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국적으로 월세 거래가 급증하면서 ‘전세대란’ 대신 ‘월세 대란’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임대차3법 시행 이후 전셋값이 급등한 가운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시중은행의 전세대출 금리가 함께 오르면서 전세 수요가 줄고 월세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1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5월 기준 전국 주택 전·월세 거래 40만4036건 중 월세 거래는 24만321건으로 집계됐다. 임대차 거래 10건 중 6건(59.5%)이 월세 거래인 셈이다. 월세 비중은 계속해서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전·월세 거래 중 월세 비중은 4월 50.4%로 2011년 통계작성 이래 처음으로 과반을 기록한 뒤, 5월 9.1%포인트(p) 상승하면서 다시 한번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노원구 중계동 ‘건영2차’ 전용면적 75㎡형은 지난달 30일 보증금 1억 원‧월임대료 27만 원에 월세 거래됐다. 해당 가구는 2015년 매매된 이후 두 번의 전세 계약을 거쳐 처음으로 월세 계약이 이뤄졌다.
송파구 신천동 ‘장미2차’ 전용 71㎡형은 지난달 23일 보증금5000만 원‧월임대료 70만 원에 월세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가구는 2009년 매매된 뒤 네 번의 전세를 거쳐 13년 만에 월세 거래됐다.
송파구 잠실동 H공인 관계자는 “최근 들어 전세보다 월세를 찾는 사람이 늘었다. 전세는 매물이 많지도 않고 잘 나가지도 않는다”며 “‘대출받아서 전세를 들어가는 것보다 차라리 월세가 낫다’고 생각하는 세입자들이 많다 보니 임대인들도 월세를 선호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다만, 월세 수요가 증가하더라도 월세 가격이 지속해서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월세는 매매·전세와 다르게 수요자들이 빚을 내서 계약하지 않기 때문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매매와 전세는 가격이 올라 자금이 부족할 경우, 대출을 활용해서 계약할 수가 있다. 하지만 월세가 비싸다고 해서 수요자들이 대출을 받지는 않는다”며 “월세 수요가 증가한다고 임대료도 무한정 올라가면 결국 그 수요가 금방 이탈하게 된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공실이 가장 큰 위험이기 때문에 월세의 가격 상승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