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지 않았던 바이든 첫 중동 순방, 원유 증산 ‘빈손’ 우려

입력 2022-07-17 15:05 수정 2022-07-17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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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후 첫 중동 순방길, 사우디서 아랍 지도자들 만나
“수 주 내 원유 공급 진전 있을 것” 말했지만
사우디는 “논의 없었다” 일축
인권 문제 놓고 바이든과 무함마드 왕세자 맞붙어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함께 제다에서 열린 ‘걸프협력회의(GCC)+3’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제다/로이터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함께 제다에서 열린 ‘걸프협력회의(GCC)+3’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제다/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취임 후 첫 중동 순방이 마무리됐다.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아랍 정상들과 마주한 바이든 대통령은 협력 강화를 다짐했지만, 정작 모두의 관심사였던 원유 증산 협의에 관해선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16일(현지시간)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사우디 제다에서 열린 걸프협력회의(GCC)+3 정상회의를 끝으로 중동 순방을 마쳤다.

회의는 사우디와 카타르, 바레인, 쿠웨이트, 오만, 아랍에미리트(UAE) 등 기존 GCC 회원국에 요르단과 이집트, 이라크 3국 정상이 더해져 열렸다.

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중동에서 떠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과 러시아, 이란이 우리 빈자리를 채우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 나는 이 지역에서 엄청난 수의 미군이 참여하는 지상전의 시대가 도래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게 돼 자랑스럽다”며 “우린 적극적이고 원칙에 입각한 미국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지금의 순간을 공고히 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애초 관심이 쏠렸던 원유 추가 증산에 관해선 바이든 대통령과 사우디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바이든 대통령은 “원유 공급을 늘리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고 있다”며 “원유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긴급함을 사우디와 공유했고, 오늘 우리가 한 논의를 토대로 수 주 내에 더 많은 진전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아델 알 주바이르 외교담당 국무장관은 “그건 합의와 관련한 내용이 아니다”며 “잠재적인 원유 부족 문제가 생길 땐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 회원국들을 통해 증산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파이살 빈 파르한 알사우드 사우디 외무장관 역시 별도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사우디 간 정상회담에서 원유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원유와 관련해 미국이나 소비국과의 논의는 늘 있던 것”이라며 “OPEC+가 시장 상황을 계속 평가하면서 필요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경기침체 우려에 하락세였던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추가 증산 기대가 줄자 전날 2% 가까이 올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중동 순방을 마치고 백악관으로 향하고 있다. 워싱턴D.C./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중동 순방을 마치고 백악관으로 향하고 있다. 워싱턴D.C./AP연합뉴스

증산을 요청하러 간 바이든 대통령은 오히려 인권 문제를 놓고 사우디와 맞붙는 모습을 보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회동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카슈끄지 사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반체제 인사에 대한 앞으로의 공격을 경고했다”고 언급했다. 카슈끄지 사건은 사우디 정부에 맞서던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2018년 튀르키예(터키) 주재 사우디 영사관에서 살해된 사건으로, 무함마드 왕세자가 사건 공모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관해 빈 파르한 외무장관은 “왕세자는 카슈끄지 사건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 분명하게 답했고, 실수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조처를 했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왕세자는 미군이 이라크 교도소에서 수감자들을 신체·정서적으로 학대한 것과 5월 팔레스타인계 미국인 언론인 피살 사건을 좋지 않게 비친 사건으로 거론했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선 이번 순방에 아쉬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에너지 대란에 중동 국가들의 증산이 절실한데 성과는 없었고 오히려 사우디와의 갈등만 부각됐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아랍인들은 여전히 미국의 장기적인 약속에 회의적”이라고 평했고, CNN은 “무함마드 왕세자가 바이든 대통령에게 반격을 가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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