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전‧월세 거래량이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새 주거지를 마련해야 할 경우 주택을 구매하기보다 임차인으로 살겠다는 수요자가 늘어난 것이다. 계약이 만료될 때마다 새로운 거처를 찾아다녀야 하는 세입자가 증가한다는 것은 주거 불안 요인이 상존한다는 것을 뜻한다.
21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상반기(1~6월) 수도권에서 확정일자를 받은 임대차 계약(전‧월세 거래)은 99만1135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73만5411건이 계약된 것과 비교하면 34% 증가했다. 2014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종전 최다치는 2020년에 기록한 74만2816건이다. 특히, 월세 거래량이 급증하면서 처음으로 전세 거래량을 역전했다. 상반기 월세 거래량은 지난해 상반기 대비 6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세 거래량은 13%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금리 인상, 대출 규제, 집값 하락에 대한 우려 등으로 인해 수요자들이 주택 매수를 포기하고 임대차 시장으로 이동한 탓으로 보인다. 지금은 주택을 구매할 시기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매매시장과 임대차 시장은 종이 한 장 차이다. 결국 수요자들이 매매를 해서 내 집에 거주할 것인지, 그렇지 않고 임대차 시장에 남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이라며 “최근 가구가 계속 분화함에 따라 가구 총량은 늘어나는데, 수요자들이 매매를 하지 않다보니 전‧월세 거래량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월세를 선택하는 수요자가 늘어난다는 것은 국민 주거가 불안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입자는 짧으면 6개월, 길면 2년에 한 번 씩 재계약을 걱정하거나 새로운 매물을 찾아 주거지를 이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경제력이 있는 수요자들은 부동산 경기에 따라 언제든지 매매 시장으로 넘어가거나 임대료를 증액할 수 있다. 반면, 경제력이 부족한 수요자들은 지속해서 저렴한 전·월세 매물을 구해야 한다.
윤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경우 주택 총량이 풍부하지 않다. 매매해서 본인 집에 거주하는 이들은 주거이동을 할 필요가 없지만, 그 외의 이들은 2~4년 단위로 주거이동이 계속 이뤄져야 한다”며 “(세입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선호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에는 주택이 많이 부족하다 보니 주거 불안요인들이 상존하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