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짜리만 영화냐’ 시리즈물 끌어안는 영화제

입력 2022-07-12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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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부천영화제에서 '오징어 게임' 시리즈 영화상 시상
신철 위원장 "K콘텐츠가 세계의 새로운 기준 제시할 때"

▲올해 상영하는 시리즈물 '테이스츠 오브 호러' 스틸컷.  '배달완료. '식탐', '재활', '네발 달린 짐승'(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올해 상영하는 시리즈물 '테이스츠 오브 호러' 스틸컷. '배달완료. '식탐', '재활', '네발 달린 짐승'(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영화제가 시리즈물을 적극적으로 끌어안기 시작했다.

7일 개막한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부천영화제)는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에 새롭게 제정한 ‘시리즈 영화상’을 시상했다. 그동안 영화제는 매해 새로운 감독들이 쏟아내는 2시간 남짓의 극장 상영용 장편 영화 수백 편을 수급해 경쟁작을 선별, 상영, 수상하는 데 집중해왔다.

올해 부천영화제는 이같은 전통적 흐름을 벗어나 ‘1화, 2화, 3화…’로 이어지는 방대한 분량의 시리즈물을 무대에 초청하고 공식적인 상을 안긴 것이다. 이날 시상식에 참석한 ‘오징어 게임’ 제작사 싸이런픽쳐스 김지연 대표는 “이제부터 ‘오징어 게임’은 영화”라는 의미 있는 소감을 전했다.

국내에서 변화의 선봉장으로 나선 건 지난해 열린 부산국제영화제(부산영화제)다. 부산영화제는 '온 스크린' 섹션을 신설해 당시 아직 국내에 공개되지 않았던 넷플릭스 시리즈 ‘마이네임’과 ‘지옥’, HBO 시리즈 ‘포비든’ 일부 회차를 선공개했다. 뒤이어 국내 정식 공개된 ‘마이네임’과 ‘지옥’이 대중으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받으면서 부산영화제의 한발 빠른 선택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남동철 수석 프로그래머는 당시 "(OTT 시리즈물과) 영화는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그 경계가 모호해졌고 앞으로는 그런 작품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하면서 매해 해당 섹션 상영작의 비중을 늘려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흐름은 위드코로나로 접어든 올해에도 이어졌다. 지난달 폐막한 평창국제평화영화제는 웨이브 시리즈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로 좋은 반응을 얻은 윤성호 감독을 특별전 형식으로 초청했다. 영화뿐만 아니라 그가 연출한 숏폼콘텐츠와 웹드라마 등을 망라해 선보였는데, 영화제가 더 이상 ‘2시간짜리 극장용 작품’이라는 명제에 구애받지 않고 한 해 동안 유의미한 성과를 낸 창작자와 그의 영상콘텐츠를 힘주어 주목하기 시작한 셈이다.

17일까지 열리는 부천영화제 역시 ‘코리안 판타스틱: 시리즈 킬러’ 섹션을 신설해 ‘테이스츠 오브 호러’ ‘전체 관람가+:숏버스터’ ‘괴이’ ‘씬: 괴이한 이야기’ 등 4개 시리즈 20편을 상영한다.

▲8일 포럼 ‘영화는 계속 확장되어야 한다-팬데믹과 디지털 혁명’에서 기조발제 발언 중인 신철 집행위원장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8일 포럼 ‘영화는 계속 확장되어야 한다-팬데믹과 디지털 혁명’에서 기조발제 발언 중인 신철 집행위원장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7일 개막식에 참석한 신철 부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시공간의 제약이 사라진 시대에는 ‘오징어 게임’처럼 OTT에서 스트리밍되는 시리즈는 물론 유튜브, 틱톡 등 다양한 형태의 영상들도 영화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영화제도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7·8편이 나온 '해리 포터'나 '스타워즈'는 영화인데 '오징어 게임'은 왜 영화가 아니냐”면서 “2시간 남짓 상영하는 영상물을 영화라고 정의해온 것은 산업의 관점에서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방편의 하나였다. 이제 시대변화에 발맞춰 한국영화 K콘텐츠가 세계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해야 할 때”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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