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자ㆍ은행, 서로 부담이라는 '중도상환수수료'…안심전환대출 실효성은

입력 2022-07-24 11:00 수정 2022-07-24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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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상환수수료를 둘러싼 차주들과 은행 간 입장 차에 금융위원회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금융위는 안심전환대출 등을 통해 차주와 은행의 부담을 모두 덜고자 했지만, 대환대출할 때 중도상환 수수료 면제 여부 및 금리 인하 혜택 폭에 따라 정책 효용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대두되고 있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한국지방세연구원의 부동산 시장 동향 보고서에 담긴 '유가발(發) 인플레이션과 부동산'에 따르면 러시아 침공 사태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이 국내 물가와 기준금리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예금금리가 높아지면서 전세시장은 안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부동산 가격 상승 압력이 약화되면서 지금의 거래 부족 현상이 지속돼 가격도 약세를 보일 전망이다. 사진은 13일 서울의 한 부동산 업체 밀집 상가 모습. 2022.03.13.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한국지방세연구원의 부동산 시장 동향 보고서에 담긴 '유가발(發) 인플레이션과 부동산'에 따르면 러시아 침공 사태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이 국내 물가와 기준금리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예금금리가 높아지면서 전세시장은 안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부동산 가격 상승 압력이 약화되면서 지금의 거래 부족 현상이 지속돼 가격도 약세를 보일 전망이다. 사진은 13일 서울의 한 부동산 업체 밀집 상가 모습. 2022.03.13. kkssmm99@newsis.com

◇기준금리 상승에 이자부담 ↑…중도상환수수료 낮춰 대환대출 활성화해야

24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KB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ㆍ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기준 중도상환수수료는 0.6~1.4% 사이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변동된 바 없다.

만약 중도상환해약금률 0.7%(변동금리 대출)를 적용하는 A시중은행에서 5000만 원의 신용대출을 받은 차주가 4000만 원에 해당하는 대출금을 중도상환해약한다면 28만 원을 고스란히 내야한다. 대출 금액이 억 원 단위로 커지면 중도상환에 대한 비용도 그 만큼 오른다.

차주들이 중도상환수수료 부담을 지면서 중도상환을 결정하는 이유로 기준금리 인상이 꼽혔다. 은행 기준으로 변동금리를 적용해 대출을 받은 차주가 약 70%에 달하는 가운데, 기준금리 인상으로 부담해야 하는 이자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준금리 0.5%포인트(p) 인상 시 가계 대출 이자 부담은 연간 6조8092억 원 늘어난다. 지난해 8월 금통위가 사상 최저 수준(0.50%)까지 낮아진 기준금리를 15개월 만에 처음 0.25%p 올린 이후, 약 10개월간 늘어난 이자만 23조8323억 원가량으로 추산된다.

대출자 한 명당 연이자 부담도 289만6000원에서 각 305만8000원, 321만9000원으로 16만1000원, 32만2000원씩 커진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최근 늘어나는 이자 부담에 1000만 원을 중도 상환했다는 20대 직장인 A씨는 "금리가 단기간에 가파르게 상승해 이자가 한 달에 20만 원을 넘어 일부 중도상환을 할 수밖에 없었다"라며 "은행 입장에서 보면 중도상환은 리스크가 줄어든 셈인데 수수료를 매기고 있다"라고 토로했다.

▲<YONHAP PHOTO-4669> 은행권 가계대출 2개월 연속 증가…'대출 문턱 낮추기' 효과<이 기사는 2022년 6월 10일 15시 00분 이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올해 5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천60조6천억원으로 4월 말보다 4천억원 증가했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지난해 12월(-2천억원)과 올해 1월(-5천억원), 2월(-2천억원), 3월(-1조원) 4개월 연속 뒷걸음치다가 4월(+1조2천억원) 반등한 뒤 두 달째 증가세를 유지했다. 작년 말 이후 부진한 가계대출을 만회하기 위해 최근 은행들이 금리를 내리고 한도를 늘리는 등 대출 문턱을 낮췄기 때문이라는 게 한국은행의 분석이다. 사진은 이날 서울의 한 시중은행 대출 광고 안내판. 2022.6.10    ryousanta@yna.co.kr/2022-06-10 14:30:04/<저작권자 ⓒ 1980-202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연합뉴스)
▲<YONHAP PHOTO-4669> 은행권 가계대출 2개월 연속 증가…'대출 문턱 낮추기' 효과<이 기사는 2022년 6월 10일 15시 00분 이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올해 5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천60조6천억원으로 4월 말보다 4천억원 증가했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지난해 12월(-2천억원)과 올해 1월(-5천억원), 2월(-2천억원), 3월(-1조원) 4개월 연속 뒷걸음치다가 4월(+1조2천억원) 반등한 뒤 두 달째 증가세를 유지했다. 작년 말 이후 부진한 가계대출을 만회하기 위해 최근 은행들이 금리를 내리고 한도를 늘리는 등 대출 문턱을 낮췄기 때문이라는 게 한국은행의 분석이다. 사진은 이날 서울의 한 시중은행 대출 광고 안내판. 2022.6.10 ryousanta@yna.co.kr/2022-06-10 14:30:04/<저작권자 ⓒ 1980-202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연합뉴스)

◇시중은행, "중도상환수수료 소멸 시 은행 손실 발생 우려 ↑"

시중은행은 차주들의 부담을 고려해 중도상환수수료를 선뜻 낮추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중도상환수수료가 대출시 소요되는 일종의 고정비용이기 때문이다. 통상 부동산 담보대출을 집행할 경우 근저당권 설정 절차가, 신용대출의 경우 기본적인 인건비나 전산 비용이 소요된다. 과거 은행 고객들이 직접 해당 비용을 지불하고 금리를 낮게 잡을지, 은행이 비용을 부담하고 중도상환수수료를 매길 수 있을지 선택권이 있었으나 현재 은행이 부담토록 제도가 정비된 상태다.

통상 시중은행이 2억~3억 원의 대출 취급 시 150만~200만 원 가량의 등기설정 비용이 소요된다. 은행 입장에서는 차주가 한 달을 채우지 않아 중도상환을 할 경우 비용보다 낮은 이자를 받게 돼 손실이 발생한다는 주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를 들어 특정 기업에서 IPO를 한다고 하면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신용대출을 받아 IPO 넣어놓으면 일주일 만에 돈이 돌아오지 않나"라며 "(차주로서는) 바로 갚아버리면 되는데, 은행 입장에서는 몇백만 원 단위의 비용을 들였는데 일주일에 10만~20만 원가량의 이자만을 회수할 수 있으니 최저한을 설정해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고객 입장에서는 본인이 대출금을 갚는다는 데 수수료를 왜 내야하는가 하는 (문제는) 분명히 있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차주-은행 사이 금융당국 '고심'…안심전환대출 실효성은

차주와 은행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금융 당국의 고심 또한 깊어지는 모양새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중도상환수수료나 대환대출 정책의 경우) 금융회사 또한 비즈니스 사업이기 때문에 협조가 필요한 측면이 있다"라며 "현재 진행하고 있는 차주 부담을 줄이는 정책의 핵심은 빚을 더 늘릴 순 없으니 구조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금융권에서 고민을 함께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최근 '금융부문 민생안정 과제 추진현황 및 계획'을 발표하고 안심전환대출을 통해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차주들의 부담을 덜겠다 밝혔다.

금융위는 올해 20조 원을 투입, 주택가격 4억 원 이하 취약차주에게 0.3%p의 금리 인하 혜택을 제공하겠다 밝혔다. 2023년 최대 20조 원은 주택가격 9억 원 이하 서민층에게 공급할 예정으로, 0.1%p 금리 인하 혜택을 제공한다.

다만 업계에서는 안심전환대출이 현재 시중은행에서 제공하고 있는 고정형 금리에 비해 경쟁력이 없을 경우 정책 효용이 반감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현재 7월 기준 보금자리론 금리는 4.60~4.85% 사이고, 금융위에서는 약 0.3%p의 금리 인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7월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가 4.34%인 만큼, 이보다 낮지 않을 경우 중도상환수수료를 지불하고 대출을 갈아탈 여지가 적다는 것이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에서 중도상환수수료를 0%로 매기기도 하고, 플랫폼 등에서 비교가 쉬워진 만큼 뚜렷한 혜택이 없는 이상 차주들이 대출을 갈아탈 여지가 적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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