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불신의 시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발표한 정부 신뢰도 조사에서는 사법기관에 대한 신뢰도가 OECD 평균보다 낮게 나타났다. 검찰과 지분을 나눠야겠으나 사법부에 대한 불신도 상당한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수치와 자료를 들이밀지 않더라도 곳곳에서 이를 쉽게 느낄 수 있다.
최근 인하대에서 발생한 사건에서 가해자에 대한 무차별적인 신상털기가 있었다. 피해자에 대한 안타까움과 사건의 참혹함은 매우 가슴아프게 받아들이지만 이와 별개로 사적 제재가 허용돼서는 안 된다는 우려를 했다. 법을 알지 못하지만 몇 년간 법조계를 기웃거리며 주워들은 내용으로 법치주의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그런데 이를 들은 지인이 "그 행동이 잘못된 건 알겠지만, 왜 사람들이 그걸 '사이다'로 받아들이는지도 생각해보라"고 했다. 단순한 호기심과 관심받고 싶은 마음 등등 여러 요인도 있겠지만 '가해자가 죄를 지은 만큼 무거운 처벌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 없는 것이 배경 중 하나라는 취지다.
판사는 수많은 감형요소와 가중요소를 고려해 형량을 정한다. 그런데도 저지른 범죄에 비해 '애걔', '겨우'인 결과가 나왔다는 반응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양형 외에도 판결의 공정함에 대한 신뢰도 높지 않은 상태다. 특히 정치 팬덤화가 이뤄지면서 공정함에 대한 불신은 더욱 커지고 있다. 대체로 지지 성향에 따라 '내 편'에 유리한 판결을 내리면 '좋은 법원', 불리하면 '나쁜 법원'이라고 말한다.
이럴 때일수록 법원이 기준을 잘 세워야 한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사법부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주기적으로 말하지만, 사안을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여러 대응을 고민할 필요가 있겠으나 대법관 선임도 사법 불신 해소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김 대법원장은 조만간 이균용 대전고법원장, 오석준 제주지방법원장, 오영준 서울고법 부장판사 중 한 명의 임명을 제청할 예정이다. 물밑 조율이 한창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들의 정치적 성향이나 윤석열 대통령과의 인연 등이 두드러지고 있다.
그러나 정치적 고려보다는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끌어올릴 수 있는지를 더 중요한 기준으로 삼아 이번뿐 아니라 향후 이어질 대법관 선임도 이뤄지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