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첩첩산중’ 국내 소수점 주식 매매, 도입 문턱서 ‘세금’ 암초 만나

입력 2022-07-21 15:10 수정 2022-07-21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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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탁제도를 이용한 수수단위 주식거래 업무구조 (금융위원회)
▲신탁제도를 이용한 수수단위 주식거래 업무구조 (금융위원회)
커피 한 잔 값으로 삼성전자 주식을 살 수 있다는 국내 주식 소수점거래가 ‘세금’에 발목 잡혀 9월 도입이 물 건너갈 위기다. 상법상 주식 불가분의 원칙과 온주(온전한 주식 1주) 단위로 설계된 증권거래·예탁결제 시스템의 문제는 해결돼 가고 있지만, 마지막 관문이자 민감한 세금 이슈에 발목이 잡힌 셈이다.

◇커피값에 산다더니 배당소득세 내야 하나=21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기획재정부는 소수 단위 주식에 대해 어떤 세금을 적용해야 할지 검토 중이다. 같은 소수점 거래더라도 해외 주식과 달리 국내 주식은 신탁(수익증권발행신탁) 방식을 적용해야 한다. 국내 주식을 소수 단위를 보유한 투자자는 해당 주식의 권리를 직접 보유하지 않고 예탁결제원이 발행하는 신탁재산의 수익증권을 대신 갖는 구조다. 의결권은 없지만, 투자자는 주가가 오르면 수익보유 비율에 따라 경제적 이익을 배분받는다. 즉 이는 수익증권에서 발생하는 배당소득으로 배당소득세는 15.4%다.

기재부가 고민에 빠진 이유는 소수점거래 ‘수익증권’의 실질이 주식이란 점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는 최근 기재부에 “소수 단위 주식의 세금은 일반 주식처럼 취급돼야 한다. 금융투자세(금투세, 2025년부터 주식으로 5000만 원 이상의 소득을 올린 자에 한해 20%)를 적용해 달라”는 취지의 업계 의견을 전달했다. 실질적으로 0.23%만 내도 되는 증권거래세를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국민의 자산을 불리고, 시장 유동성을 확대하려는 취지와 맞는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새로운 상품이 나오면 딱 들어맞는 조문이 있는 게 아니다”라며 “소수점 매매는 새로운 형태라서 어떤 기준을 적용해야 할지 보는 중”이라고 밝혔다. 금융위원회 측은 “(기재부 등이) 우리 쪽 의견을 요청하면 ‘제도의 취지를 참작해서 해석을 내리는 게 좋다’라고 의견을 낼 수 있다”라며 업계의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다.

◇갈 길 먼 국내 소수점 거래=금융위는 지난해 해외 주식에 이어 올해 2월 국내 주식 소수점거래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했다. 중개업자로 선정된 증권사는 모두 24곳이다.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은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해외 주식에 적용된 소수점 거래 제도의 국내 도입을 위해 정부 및 관계기관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예탁원은 국내 주식 소수점거래 지원 시스템을 8월 테스트를 거쳐 9월에는 정식 오픈할 예정이다.

그러나 국내 주식 소수점거래를 장려하는 금융위와 유관기관 분위기와 달리 막상 서비스 도입을 앞둔 증권사들은 고심이 깊어졌다. 9월이 코앞이지만 인프라구축에 나선 증권사는 몇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증권, 토스증권 등은 빨라야 올해 말, 늦으면 내년 상반기를 보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개미들의 주식 투자 접근성을 높인다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미국과 달리 고가주식이 손에 꼽히는 상황에서 기대만큼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걱정했다. 구체적인 서비스 조건, 국내 시장 특수성을 따져보면 시스템 개발 및 운영에 투입하는 비용 대비 장점이 적다는 것이다.

소수점 거래가 국내·해외주식 투자 저변을 크게 확대할 것이란 데에 고개를 젓는 이들도 있다. 국내 시장에서는 상장사가 의지만 있다면 액면분할을 통해 가격을 낮추고 유동성을 늘릴 여지가 더 많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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