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위기 자초한 윤석열 대통령

입력 2022-07-19 05:00 수정 2022-07-19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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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창 국장대우 정치경제 부장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부정이 긍정 여론보다 높은 데드크로스 상태에 빠졌다. 30% 초반까지 떨어졌다. 국정 동력을 유지하기 위한 마지노선인 40%가 무너진 것이다. 출발부터 반대편에 견고한 성을 쌓은 진보층에 포위돼 쉽지 않았지만, 중도층과 지지층마저 등을 돌리게 한 것은 윤 대통령의 잇단 헛발질이었다. 취임 두 달 만에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민심이 떠난 원인은 세 가지다. 부실 인사와 화를 부른 거친 말, 그리고 믿음이 안 가는 민생대책이다.

발단은 인사였다. 조각 과정서 장관 후보자 4명이 낙마했다. 지인과 진영에 기댄 좁은 인재풀이 결정타였다. 조국 사태를 연상시키며 낙마한 정호영 후보자는 윤 대통령의 오랜 지인이다. 성희롱 발언 논란으로 사퇴한 송옥렬 후보자도 사법연수원 동기였다. 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연속 낙마라는 초유의 기록까지 썼다. 여기에 음주운전 전력에 갑질 논란에 휩싸인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임명 강행은 부정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이게 다가 아니다. 김건희 여사가 ‘조용한 내조’에서 벗어나 활동을 본격화하는 과정에서 사적인 보좌를 받은 게 비선 논란을 불렀다. 여기에 직원이 아닌 인사비서관 부인의 나토행 동행과 6촌 외조카의 대통령실 근무에 이어 강릉 선관위원 아들 임용 논란까지 불거졌다. 국민이 기대한 윤석열표 공정 상식과는 거리가 멀다. 이쯤 되면 인사 참사다. 민심이 돌아선 것은 당연한 결과다.

윤 대통령의 거친 말은 화난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도어스테핑이 화근이었다. 설화의 연속이었다. “전 정권에서 이렇게 훌륭한 인사를 봤나” “민생 문제를 풀 근본적인 해결 방안은 없다” “(김건희 여사 논란에) 뭘 그렇게 어렵게 해석하나” 등 진의와 관계없이 앞뒤가 생략된 즉흥적 표현은 감성적인 대중을 자극했다. 부정 여론에 속도를 붙였다.

민생대책은 실종됐다. 매주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여는 등 추경호 경제팀은 고분분투하고 있지만,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 등 3고에 시달리는 국민의 피부에 와닿는 대책이 안 보인다. 그마나 유류세 인하 폭을 확대했지만, 현장에선 체감하기 어렵다. 물가를 낮추기 위해 관세카드까지 꺼냈지만 효과는 9월에야 나타난다고 한다. 퍼펙트 스톰이 덮친 상황에서 정부도 뾰족한 대안이 없는 게 사실이다. 국회는 50일째 개점휴업 상태다. 국민은 민생이 표류하고 있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민생고에 부실 인사, 비선 논란, 정치보복 공방까지 겹쳐 정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당장 인사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 실망한 국민에 대한 사과가 그 출발점이다. “나름 최선을 다했으나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다”고 진정성 있게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 한다.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진영논리에서 벗어나 통합과 협치의 방향으로 인재풀을 넓혀야 한다. 국민 불신 해소가 급선무다. 그런 차원에서 전 정권서 K-방역을 주도했던 정은경 전 질병청장을 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발탁하는 것도 고려해봄 직하다. 국민과 야당을 설득할 통합과 협치카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김건희 여사 문제도 이쯤에서 명확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 국민에게 이해를 구하고 제2부속실을 부활하는 게 현실적이다. 어차피 활동을 할 수밖에 없는 만큼 공조직을 둬 관리하는 게 맞다. 자연스럽게 비선 논란은 사라질 것이다.

설화도 더 이상은 안 된다. 리스크를 줄인다고 도어스테핑을 중단하는 우를 범하진 않기를 바란다. 도어스테핑은 그나마 윤 대통령이 한 일 중 가장 파격적이고 신선하다. 전 정권들과 대비되는 최고의 차별 포인트다. 문제는 메시지의 부실 관리였다. 정치는 말의 예술이다. 말로 시작해서 말로 끝나는 게 정치다. 말 한마디 잘못했다 정치생명이 끝장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통령은 그냥 정치인이 아니다. 최고 리더다. 철저하게 사전 검증되고 정제된 말이어야 한다. 미국 백악관은 회견에서 사용할 특정 단어를 꼭 집어 20번 사용하라는 주문을 할 정도로 디테일한 보좌를 한다고 한다. 그만큼 대통령의 말은 파급력이 크다. 대통령의 용어는 시장의 용어와는 달라야 한다. 도어스테핑은 사전에 준비된 대국민 메시지를 전하는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민생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산만하게 이것저것 벌일 게 아니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골라 구체적인 성과를 내는 게 중요하다. 유리지갑만 턴다는 불만이 많았던 직장인 세 부담 완화 같은 카드를 적극 발굴해야 한다. 무엇보다 대통령부터 전 부처와 여당까지 민생에 올인하고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게 중요하다. 전 정권과 비교하거나 전 정권 공격에 시간을 허비하는 바보짓은 멈춰야 한다. 전 정권이 싫어서 현 정권을 선택한 것 아닌가. 정쟁에 민생이 가려지게 해선 안 된다. 이런 시행착오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leej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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