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추락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입력 2022-07-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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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 둘 중 어떤 표현에 더 익숙한지를 보면 세대를 구별할 수 있다. 전자에 익숙하다면 50대 이상의 중장년층, 후자에 익숙하다면 40대 이하 세대라고 볼 수 있다.

50대 이상의 중장년층에 패러독스(역설)적 표현이 익숙한 것은 1988년 발간된 이문열의 장편소설과 영화로까지 제작돼 당시 일종의 신드롬까지 일으켰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 40대 이하 특히 20~30대 세대는 역설적인 표현보다는 직접적이고 함축된 표현에 익숙하다. MZ세대(20~30대)가 주로 사용하는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산 제품), ‘만반잘부’(만나서 반가워 잘 부탁해), ‘킹받네’(열받네+킹), ‘꾸안꾸’(꾸민 듯 안 꾸민 듯) 등 신조어들만 봐도 알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도 취임 두 달여 만에 30%대로 추락했다. 지지율 추락 배경에는 증권금융 시장 불안이 주요인 중 하나다. 커뮤니티 등에서는 “대통령님, 이러다 개미 다 죽어요”, “한국 증시는 무정부인가, 일하는 사람이 없다”는 등 정부를 성토하는 글이 넘쳐난다.

현재 우리나라 경제와 금융시장을 짓누르는 요인은 크게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 등 세 가지다. 전 세계적인 고금리, 고물가는 정부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국민 대다수도 이를 알고 있다. 그럼에도 윤석열 정부에 불만을 토로한다. 이는 크게 두 가지 이유를 꼽을 수 있다.

첫째, 소통방식이 올드하다. 우리나라 고학력 엘리트층의 공통점은 설명이 짧다. 그리고 영어나 전문용어, 고사성어나 한문을 섞어 사용한다. 상대방이 같은 수준의 지식과 정보가 있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렵게 말하는 것이 특징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에 대해 “통화량이 많이 풀린 데다가 지금 고물가를 잡기 위해서 전 세계적으로 고금리 정책을 쓰고 있는 마당에 생긴 문제이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대처할 방도는 없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많은 국민은 물가 잡으려다 국민 잡겠다고 아우성이다.

이런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들은 지금 인플레이션이 어느 정도이고, 이를 막지 못했을 때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는 잘 모르거나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정부는 인플레이션을 지금 잡지 못할 경우, 이후 상황에 대한 설명과 사례를 통해 국민 설득에 나서야 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총체적 경제 위기인 ‘퍼펙트 스톰’이 이미 시작됐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일반 국민이 퍼펙트 스톰이 무엇인지, 퍼펙트 스톰이 본격화하면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알고 있는 비율이 얼마나 될까.

둘째, 엇박자 정책이다. 윤 대통령의 고물가를 잡기 위해 고금리 정책을 세계적으로 쓰고 있어 방도가 없다는 말은 물가를 잡기 전까지 금리는 계속 올라갈 것이라는 말이다. 금감원장이 말한 퍼펙트 스톰이 오면 주식 채권은 물론 부동산 급락은 필연적으로 올 수밖에 없다. 그런데 청년과 무주택자들은 집을 사라고 규제를 풀고 있다. 이 같은 엇박자 정책에 국민은 혼란스럽다.

반면, 우리나라 정부 관계자 그 누구보다 많이 배우고 똑똑한 파월 미 연준 의장은 한층 세련됐다. 파월 의장은 “실업률 4.1%에 인플레이션 2%를 향하면 성공적인 결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인플레이션이 2%대까지 내려올 때까지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점, 이로 인해 경기 침체로 일부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파월 의장은 집을 사려는 사람이나 집을 사려는 젊은 층이라면 집을 사지 말라고 강조한다. 이 말을 통해 사람들은 금리 인상에 따른 주택 가격 하락을 예상하고 대처할 수 있게 한다.

여기에 파월은 “최근 비행기를 타본 적이 있다면 알 것이다. 비행기가 꽉꽉 찬다”면서 사람들에게 원자재뿐 아니라 서비스업에서도 인플레이션이 전방위로 확산 중인 현 상황에 대해 일깨워 준다.

윤석열 정부는 국민과의 소통방식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2호 발사 성공에 윤 대통령이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커피와 피자를 제공했다는 소식은 뉴스에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콜라도 안 주고 피자가 적었다는 일부 항우연 직원들의 불만은 뉴스에 나온다.

이는 홍보와 기획의 대참사가 아닐 수 없다. 일반 사기업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관계자들은 모두 해직되거나 징계를 받았을 것이다. 보수적인 성향의 사람들은 행사 기획이나, 홍보를 적극적으로 하면 ‘쇼(show)’ 한다고 깎아내린다. 그렇다고 날개가 있어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추락하는 것보다는 쇼라도 하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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