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한달 이복현 금감원장, 금융권 릴레이 간담회서 '쓴소리'

입력 2022-07-10 09:14 수정 2022-07-10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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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8일 서울 마포구 저축은행중앙회에서 열린 '금감원장-저축은행 대표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조현욱 기자 gusdnr8863@ (이투데이DB)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8일 서울 마포구 저축은행중앙회에서 열린 '금감원장-저축은행 대표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조현욱 기자 gusdnr8863@ (이투데이DB)

지난달 20일 은행권 CEO 간담회 시작으로 금융권 상견례 시작
이자장사, 내부통제, 유동성 관리를 통해 리스크 최소화, 부동산 PF대출 등 우려 사항 전달
취약차추 보호 등 소비자 보호 언급도
은행권 예ㆍ적금 금리 올려, 카드 업계는 하반기 보수적 경영전략 수립
11일 상호금융 간담회, 15일 외국계 금융사 CEO 간담회...빅테크 간담회는 미정

취임 한 달을 맞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권을 시작으로 업권별 상견례 자리에서 '질책'과 '쓴소리'를 통해 리스크 관리를 강조했다. 예대금리차와 취약차주 보호 등 소비자 보호에 대한 언급도 잊지 않았다.

이 원장은 11일 상호금융 간담회, 15일 외국계 금융사 CEO 간담회를 끝으로 금융권 상견례를 마무리 한다. 지난달 7일 취임한 이 원장은 한 달 동안 강행군을 통해 전 금융업권을 만나 업권별 현황에 대해 듣고 당국의 우려 사항을 전달했다. 지난달 20일 은행, 금융연구기관장, 증권, 보험, 여전업계, 저축은행 등 빠른 속도로 업계 CEO를 만났다.

이 원장은 간담회를 통해 금융권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 전임 원장들이 첫 상견례 자리에서 경고성 메시지보다는 훈훈하게 마무리 했던 것과는 대조된다. 현재 주요국의 인플레이션 심화 및 통화긴축 가속화로 국내경제가 3고(물가·금리·환율)에 처한 것도 예년과 분위기 자체가 달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동시에 검찰 출신인 이 원장의 특성상 감독과 제재가 강화됐다는 시각도 있다.

이 원장은 지난달 20일 은행권 CEO와의 첫 상견례 자리에서부터 강력한 경고를 날렸다. 당시 이 원장은 대출금리 속도 조절, 내부통제 강화 등 요구 사항을 전달했다. 최근 대내외 경제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은행권의 과도한 이자 이익과 잇달아 발생한 금융권 사고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였다.

은행권의 과도한 이자 장사를 겨냥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이 원장은 "금리 상승기에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어 지나친 이익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면서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추진 중인 예대금리 산정체계 및 공시 개선방안이 실효성 있게 시행되도록 철저히 준비해 달라"고 주문했다.

은행권은 간담회 직후 연달아 예·적금 금리를 올리고 대출금리는 인하하는 등 취약계층 대비책을 내놓기 바빴다.

이후 열린 여전업계과 저축은행 등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높을 수 밖에 없는 2금융권과의 간담회에서도 강도 높은 경고가 이어졌다.

이 원장은 지난 5일 여전업계 CEO와의 간담회에서 "당분간 무리한 영업 확장이나 고위험 자산 확대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기준금리 인상, 경기침체 등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여전사의 리스크가 커질 수 있는 만큼 보수적인 경영 전략을 취해달라는 취지의 발언이다.

특히 최근 여전사의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하고 있는 만큼 유동성 리스크 관리를 강조하기도 했다.

카드업계는 올해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 이 원장의 메시지를 참고해 보수적인 경영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성장'에 치중했다면 올해는 '생존'을 위한 경영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저축은행 CEO와의 만남에서도 리스크 관리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이 원장은 8일 다중채무자, 부동산 관련 금융 등 고위험 대출 관리를 강조했다. 최근 가계대출에서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 대출이 상승하고 있는데 부실로 연결될 가능성을 사전에 방지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부실 위험이 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에 대한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통상 부동산 PF대출은 부동산 경기가 하락하면 대규모 부실 위험으로 연결될 수 있다.

이 원장은 "기업대출에서는 부동산 관련 업종의 대출 쏠림현상, PF대출의 사업 리스크 확대를 우려하고 있다"면서 "업종별 한도관리를 강화하고 전체 PF사업장에 대한 사업성 평가 후 리스크에 상응하는 대손충당금을 적립해 달라"고 덧붙였다.

이 원장은 이미 저축은행의 부동산 PF대출 현황을 보고받았다. 중점 점검 사항에 대해서 추가적인 점검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첫 상견례 자리였지만, 금감원장이 업권에 대한 이해가 높았다"면서 "당국의 우려 사항을 듣고 금융권에서도 적절히 대응책을 마련해 나가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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