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기지개 켠 중앙지검 조세부, 기업에 칼 겨눈다

입력 2022-07-14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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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압수수색 현장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이투데이DB)
▲검찰의 압수수색 현장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이투데이DB)

그간 조용했던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가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형사부의 직접수사 기능 복원과 함께 과세당국의 고발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조세범죄수사부가 재계를 수사하던 과거의 명성을 되찾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나온다.

14일 법조계에서는 조세범죄조사부가 기업 관련 조세 수사에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지방의 한 검사는 “지난 2년간 조세범죄조사부는 그 성격에 맞는 조사를 수행하지 못했다”며 “하지만 최근 직제개편으로 인해 직접수사가 가능해지며 앞으로 적극적인 기업 수사에 고삐를 쥘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윤우진 사건’ 외에 수년간 존재감 없어

최근 수년간 조세범죄조사부는 굵직한 사건을 다루지 못했다. 과세당국의 사건 고발이 잠잠했기 때문이다. 조세범죄조사부는 직접 사건을 인지하고 수사하는 것이 아니라 국세청과 세무서 등 고발이 있어야만 사건을 접수하고 수사할 수 있다.

그나마 조세범죄조사부에서 두각을 보인 사건은 ‘윤우진 뇌물 사건’이다. 지난해 12월 형사13부(현 조세범죄조사부)는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을 ‘육류업자 뇌물수수 사건’과 관련해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등에 관한 법률위반(뇌물)죄로 추가 기소했다.

조세범죄조사부의 분위기를 잘 아는 한 인사는 “과세당국에서 최근 2년 정도 큰 사건을 고발한 적이 없기 때문에 조세범죄조사부 차원의 큰 규모 수사도 없었다”며 “하지만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며 과세당국도 실적 압박이 생길 것이고 당분간 기업들을 잘 살펴보며 고발할 것이다. 검찰에도 관련 사건이 몰려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투데이DB)
(이투데이DB)

‘직접수사 기능 복원’…과거 명성 되찾나

법무부의 검찰 직제 개편도 조세범죄조사부 수사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지난 정부는 검찰의 직접수사를 줄이는 방향으로 직제를 개편해 왔으나, 최근 법무부가 이를 폐지했다. 이에 따라 지방검찰청 형사말부(마지막 형사부)가 수사에 착수할 경우 검찰총장 승인을 받지 않아도 된다. 수사 개시 제한이 풀리며 조세범죄조사부를 비롯한 형사부에 직접수사 기능이 복원된 것이다.

과거 조세범죄조사부는 재계의 세금 탈루 사건 등을 집중적으로 수사해 왔다. 대표적인 사건이 ‘삼성그룹 비자금과 불법로비 의혹’이다. 특검이 2007년 한 차례 수사했으나, 검찰은 2018년 이 사건을 다시 꺼냈고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에 배당했다. 피의자였던 이건희 회장의 사망으로 기소중치 처분 됐으나 조세범죄조사부에서 재계를 겨냥했던 큰 사건 중 하나로 꼽힌다.

전문가 투입으로 인력 강화

최근 검찰 정기 인사로 인력도 강화됐다. 민경호 부장검사는 과학수사로 범죄를 규명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민 부장은 지난해 과학수사를 바탕으로 부동산 중개인들이 저지른 조직적 담합 범죄를 밝혀냈다. 경찰이 혐의없음으로 불송치해 이의신청이 제기된 사건에서 통합디지털증거분석시스템(iDEAS)을 활용, 담합행위뿐 아니라 수사정보 유출 청탁을 받은 경찰관 비리 혐의도 적발했다.

김경태 검사도 과학에 일가견이 있다. 서울과학고를 졸업한 그는 학부에서 법학이 아닌 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를 전공했다. 검찰 내부에서도 김 검사가 과학에 전문성이 있다고 판단해 2019년 검찰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으로 보냈다. 당시 특별수사단은 세월호 침몰 원인 등 여러 의혹을 과학적으로 분석, 조사하기 위해 과학고 출신 2명을 합류시켰다.

한 검찰 관계자는 “날이 갈수록 조세범죄가 복잡해지고 고도화되는 시점에서 과학적 사고와 전문성을 갖추려는 방안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이어 “민 부장을 포함해 김지숙 부부장, 이정훈 등 모든 검사가 검찰 내에서 ‘일 좀 하는’ 사람으로 인식돼 있다”며 “조세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조직 정비에 신경을 쓴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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