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빅스텝] ‘물가’에 방점 찍은 이창용 총재 “기준금리 더 올린다”

입력 2022-07-13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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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물가와 기대 인플레 잡는 게 우선
이번 빅스텝은 ‘예외적’… 0.25%포인트씩 점진적 인상이 바람직

(사진공동취재단)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치솟는 소비자 물가와 기대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다만 이번 빅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은 예외적이었다며, 향후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13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통화정책방향 결정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당분간 높은 물가 오름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므로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금통위는 이날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기존 연 1.75%에서 2.25%로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밟았다. 이 총재는 “이번에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올린 것은 (시장에) 좀 더 명확한 신호를 보내,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을 막고 물가상승률이 더 많이 오르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 상황에서 물가 대응에 실기해 물가와 임금 간 상호작용이 강화되고, 고(高)물가 상황이 고착되면 향후 더 큰 폭의 금리인상이 불가피해져 경제 전반은 물론 취약부문에도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현재 기준금리 2.25%가 중립금리에 도달했다고 판단하느냐'는 질문에는 "중립금리는 학술적 개념이고 그 범위도 굉장히 넓다"면서도 "중립금리 큰 범위에서 하단에 조금 더 가까워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중립금리는 경제가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 압력이 없는 잠재성장률 수준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이론적 금리 수준으로 경기에 중립적이라는 의미다.

그는 이어 "한두 번은 더 금리를 올리더라도 긴축이라고 보기에는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향후 성장률이 2% 미만으로 떨어져도 현재와 같은 물가 상황이라면 물가 잡기를 우선할 것이란 뜻도 밝혔다. 한은은 올해 중 경제성장률이 지난 5월 전망수준(2.7%)을 다소 밑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큰 변수가 없는 한 2% 이하로 내려갈 가능성은 작게 보고 있다.

이 총재는 “(2% 미만으로 성장률이 떨어질 경우) 그 시점 물가상승률이 얼마인지를 보면서 판단해야 한다”라며 “현 수준인 6%대 소비자물가와 기대인플레이션이 4%를 넘는 상황은 경기와 상관없이 물가부터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가 빅스텝 가능성에 대해서는 다소 선을 그었다. 그는 “오늘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한 만큼 국내 물가 흐름이 현재 전망하고 있는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금리를 당분간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한은이 예상하는 물가 흐름은 향후 몇 달간 6%를 넘는 높은 수준을 보인 후 3분기 후반부터 약간 상승세가 꺾이는 상황이다.

그는 “다만 예상과 달리 우크라이나 사태가 악화한다거나, 그래서 인플레이션이 가속하거나, 다른 방향으로 경기 침체가 심화한다면 양방향 모두 우리가 생각한 베이스라인에서 유연하게 대처해 방향이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연말 기준금리가 2.75~3.00%까지 오를 수 있다는 시장 전망에 대해선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실제로 2.75% 아래가 될지, 3.00%가 될지는 주요 선진국 금리와 유가, 경기 등 여러 요인에 달려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한미 금리 역전 우려에 대해선 “역전 자체가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과거에도 금리가 역전된 경우가 세 차례 있었고, 단순히 격차가 얼마나 벌어지느냐보다, 자본·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1300원을 넘어선 고환율로 최근 한미 통화스와프 필요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다음 주 미국 옐런 재무장관과의 면담에서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을 논의할 계획이 있는지’에 대해선 “통화스와프는 재무부의 업무가 아니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역할”이라며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과의 면담에서 한미 통화스와프를 직접 논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다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양국 간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여러 방안을 고려하기로 두 정상이 말했기 때문에 그에 관련된 이야기는 추경호 경제부총리와 옐런 장관 사이에 있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이 총재는 “0.5%포인트를 올리게 된 것은 예외적인 상황이었다"며 “금리를 한번에 0.5%p 이상 인하한 적은 있지만 0.5%p 올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또 “향후 인플레이션 속도나 글로벌 경기 둔화 불확실성이 큰 만큼, 잘 점검해 정책대응 시기와 폭을 유연하게 결정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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