하고 부동산가격 상승세도 꺾일 줄 모르는 가운데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경제적 파장을 가늠하기 어려운 급박한 상황이었습니다.

머뭇거릴 여유가 없었습니다. 2021년 여름 당시의 상황에서 금융위원장의 가장 중요한 책무는 가계부채 급증 차단 등을 통한 “금융안정 도모”임을 위원장으로 지명받았을 때부터 명확히 하였습니다.

그리고 8월 말 취임 당시 많이 고민했었습니다. “부채 관리”가 일반 국민들로부터 칭찬받기 어려운 인기 없는 정책임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당장 불편함이 가중되더라도, 앞으로 벌어질 수 있는 더 큰 위기를 막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저의 소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취임사를 통해 이러한 생각을 천명한 이후, 금융위원장으로 일하는 동안 “위험관리”를 금융정책의 최우선순위로 놓고 매진하였습니다.

현시점에서 되돌아보면, 나름대로 성과가 있었습니다. 취임 시 9.5%였던 가계부채 증가율이 최근 3%대로 하락하였습니다.

국내외 물가상승률이 급격히 높아지는 가운데 美 연준은 최근 예상보다 빠르게 금리인상을 추진 중입니다. 이에 따라 우리 경제에 미칠 충격 등 불확실성이 함께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금 돌이켜 보면, 그래도 우리는 민간부채 급증에 한발 빠르게 대응을 시작한 셈입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추가로 버블이 쌓이는 것을 막고 거품붕괴의 부작용을 줄이는데 금융위원회가 일정 부분 선제적으로 기여했다고 생각합니다.

최대 현안이었던 부채관리 이외에도 해결해야 할 다양한 현안들이 있었습니다.

지난해 추석 연휴 직후로 예정되어 있었던 가상자산 거래소 등록이 시장혼란 없이 마무리되어 가상자산 제도화가 무난하게 첫발을 내딛게 되었습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던 자영업자·소상공인에 대한 대출만기 연장 문제도 금융권과 적극적으로 협조하여 대응해 왔습니다.

빅테크·핀테크에 대한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의 정립, 최근 금융환경 변화에 대응한 은행·증권·보험·여전 등 금융산업별 새로운 발전방향 모색, 사업재편·혁신 기업에 대한 지속적인 자금지원도 재임기간 중 꾸준하게 진행되었습니다.

이제 금융위원장직을 떠납니다.

이 자리에 서니 금융위원장으로 재직했던 날들뿐만 아니라, 지난 37년 5개월간 몸담았던 저의 공직생활 전체의 한 장면 한 장면이 떠오릅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재임 기간까지 포함하여 주로 금융·거시분야 정책을 수립·추진하는 업무를 했었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 2003년 카드사태,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등 많은 금융위기를 겪었는데, 특히 지난 2년여 동안은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며 그 과정에서 늘어난 유동성과 과도한 부채 문제와 씨름했습니다.

마지막 공직이었던 금융위원장 자리에서 부채와의 전쟁을 치열하게 치렀다는 느낌입니다.

물론 그 과정은 지극히 어렵고 힘든 고됨의 연속이었습니다.

하지만 공직생활을 마무리하는 지금 돌이켜보니, 금융위원회 직원 여러분들의 헌신과 노력이 있었기에 여러 현안에 대한 대처가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정들었던 금융위원회를 떠나는 이 순간 제일 아쉬운 점을 꼽으라면, 사랑하는 여러분들과 헤어져야 한다는 점입니다.

금융위원회 직원 여러분!

여러분은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인재들입니다.

현재 경제 및 금융시장 상황이 많이 어려워졌지만 새로 오시게 될 위원장님과 함께 여러분들이 소명을 흔들림 없이 다해 줄 것으로 굳게 믿습니다.

이제는 여러분들과 함께 일을 할 수는 없겠지만, 여러분들이 활약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앞으로 열심히 응원하겠습니다.

저의 공직생활 마지막을 여러분들과 함께할 수 있었던 것은 저에게는 큰 영광이며 행운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그동안 정말 고마웠습니다. 여러분과 여러분 가정에 항상 행운이 함께 하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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