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공매도, 주가에 유의미한 영향력 없어”…멀어지는 공매도 금지 조치

입력 2022-07-11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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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식시장 공매도 비중 및 대금 순위별 수익률 (한거래소)
▲국내 주식시장 공매도 비중 및 대금 순위별 수익률 (한거래소)
한국거래소는 공매도가 반드시 주가를 끌어내리진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추가적인 증시 하락을 멈추기 위해 공매도를 금지해달라는 투자자들의 의견과 배치된 것이다. 금융당국도 한국거래소의 입장에 동의하면서, 시장이 크게 흔들리지 않는 한 추가적인 공매도 금지 조치는 나오지 않을 전망이다.

11일 이투데이 취재에 따르면 지난달 말 열린 금융위원회, 거래소 등 관계기관들이 참석한 비공개회의에서 거래소는 ‘국내외 증시 현황 및 공매도 동향’ 보고서를 제출하면서 “공매도는 주가에 유의미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공매도란 투자자가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주식을 먼저 팔고 이후 주식을 매수해 갚는 투자 기법으로, 주가 거품을 걷어낸다는 특징이 있다.

이투데이가 입수한 보고서에 따르면 거래소는 △2020년 1월~같은 해 3월 13일 △2021년 5월 3일~지수 최고치 경신기 △지수 최고치 경신기~올해 지수 급락 직전 △지수 급락 직전~지난달 22일 등 네 구간으로 기간을 나누고, 공매도 거래 대금과 주가 지수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이 기간 코스피의 상관계수는 차례로 △-0.39 △-0.44 △-0.19 △-0.25였으며, 코스닥은 △-0.27 △-0.23 △-0.10 △-0.26이었다. 상관계수의 절댓값이 1에 가까울수록 공매도 거래 대금과 주가 지수 간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뜻이다. 이 수치가 마이너스라는 건 수치가 역의 상관관계라는 뜻이다. 거래소는 이를 바탕으로 “주가 하락 시 공매도가 증가하며 방향성은 반대이지만, 상관관계는 매우 낮은 수준”이라며 “주가 하락 및 상승기에 상관관계가 차별화되지 않는다”고 했다.

거래소는 공매도 비중과 대금 순위 구간별 평균 수익률도 비교했다. 결과는 공매도 규모 상위와 하위 구간 간 수익률이 차별화되지 않았다. 지난달 국내 주식 시장 공매도 비중 순위별 평균 수익률은 △1~10위 코스피 -14.32%, 코스닥 -19.27% △11~20위 코스피 -13.56%, 코스닥 -18.24% △21~30위 코스피 -14.12%, 코스닥 -14.32% △31~40위 코스피 -6.83%, 코스닥 -20.07% △41~50위 코스피 -7.15% 코스닥 -18.44% 등이었다.

공매도 비중이 높을수록 평균 수익률이 떨어지는 등의 일정한 추세를 보이지 않은 것이다. 구체적인 종목만 봐도 그렇다. 공매도 비중이 가장 큰 넷마블(30.7%)의 지난달(2~21일) 주가 하락률은 -14.2%였으나, 공매도 비중이 가장 적은 GS건설(1.5%)의 하락률은 -18%로 넷마블보다 더 컸다.

공매도 대금 순위별로 보면 1~10위의 평균 수익률은 코스피 -16.48%, 코스닥 -8.50%였다. 코스피에 한정해 11위에서 40위로 갈수록 평균 수익률은 점차 늘어났지만 41위~60위까진 하락 폭이 점차 커지는 등 뚜렷한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았다.

공매도 대금이 407억 원으로 가장 많은 삼성전자의 주가는 지난달(2~21일) 12.3% 하락할 때, 공매도 대금이 2위였던 LG에너지솔루션은 -6.2% 떨어지는 데 그쳤다. 하지만 7위인 하이브가 34.1% 하락하는 등 공매도 대금이 많을수록 주가 변동률이 크다는 연관성은 나타나지 않았다. 거래소는 “반도체, 전기 등 업황이 부진한 시가총액 상위 업종의 하락률이 높았다”며 “공매도 대금 상위 업종 대부분이 시총 상위 업종이었다”고 부연했다.

금융위도 거래소의 관점과 비슷하다. 주식을 빌리지 않고 매도하는 무차입 공매도는 막아야 하지만, 일반 공매도는 그럴 필요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상반기 내에 공매도를 정상화하기로 했던 금융위는 계획이 늦춰지는 것과 관련해서는 “시장 상황을 전반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금융위가 공매도 전면 금지를 결정했던 시기 코스피는 1700포인트(P), 코스닥은 520P대까지 떨어졌다. 이로 미뤄볼 때 정부가 2020년 3월처럼 공매도를 금지할 가능성은 작다. 현재 코스피와 코스닥이 각각 2300P, 760P대에 머무는 데다, 공매도와 주가의 밀접한 연관성이 없다는 보고서가 나왔기 때문이다. 현재는 코스피200, 코스닥150 종목에 한해 공매도가 재개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공매도 금지 조치가 주가의 바닥을 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경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공매도 금지 기간 코스피 지수는 반등에 성공해 꾸준히 상승했지만 일시 금지가 풀린 지난해 5월 3일부턴 지수는 다시 하락하기 시작했다”며 “지수 변동성 확대 시기에 수급의 기반이 부족한 상황에서 공매도 급증은 지수 추가 하락을 야기할 수 있는데 공매도 거래 금지가 지수 바닥을 잡는 데 매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셈”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이날 취임한 김주현 신임 금융감독원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나라 정부뿐 아니라 외국도 시장이 급변하거나 필요할 경우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금지한다”며 ”시장 상황을 봐서 당연히 필요하다면 공매도뿐 아니라 증안기금(증시안정화기금)도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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