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방크의 전망처럼 한층 커진 대외 불확실성이 원홧값을 떨어뜨리고, 외국인을 내쫓을 것인가.
최우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대외 불확실성이 환율 및 자본 유출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최근 글로벌 공급망 불안, 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외 불확실성의 상승에 대해 “자본유출 가능성을 높이고 환율 상승을 유발하는 요인”이라며 “외국인 투자자의 급격한 이탈이 예상되는 경우 외환 건전성 정책 등을 적극적으로 운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3년 만에 처음으로 1300원을 돌파하자 ‘위기’라는 단어를 얘기한다.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300원 위에서 움직인 것은 역대로 봐도 세 차례에 불과했고, 그때마다 한국 경제는 위기 국면이었다는 데자뷔에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당장 위기에 빠질 가능성은 작다고 말한다. 최 연구원이 불확실성 확대가 환율과 자본유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대외 불확실성이 100%포인트 상승할 때, 환율은 2013년 이전에는 7.9%포인트 상승했지만, 2014년 이후에는 2.6%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다. 그는 “한국이 대외 순자산국으로 전환된 2014년 이후 불확실성 충격에 따른 환율 상승(절하) 폭과 자본유출 규모는 그 이전에 비해 축소됐다”고 했다.
집나간 외국인은 돌아올까.
외국인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달러 강세 국면에서 원화 가치가 떨어질수록 앉아서 손해(환차손)를 본다. 환차손이 더 불어나기 전에 서둘러 한국 주식을 팔아 달러를 챙겨 떠나야 하는 상황이다. 올 들어 6월까지 외국인들은 국내 주식과 선물 상품 등을 모두 합쳐 27조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는 악순환을 부른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을 팔고 달러로 바꿔 나가면 원홧값은 더 떨어지고 환율은 높아진다. 그러면 주식을 팔고 떠나는 행렬이 더 길어지고, 환율은 다시 더 뛰게 된다. 미국 금리가 국내 금리보다 높아지는 한미 정책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난다면 외국인 이탈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김남종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중앙은행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 기조와 코로나19 기간 중 늘어난 재정지출과 그로 인한 취약성 심화 등은 2008년 신흥국 대규모 자본유출과 유사한 상황을 불러올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