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이 인상된 7월은 공교롭게도 일 년 중 가장 전기를 많이 쓰는 계절이다. 이달부터 전기요금은 4인 가구 기준으로 평균 월 1535원으로 연간 2만 원 수준으로 부담이 늘었다. 문제는 이번 인상이 앞으로 전기요금 현실화를 위한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이에 전기세를 아끼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여름 가전기기 중 전기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제품은 단연 에어컨이다. 에어컨 냉방비만 아껴도 전기요금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에어컨 냉방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먼저 보유한 에어컨의 종류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에어컨은 크게 인버터형과 정속형으로 나뉜다.
두 방식의 차이점은 에어컨의 냉각 과정을 어떻게 조절하느냐의 차이다. 인버터형은 더운 실내를 시원하게 만들 때까지 전기를 최대한 사용한 다음, 실내가 희망 온도에 다다르면 전력을 최소한으로 사용하면서 온도를 유지한다. 때문에 껐다 켜기를 반복하지 않고 계속 켜둬야 전기료를 절약할 수 있다.
또 실내 온도를 낮추 때 전력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희망 온도를 지나치게 낮게 설정하기보다 24~26도로 설정하는 것이 좋다.
반면 정속형이라면 처음부터 희망하는 온도보다 낮은 온도와 높은 바람 세기로 설정하는 것이 좋다. 집이 시원해졌을 때 에어컨을 껐다가 더워졌을 때 다시 켜서 온도를 낮추면 전기요금을 아낄 수 있다.
구분은 어렵지 않다. 인버터형은 ‘인버터’라고 에어컨에 쓰여 있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에너지 효율 등급은 1~3등급이며, 냉방 능력이나 소비 전력 옆에 최소·중간·정격으로 숫자가 나눠 표기돼 있다. 특히 최근 5년 내 샀다면 인버터형 에어컨일 가능성이 높다.
에어컨을 2010년 이전에 구매했거나, 에너지소비효율 등급이 5등급이라면 정속형일 가능성이 높다.
냉장고 온도를 1도만 올려도 5%의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다. 따라서 냉장고 온도를 적절하게(냉장실은 0~5도 이하, 냉동실은 영하 18도 이하) 유지시켜주기 위해 뜨거운 음식은 식혀서 보관하고, 냉장고 문을 자주 또는 오랫동안 여닫지 않는 것이 좋다. 식자재 목록을 작성해 냉장고에 붙여 문 여닫는 것을 최소화하는 것도 방법이다. 냉장고 칸마다 반찬류, 장류, 소스류의 자리를 정해두거나, 반찬 통 겉에 이름표를 붙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냉장고 내부를 시원하게 하기 위해서는 공기가 잘 순환돼야 한다. 만약 냉장고가 가득 차 있다면 공기 순환이 어려워져 냉장고 콤프레셔의 작동 시간을 늘리게 되면서, 에너지 사용량이 증가한다. 따라서 냉장실은 60% 이하로 채워주고, 냉동실을 80~90% 채워주는 것이 좋다. 냉장실의 음식물 양을 10% 줄이면 냉장고 1대당 연 7kg의 탄소를 저감할 수 있다고 한다. 냉동실에 남는 공간이 생긴다면 아이스 팩이나 얼린 페트병으로 빈 곳을 채우면 냉기가 빠르게 채워진다.
가전제품 중에서 크기로는 작은 편에 속하지만, 에너지 소모량은 만만치 않다. 서울의 전력사용 통계에 의하면 월평균 전기요금의 25.4%가 전기밥솥에서 발생한다.
전기밥솥의 전력 소모량이 높은 이유는 바로 보온 기능 때문이다. 전기밥솥은 취사 시 1kW, 보온 시 30~70W의 전력을 소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밥이 남았을 경우 보온해 놓는 것이 일반적인데, 애초에 먹을 양만큼만 밥을 짓거나 밥이 남았을 때는 밀폐 용기에 담아 식힌 후에 냉동 보관하는 것이 좋다. 보온 기능을 사용할 시에는 예약 취사 기능을 통해 보온 시간을 줄이는 방법이다.
이 밖에도 따뜻한 물로 밥을 지으면 찬물을 쓸 때보다 전기를 3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또 실제 식구보다 지나치게 큰 전기밥솥 말고 딱 맞는 크기의 밥솥을 사용하면 전기세를 줄일 수 있다.
전자레인지는 자주 사용하는 만큼 플러그를 그대로 꽂아두는 경우가 많다. 사용 시간은 하루 평균 10분 안팎으로 짧지만, 소비전력은 1000W 정도로 에어컨 다음으로 전력 소비량이 가장 크다. 높은 대기전력을 가지고 있는 전자레인지의 플러그를 뽑아두면 한 달에 약 1.9kW의 전력을 절약할 수 있고, 1600원가량의 전기요금도 절약된다. 전자레인지 내부가 깨끗하면 음식으로 열이 빠르게 전달돼 조리 시간을 단축해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과 베이킹소다를 섞어 용기에 담은 뒤 전자레인지에 넣고 10분 정도 가열 후 젖은 행주로 내부를 닦아주면 기름때로 인한 열 손실을 막을 수 있다.
전자레인지 해동 기능을 사용하기 전에 자연해동 과정을 거치면 전력 소비를 줄일 수 있다. 얼린 육수나 식자재는 냉장실에서 해동을 거치면, 전자레인지로 해동하는 것보다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전기제품을 잘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잘 사는 것이 중요하다. 효율 1등급 제품을 이용하면 5등급 제품에 비해 약 30~40%의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으며, 특히 에너지 절약 마크가 부착된 대기 전력 저감 우수 제품을 사용하면 대기 전력을 최소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