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동조합 소속 직원들의 점거 농성이 43일째 이어지면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으나 정부를 비롯한 노사 간 입장이 각각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추산 기준으로 파업에 따른 누적 피해액은 이미 7000억 원을 넘었고 다음 주인 23일 기준 1조 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하청지회) 지난달 2일부터 △임금 30% 인상 △노조 전임자 인정 △상여금 300% 인상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달 18일부터는 하청지회 소속 노조원 7명이 옥포조선소 1도크(선박건조장)에 있는 원유 운반선과 도크를 점거하고 나섰다. 옥포조선소 1도크는 선박 4척 동시 건조가 가능한 축구장 9개 크기로 세계 최대 규모다.
정부는 직접 개입이 어렵다는 원론적 입장만을 되풀이하고 있다. 하청업체 노조는 대주주인 산업은행을 협상 파트너로 촉구하고 있다. 원청인 대우조선해양 측은 하청 노조의 도크 점거를 불법으로 규정하며 정부의 공권력 투입을 요청하는 형국이다.
정부는 여전히 꿈적도 않고 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제45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대우조선해양 (파업으로 인한) 산업 피해가 크다”며 “노사 당사자가 당장 협상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당사자들 합의가 안되면 다른 제3자나 정부 등 직접 개입하기 어렵기 때문에 제일 중요한 것이 당사자 합의”라며 “거기서 방향이 나오면 정부나 주변 기관들이 지원할 수 있는 게 있는지 검토해서 합의를 실행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한다”고 언급했다.
정부는 당사자인 노사 간 협상이 먼저란 입장이다. 원청이 나서서 해결해 주길 내심 바라는 눈치지만 대우조선해양과 산업은행은 협력업체 노사문제인 까닭에 교섭에 끼어들기 어렵다며 맞선다. 협력업체 임금협상 등에 원청이 나서는 데 대해 하도급법 위반 소지가 크고, 자칫 협력업체에 대한 경영개입으로 번질까 우려하고 있다. 협력업체 노사는 강대강 대치 중이다. 협력업체와 노조는 이달 초 3차례 협상을 한 데 이어 5일 이후 별다른 협상 일정을 잡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은 연일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야권은 원청인 대우조선해양과 대주주 산업은행, 정부의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더불어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시대전환 등 야당 소속 의원 63명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도급단가를 통해 사실상 하청노동자의 임금을 결정하는 원청기업인 대우조선해양과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책임 있게 문제 해결에 나서서 파국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국책기관인 산업은행이 저임금과 인권 파괴적 상황을 방치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라며 “힘없는 하청 회사에 책임을 떠넘기지 말고 권한 있고, 책임 있는 주체들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무조건 버티고 앉아 있는 대우조선해양도 문제지만 무책임하게 사태를 관망하고 있는 정부와 산업은행의 문제가 더 크다”고 꼬집었다.
정부를 향해서는 “현장의 파국을 방치하는 것이 노사 자율이 아니다”며 “정부가 책임 있고 균형 잡힌 자세로 자신의 역할을 다할 때 산업 현장의 평화도 지킬 수 있고, 노사 자율도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권력 투입 가능성을 두고는 “돌이킬 수 없는 혼란과 반목만이 남을 것이며 그보다 어리석은 선택지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