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유럽 길들이기’ 본격화…20년 만에 첫 ‘유로·달러 패리티’

입력 2022-07-12 15:41 수정 2022-07-12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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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2월 이후 최저치...유로화 가치 올해 12% 하락
미·유럽 경기침체 시 패리티 깨질 가능성도
러시아, 노르트스트림 가동 중단 이어 이탈리아 가스공급 감축

▲사진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크렘린궁에서 모스크바 주지사와 회의를 하고 있다. 모스크바/AP연합뉴스
▲사진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크렘린궁에서 모스크바 주지사와 회의를 하고 있다. 모스크바/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유럽 가스 공급 차단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독일과 연결된 가스관 밸브를 완전히 잠근 데 이어 이탈리아에도 가스 공급 감축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에너지 재고 감소로 불안해진 유럽을 더 밀어붙이는 모양새다. 유럽 경제 전망에 먹구름이 끼면서 유로 가치도 연일 하락세다. 유로·달러 환율은 최저치를 경신하며 20년 만에 처음으로 패리티 현상이 나타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12일(현지시간)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유로·달러 환율은 전장 대비 0.18% 내린 1.002달러를 기록했다. 장중 한때 1.0005달러까지 밀리기도 했다.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는 2002년 12월 이후 20년 만의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유로화 가치는 올해 12% 빠졌다.

유로화 약세가 심화하면서 달러와의 가치가 같아지는 패리티도 20년 만에 처음으로 발생했다. 패리티는 유로와 달러 가치가 같아진다는 말로, 패리티가 깨진다는 것은 유로·달러 환율이 1달러 밑으로 떨어진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조만간 패리티가 깨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조지 사라벨로스 FX리서치 도이치글로벌 책임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미국과 유럽이 3분기 경기침체에 빠지면 유로·달러 환율이 0.95~0.97달러까지 내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럽 경제에 ‘퍼펙트스톰’이 몰아치면서 통화 가치가 맥을 못 추고 있다. 유럽은 경기침체 불안, 고물가로 살얼음을 걷고 있다. 여기에 러시아가 에너지를 무기화해 가스 공급을 줄이면서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 러시아는 전날 이탈리아에 가스공급을 줄인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이탈리아 최대 에너지회사 에니(Eni)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러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 가스프롬이 하루 평균 3200만 ㎥의 가스를 공급해오다 이날 2100만 ㎥만 제공하겠다고 알려왔다”고 밝혔다.

에니는 가스프롬이 돌연 가스 공급량을 대폭 감축한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이탈리아는 가스 공급 중단을 막기 위해 러시아가 요구하는 대로 러시아 현지 은행에 대금 결제용 루블화 계좌까지 개설했다. 그야말로 영문도 모른 채 가스 공급 감축을 통보받은 것이다.

같은 날 러시아는 독일로 향하는 가스관 밸브도 잠가버렸다. 지난달 16일 러-독 연결 가스관인 ‘노르트스트림1’을 통한 독일 가스 공급을 60% 줄인 데 이어 정비·보수를 이유로 아예 끊어버렸다.

러시아가 작심하고 유럽에 대한 가스 공급을 줄이면서 에너지 위기는 심화하고 있다. 독일은 에너지 공급원의 3분의 1 이상을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의존해 왔고, 이탈리아 역시 연간 가스 수입량의 40% 이상을 러시아산으로 조달해왔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유럽의 처지를 이용해 길들이기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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