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기업 상장시키는 기술특례상장? 전문가 “기술평가 전문성 높여야”

입력 2022-07-13 10:59 수정 2022-07-13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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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기술특례로 상장한 기업 6곳 내년 관리종목 지정 가능성 有
한국거래소 ‘표준 기술평가모델 개선안’ 8월 중 개발 완료 후 권고 계획

▲자료 : 한국거래소
▲자료 : 한국거래소

어스앤에어로스페이스, 앱클론 등 기술특례상장을 통해 코스닥 시장에 진입한 기업들 중 관리종목 지정, 상장폐지 등에 직면한 기업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투자자 보호’와 ‘유니콘기업 국내 상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기술평가의 전문성 제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13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2017년 기술특례로 상장한 기업 7곳 중 6곳이 관리종목으로 지정됐거나 지정될 위험에 놓여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기업은 5년(연간 매출액 30억 미달)의 유예기간이 지난해 종료됐다. 세전 손실 요건(최근 3년간 2회 이상 자기자본 대비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 비율 50% 초과)은 3년의 유예기간이 2019년부로 종료돼 2020년부터 적용되기 시작했다.

기술특례상장이란 당장은 실적이 좋지 않지만, 기술력은 우수한 기업이 전문평가기관의 기술평가를 통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8일 기준 158개 기업이 기술특례상장으로 코스닥에 진입해 있다.

2017년 9월 상장된 항공기, 우주선 부품 제조 기업 어스앤에어로스페이스는 현재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2020년 3월 감사의견 거절 등으로 관리종목이 된 뒤, 2020년과 지난해 세전 손실이 자기자본의 50%를 초과해 관리종목지정 사유가 추가 발생했다.

같은 시기에 상장한 앱클론은 세전 손실이 지난해 102억 원으로 자본총계기준(193억 원) 50% 이상을 넘었다. 한 차례 더 세전 손실이 자기자본의 절반 이상 넘으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위험성이 있다.

앞서 같은 해 3월에 상장한 아스타는 지난해 매출액이 25억6399만 원이었다. 올해 매출액이 30억 원에 미달하면 관리종목이 될 수 있다. 매출액이 요건을 2년 연속 미달하는 경우 코스닥 시장에서 퇴출될 위험도 있다.

이 같은 잡음이 나오는 근본적인 이유로 기술특례상장 제도의 ‘기술평가’의 일관성과 전문성 부족이 지적된다. 그동안 기술평가는 그 기준이 일관적이지 않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같은 기업에 대해 두 전문평가기관이 각각 A와 BB 등급을 매겨 거래소가 심사하지 못한 경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관련 규정에 따르면 기술평가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한 기업이 두 평가기관으로부터 A와 BBB 등급 이상을 받아야 한다.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은 “어떠한 기관이든지 새로 등장하는 다양한 기술에 대해 전문적인 평가를 하기란 어렵다”고 지적했다. 자본시장연구원 관계자는 “기술은 무형자산이라서 (기술에) 의존해 평가받는 건 변동성이 심할 수 있다”며 “기술평가 기준에 대한 논의는 꾸준히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기술평가를 개선해 ‘투자자 보호’와 ‘기술력이 우수한 기업의 원활한 국내 증시 상장’이라는 두 가지 이슈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종우 경제평론가는 “바이오,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등의 기술을 제대로 평가할 능력이 있는 주체를 확보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그래야 코스닥 시장에는 좋은 기업만 남고 투자자들의 손실 위험성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본시장연구원 관계자는 “당장의 실적이 확인되지 않아 쉽게 투자받기 어려운 기업들에게 자금 조달의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기술특례상장 자체는 긍정적으로 본다”라면서도 “기술평가가 더 정교화돼야 하고 또 (기술특례) 상장 후에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해 투자자를 보호하려는 한국거래소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술로 평가받는 기술성장기업의 특성상 상장 이후 매출이나 수익이 자리를 잡기 전까지는 주가 변동성이 클 수밖에 없다”며 “개인투자자들은 이 점을 감안하고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표준 기술평가모델 개발 용역’을 추진 중이다. 거래소 상장심사 이전 단계인 기술평가에서 업종별 특성을 감안한 평가지표 등을 제시해 기술평가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제고하기 위함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제도가 만들어진 지 17년이 됐는데 그동안 미세한 조정만 했으니 (이번에) 전체적, 근본적으로 개선해보자는 취지”라며 “좋은 기업이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제대로 평가받는 게 큰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어 “(표준 기술평가모델을) 8월 중에 개발 완료하면 전문평가기관들이 준비 기간을 거쳐 실무에 적용할 계획”이라며 “이번 모델 개선을 통해 전문평가기관이 한 기업에 대해 일관적이지 않게 등급을 매기는 일을 최소화하고자 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평가기관들에 제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강제성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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