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거] “소소한데 힐링된다”... 웹툰말고 ‘인스타툰’이 대세?

입력 2022-07-07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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붐비는 버스 안에서 웹툰에 집중하느라 정신없어 본 경험 많으시죠. 휴대폰 터치스크린을 위아래로 밀어내며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내려야 할 정류장을 지나쳐 당황할 때도 있는데요.

요즘은 스크린을 ‘아래’가 아닌 ‘옆’으로 넘겨보는 웹툰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바로 인스타툰(인스타그램+웹툰)입니다.

인스타툰이 등장한 지는 수년이 지나긴 했습니다. 다만 과거에는 주로 유통가의 디지털 마케팅 수단이나 공공기관의 캠페인 목적으로 사용됐었는데요. 최근에는 작가 개인이 자신의 계정에 연재하는 형태의 웹툰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7일 기준 인스타그램에 ‘인스타툰’이 태그된 게시물만 124만 개에 달합니다. 그만큼 연재 중인 작가도, 작품도, 또 독자도 많은 상황이죠. 인기 게시글이 올라오는 피드에도 유명 인스타툰이 올라오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이용자에게 자연스러운 문화 콘텐츠로 스며든 것입니다.

인스타툰의 인기 요인은 ‘소재’에 있습니다. 주로 인스타툰 속에 작가의 경험과 소소한 일상을 담아내는 것이 트렌드인데요. 로맨스, 개그, 판타지, 스릴러 등 장르 분류가 확실한 기성 웹툰과는 확실히 다릅니다. 복잡한 세계관이나 서사가 없는 게 오히려 인스타툰의 특징이죠.

누구나 일상에서 겪을법한 소소한 에피소드를 담아내는 게 인스타툰 생태계 전반의 분위기입니다. 때문에 인스타툰의 장르는 ‘K-직장인툰’, ‘일상툰’, ‘취준생툰’, ‘MBTI툰’ 등으로 나뉩니다. 심지어 작가가 알고 있는 맛집이나 꿀팁을 소개하는 인스타툰도 인기가 많습니다.

이 같은 인스타툰 계정이 수백만 팔로워를 지닌 경우도 흔히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인스타툰 독자들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소재보다 ‘내 일상에 일어날 듯한’ 소재에 더 열광하는 것입니다.

실제 독자들은 인스타툰 만의 친숙한 일상 이야기에 크게 공감하는 분위기입니다.

인스타툰을 즐겨본다는 20대 직장인 이씨는 “가끔 내 이야기를 쓴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 연재물들이 많다”며 “그럴 때는 인스타툰 게시물에 친구들을 태그해서 ‘이것 좀 봐라’라고 댓글을 단다”고 했습니다. 소소한 일상이야기가 마치 친구와 나의 이야기처럼 느껴져서 자꾸 보게 된다는 것인데요.

이씨는 “또래 직장인이 연재하는 것 같은 인스타툰을 보면 내가 항상 고민하는 대인관계 문제나 연애 문제가 그대로 나오니까 위로도 많이 된다”고도 했습니다. 단순 흥미로 웹툰을 보는 것을 넘어 일상에서 얻은 감정이나 고민들을 공유하고, 또 위로도 받는다는 것입니다.

이에 많은 인스타툰 게시글에는 유독 긴 댓글이 많습니다. 보통 독자들이 웹툰을 보고 자신의 사연이나 생각을 담은 글을 적은 것인데요. 그 속에서 작가와 독자, 심지어 독자와 독자 사이에서도 공감을 보내거나 위로, 응원의 말을 전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인스타툰 독자 정씨도 “얼마 전 나와 같은 MBTI를 소재로 하는 인스타툰을 봤는데, 속으로만 생각했던 이야기가 그대로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내가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 같아서 안도감이 들었다. 댓글에 비슷한 사람들이 사연이 많아서 ‘좋아요’도 많이 눌렀다”고 했습니다.

인스타툰 작가들도 독자들이 연재한 만화에 공감을 많이 해준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습니다. 독자들의 반응을 지켜보는 작가 입장에서도 보람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인스타그램에서 ‘햄찌툰’을 연재 중인 햄찌 작가는 “재미없을지도 모르겠다거나 너무 뜬금없었던 것은 아닐까 싶었던 내용에도 독자들이 자기 일처럼 공감해주시고 재미있다고 댓글을 달아주는 경우가 많다”며 “그런 점에서 사는 게 다 비슷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습니다.

작가들은 웹툰 연재 과정이 비교적 간편하다는 점도 인스타툰의 장점으로 꼽았습니다.

일상적 소재를 바탕으로 ‘뱁새툰’을 연재 중인 김뱁새 작가는 “기존 웹툰은 업체에 작가로 발탁되거나 공모전 등을 통해 등용되어야 하는데, 인스타툰은 그런 과정 없이 빠르게 실행할 수 있다”며 “정해진 요일 없이 자유롭게 연재할 수 있는 것도 성향에 맞아서 좋다”고 말했습니다.

몽냥툰을 연재 중인 이수경 작가 또한 “기존 웹툰은 긴 스토리를 담아내야 하는데, 인스타툰은 10컷 내로 짧게 연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짧지만 공감을 자아낼 만한 내용을 임팩트 있게 전달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인 것입니다.

독자와 자연스럽게 소통하기 편하다는 점도 큰 장점으로 꼽혔습니다. 애초 인스타그램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다 보니 작가와 독자의 양방향 소통이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이수경 작가는 “사람들의 공감을 많이 산 회차의 경우에는 정말 많은 분이 ‘공감된다’며 많은 댓글을 남겨주신다”며 “이런 댓글을 통해 빠르게 독자분들의 반응을 확인하고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습니다.

김뱁새 작가도 “독자분들과 DM이나 댓글 등으로 긴밀한 소통이 가능한 데다 실시간으로 독자 반응을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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