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료 업종의 실적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하반기 음료와 주류 업종의 실적은 오르지만, 곡물류 등을 취급하는 업종은 올해 초 곡물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율 부담이 여전해 실적이 부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6월 초부터 이달 15일까지의 코스피 음식료품 지수는 5.33%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12.34% 하락한 것에 비하면 선방한 수치다.
이 같은 음식료주 움직임은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따라 매출이 회복되고 국제 곡물가격의 상승세가 안정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곡물가가 하향세를 보이자, 원가 부담이 낮아지고 판가는 오른 상태가 유지될 것이라는 기대에 하락폭이 비교적 적었다.
먼저 증권가는 하이트진로, 롯데칠성, CJ프레시웨이 등과 같은 주류ㆍ음료 업종의 실적 개선을 전망했다. 이들 종목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중단되면서 주류 소비량이 늘어났기 때문에 리오프닝 수혜주로 꼽힌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주요 음식료 업체들은 2분기에도 원가율 상승 부담 방어에 치중할 것”이라며 “음료, 주류 등과 같은 리오프닝 수혜 업종 등을 제외하면 본업 실적은 계속 부진한 흐름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했다.
장지혜 DS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의 합산 실적은 매출액 1조 3626억 원, 영업이익 114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4%, 30% 증가할 것”이라며 “유흥시장 회복에 따른 외형 성장과 가격 인상 효과가 주류 부문의 수익성 개선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장 연구원은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있지만, 지난해 3분기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며 유흥시장이 급격히 축소됐던 때이기 때문에 기저부담이 낮다”며 “3분기에는 주류 생산량 회복세가 가파를 것”이라고 했다.
반대로 농심, 대상 등 곡물가 영향을 많이 받는 종목의 실적은 부진할 것으로 봤다. 곡물가가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으나, 상반기 상승세를 고려하면 원가 부담의 하향 안정화는 쉽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박 연구원은 “원ㆍ달러 환율과 곡물 가격 상승 부담이 여전히 높아 하반기에도 원재료 투입단가의 전년 동기 대비 상승은 불가피하다”고 했다. 심은주 하나증권 연구원도 “곡물가 투입 지연 시점을 감안하면 연말까지 원가 부담은 가중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급등세를 이어가던 국제 곡물 가격은 최근 안정세로 돌아섰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이달 14일 기준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의 밀 선물가격은 톤(t)당 291달러였다. 올해 최고가를 기록한 지난 3월 7일(523달러)과 비교하면 44.3% 하락한 수준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는 13일 ‘최근 국제곡물 가격 및 수급 전망’ 보고서에서 주요 곡물 주산지의 생육과 수확이 원활해 3~4분기 국제곡물 가격이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곡물가 안정세에도 전쟁 등 불안 요소가 지속되고 있어 가격 안정화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있다. 박 연구원은 “중기적으로 전쟁 장기화라는 불안 요소가 지속되고 있다”며 “국제 곡물가격은 단기적으로 등락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고 연말 남미 작황에 따라 방향성이 정해질 것”이라고 했다.
심 연구원은 “러시아가 흑해 점령을 여전히 철회하지 않고 있다는 점과 소맥 수출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던 인도 정부의 태도 변화, 미국의 겨울 밀 작황 부진 등은 연말까지 보수적 접근을 유지해야 하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