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부도’ 스리랑카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대통령 긴급 대피”

입력 2022-07-09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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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에서 물대포로 시위대를 진압하는 경찰. (연합뉴스)
▲8일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에서 물대포로 시위대를 진압하는 경찰. (연합뉴스)

국가 부도 사태를 맞이한 스리랑카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발생해 대통령이 긴급 대피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9일 외신과 스리랑카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날 수도 콜롬보의 대통령 관저 인근과 거리에서는 수천 명이 정권 퇴진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AFP통신 등은 국방부 소식통을 인용해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이 시위대가 관저로 몰려들기 전에 미리 대피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은 대통령은 안전한 곳으로 호위돼 이동했으며 현재 군병력은 허공에 총을 쏘며 시위대의 관저 접근을 막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현지 언론은 일부 시위대가 경찰 방어망을 뚫고 대통령 관저를 급습했다고 보도했다. 군경은 최루탄 등도 동원해 시위대 진압에 나서고 있다.

앞서 야권, 학생단체, 노동조합 등은 이날 콜롬보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열겠다고 경고했고 전날부터 학생 등 수천 명이 밤늦게까지 콜롬보에서 시위를 벌였다.

현지 경찰은 전날 밤 9시 콜롬보 등 일부 지역에 통행금지령을 내렸다가 반발이 거세지자 이날 오전 8시에 해제했다.

당국은 대통령 집무실 등 주요 정부 시설을 보호하기 위해 군경 수만 명을 동원, 경비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민심의 분노는 특히 라자팍사 가문으로 향하고 있다.

스리랑카는 대통령 중심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총리도 내정에 상당한 권한을 갖는 등 의원내각제 요소가 가미된 체제를 운용 중이다. 라자팍사 가문은 최근까지 이런 권력의 두 축을 모두 차지했었다.

전임 대통령 출신인 마힌다 라자팍사는 총리를 맡았다가 5월 초 사임했고, 그의 동생인 고타바야 대통령은 자리를 지켜왔다. 내각에도 라자팍사 가문 출신 장관 3명이 포진했다가 지금은 모두 사퇴한 상태다.

스리랑카는 주력 산업인 관광 부문이 붕괴하고 대외 부채가 급증한 가운데 지나친 감세 등 재정 정책 실패까지 겹치면서 최악의 경제난에 직면했다.

스리랑카 정부는 4월 12일 국제통화기금(IMF)과의 구제금융 협상이 마무리될 때까지 대외 부채 상환을 유예한다며 '일시적 디폴트'를 선언했고, 5월 18일부터 공식적인 디폴트 상태로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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