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이 베껴간 브랜드, 되찾아도 보상은 ‘하세월’

입력 2022-07-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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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아이밀, 일동후디스 상대 상표권 무효소송 7건 승소에도
매출 손해ㆍ분쟁 스트레스 극심 "상표 관련 가치인식 정착 필요해"

▲일동후디스는 2012년 4월 창업한 중소기업 아이밀과 동일한 상표를 출원하고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후 올해 5월 일동후디스의 아이밀 브랜드가 상표권 침해 소송에서 패소했다. (일동후디스)
▲일동후디스는 2012년 4월 창업한 중소기업 아이밀과 동일한 상표를 출원하고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후 올해 5월 일동후디스의 아이밀 브랜드가 상표권 침해 소송에서 패소했다. (일동후디스)

중소기업 아이밀이 지난 2019년부터 이어온 일동후디스와의 법정 다툼을 마무리 했다. 7건의 상표권 무효 소송에서 모두 승소해 브랜드를 되찾았지만, 기나긴 손해 배상 절차는 이제 시작이다.

아이밀은 아기 과자와 유기 가공식품을 생산·판매하는 중소기업으로, 2012년 4월 문을 열었다. 직원 12명 규모의 작은 기업으로, 2013년 4월 ‘아이밀’이라는 이름으로 상표 출원을 등록했다. 문제는 2018년 1월 일동후디스가 아이밀과 동일한 상표를 출원하고 제품을 판매하면서 발생했다.

2019년 7월 시작된 상표권 무효 소송은 올해 5월이 돼서야 임의 조정이 성립돼 마무리됐다. 그동안 일동후디스 측이 항소를 이어가면서 소송이 길어졌다. 아이밀은 총 7건의 상표권 무효 소송에서 승소했고, 일동후디스 측은 문제가 된 브랜드를 리브랜딩했다.

김해용 아이밀 대표는 “아이밀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기름에 튀기지 않고 열과 압력으로 만든 쌀과자로 매출이 10억 가까이 나왔었다. 하지만 상표권 침해로 인해 저희 제품이 짝퉁이 돼버렸고, 영유아 식품 매출이 다 날아가 버렸다”고 토로했다.

아이밀은 지난해 8월부터 손해배상 청구 소송 절차를 밟고 있다. 김 대표는 “대기업은 법무팀이 있지만, 저희는 대표이사인 제가 발로 뛸 수 밖에 없다”면서 “직원 3명과 함께 두 달 동안 상표권 침해 받은 사례를 몇 만 페이지 가량 자료를 모았다”고 말했다.

매출 상 손해는 물론, 길어진 법률 분쟁에 정신적 스트레스 역시 극심했지만, 아이밀 측이 받을 수 있는 손해 배상의 액수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통상 판례에서 상표권 침해 손해배상으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이 최대 1억~2억 원 선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2020년 손해액 산정 시 3배 배상 제도가 도입되고, 최대 배상액도 과거 5000만 원에서 고의 침해의 경우 3억 원으로 상향돼 가능해졌다.

중소기업계는 처벌 강화·손해 배상 금액의 현실화와 함께 상표권 침해, 기술 유출로 피해를 입은 기업에 과징금을 지급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12월 중소기업중앙회가 5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가가 수취한 과징금은 피해 기업 지원을 위해 활용돼야 한다”는 응답이 86.6%로 나왔다.

지난해 12월 기술 유출이나 불공정 거래 등으로 부과된 과징금 일부를 피해 기업에 주는 ‘불공정거래 피해 지원 기금법’이 발의됐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또 해당 법안은 기술 유출 등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로 재산상 피해를 발생하는 경우만 다루고 있어 상표권 침해는 해당되지 않는다.

박희경 재단법인 경청 변호사는 “우리나라는 미국에 비해서 상표 등 무형 자산에 대한 가치 인식이 아직 부족하다”면서 “타인의 상표를 사용할 때 자산이라는 인식과 함께 정당하게 이용하는 문화가 자리잡기 위해 무형 자산의 재산 가치를 인정해줄 수 있는 객관적인 지표나 감정 기관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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