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크다”…재계 투자계획 수정 신호탄 되나

입력 2022-07-19 17:00 수정 2022-07-19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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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ㆍLG엔솔 공장 신증설 투자 계획 '보류'
애플ㆍ구글ㆍMS 등 글로벌 기업들 줄줄이 '축소'
"일시적 현상 아냐…정부, 적극 나서 지원 강화해야"

최근 SK하이닉스가 청주공장 증설을 보류한 것으로 19일 알려지자 재계 전반에 걸친 긴축모드의 신호탄이 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인플레이션, 고금리 등 겹겹이 쌓인 악재로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며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경기침체 우려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글로벌 경제 전반에 퍼져있다.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TSMC,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외 기업들이 줄줄이 투자계획을 보류하거나 축소ㆍ수정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전쟁 장기화, 금융시장ㆍ공급망 불안, 인플레이션 등 복합적인 경제위기가 지속될 경우 다른 대기업들도 보수적으로 돌아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투자 계획 뒤집은 SK하이닉스ㆍLG엔솔

SK하이닉스가 이번에 보류한 청주 신규 반도체 공장(M17) 건설 사업에는 4조3000억 원의 대규모 자금이 투입될 예정이었다. 내년 초 착공해 2025년 완공할 예정이었다. 이 사업은 SK하이닉스의 대표적인 미래지향적 투자였다.

SK하이닉스가 청주공장 증설 보류를 결정한 것은 그만큼 경영 불확실성이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 SK하이닉스는 청주공장 증설로 장래 메모리반도체 수요에 대비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반도체 업황 부진과 경기침체 장기화,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공사비 증가 등 부담이 커지자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도 비슷한 결정을 내렸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에 1조7000억 원을 들여 배터리 단독 공장을 짓기로 한 투자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삼성그룹을 비롯한 주요 그룹은 새 정부 출범 이후 1000조 원이 훌쩍 넘는 3~5개년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같은 기간 16만여 명의 고용창출 계획도 밝혔다. 이들 그룹 대부분이 "계획대로 투자와 고용을 진행할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최근의 '고물가ㆍ고환율ㆍ고금리'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대기업 임원은 "투자 계획 수정은 없다는 게 공식 입장"이라면서도 "복합위기가 언제 끝날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 상황별로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글로벌 기업들도 고용과 지출을 축소하기 시작한 만큼 일시적인 (위기) 상황으로 볼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애플·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 '긴축'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애플은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비해 내년 일부 사업부의 연구개발(R&D), 채용 예산을 축소한다. 통상 매년 5∼10%가량 고용을 늘려왔으나 내년에는 일부 부서의 인원을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애플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호실적을 내왔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는 주목할 만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채용을 늦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피차이 CEO는 직원들에게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킨 후 중복된 투자를 통합하고 프로세스를 간소화할 것이라는 방침을 전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달 말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감원을 단행했으며 아마존, 메타(페이스북 모회사), 스냅 등도 경영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한 조처로 투자ㆍ고용 축소를 선택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기업인 TSMC는 올해 최대 44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했으나 최근 실적발표를 통해 400억 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마이크론은 지난달 열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메모리반도체 공급 과잉에 대비해 신규 설비투자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하나가 해결된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닌 복합위기 상황이 지속되면서 투자ㆍ고용 계획을 재검토하는 기업들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경제 위기상황 대처를 기업들에만 맡겨두지 말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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