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부 여드름 치료제 복용 안돼요”…가임기 여성 주의해야

입력 2022-07-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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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트레티노인’ 복용 여성 기형아 출산 위험 취대 3.76배

(자료=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식품의약품안전처)

임신부와 임신을 준비하는 여성의 경우 여드름 치료제에 사용되는 ‘이소트레티노인’ 성분의 의약품을 절대 복용하면 안된다. 또한 이 성분을 포함해 피부질환 치료제인 ‘레티노이드계’ 의약품을 사용할 경우 반드시 임신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이유는 해당 성분 의약품에 노출된 상태에서 가임기 여성이 임신을 할 경우 태아에게 심각한 기형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임신부에게 해당 의약품 사용은 금지되며, 복용을 하고 있다면 절대로 임신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여드름 치료제 ‘이소트레티노인’ 복용 여성, 기형 출산 위험 최대 3.76배

실제 여드름 치료제에 사용되는 주성분 ‘이소트레티노인’에 노출된 여성의 기형 출산 위험은 비노출군과 비교해 최대 3.7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 산부인과 한정열 교수팀은 이소트레티노인을 복용한 임신부 기형 위험 연구 중 국제적으로 발표된 논문을 종합해 메타 분석하고, 해당 결과를 국제학술지 대한산부인과학회 최근호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팀은 미국 5편, 캐나다 2편, 독일 1편, 네덜란드 1편, 공동연구(이스라엘·이탈리아·캐나다) 1편 등 10편의 연구논문을 분석했고, 연구에서 이소트레티노인에 노출된 임신부 2783명이 포함됐다.

연구팀 분석 결과 이소트레티노인을 복용한 임신부 중 380명이 출산했고, 15%인 59명이 기형아로 확인됐다. 주요 기형으로는 두개골·얼굴, 중추신경게 손상, 심장기형, 무지외반증, 얼굴·목 기형, 손가락 다지증 등으로 확인됐다.

▲여드름 치료약 이소트레티노인 복용 임신부, 기형 유병률 (자료=일산백병원)
▲여드름 치료약 이소트레티노인 복용 임신부, 기형 유병률 (자료=일산백병원)

연구팀에 따르면 분석 연도에 따라 위험도에 차이가 있었다. 2006년 이전 연구에서는 기형 위험이 3.76배로 높았으나, 2006년 이후 연구에서는 1.04배로 기형 위험도가 감소했다. 한정열 교수는 “예전에 비해 이소트레티노인에 의한 여드름치료가 포준화돼 저용량으로도 치료 효과가 나타난다. 여드름 치료제 용량과 기간이 전체적으로 줄어, 태아 기형 출산 위험도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2006년 이전 이소트레티노인 하루 복용량은 최대 87.3mg이었으나, 2006년 이후에는 43.7mg으로 줄었다. 그 이후로 많은 다른 연구에서 하루 0.25~0.5mg/kg의 저용량 투여로도 효능이 확인됐다.

여드름 치료제 남용으로 낙태율 높아져, 가임기 여성 주의해야

문제는 이소트레티노인 복용 여성들의 낙태율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소트레티노인을 복용한 임산부 중 80%가 낙태로 이어졌고, 이 중 65%가 본인이 낙태를 선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캐나다 연구에서는 1984년에서 2002년 사이 이소트레티노인을 복용한 13~45세 여성 8609명 중 90명이 임신해 그 중 76명(84%)이 임신 중절을 선택했다. 미국 연구에서도 이소트레티노인 복용한 임신 여성의 72%가 임신을 중단한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우리나라도 이소트레티노인 복용 여성들의 낙태율은 높은 편이다. 마더세이프전문상담센터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21년까지 이소트레티노인을 복용한 임신 여성들의 상담이 1500건 이상 진행됐다. 이들 중 50% 이상은 임신중절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정열 일산백병원 산부인과 교수가 외래진료실에서 임신부와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일산백병원)
▲한정열 일산백병원 산부인과 교수가 외래진료실에서 임신부와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일산백병원)

이와 관련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019년 6월부터 가임기 여성이 피부질환 치료제 레티노이드계 의약품 사용 시 반드시 임신 여부를 확인하도록 하는 임신예방 프로그램 ‘위해성 관리 계획(Risk Management Plan, RMP)’을 시행 중이다. 대상 레티노이드계 의약품은 △중증의 여드름 치료제인 ‘이소트레티노인’ △중중의 손 습진 치료제인 ‘알리트레티노인’ △중증의 건선 치료제인 ‘아시트레틴’을 함유하는 경구제 등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의·약사는 환자에게 기형 유발 위험성, 피임기간(복용 1개월 전, 복용 중, 복용 후 최소 1개월. 단 아시트레틴은 복용 후 3년까지) 및 방법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 환자는 환자는 설명을 듣고 피임 등 임신예방 프로그램에 동의한 경우에만 처방을 받을 수 있고, 의·약사는 환자가 임신하지 않았음을 확인한 후 처방·조제해야 한다. 또한 주기적인 임신 여부 확인을 위해 해당 의약품은 30일까지만 처방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국내에서는 여전히 임신부의 이소트레티노인 노출 위험이 높다. 이는 여드름 치료제 남용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식약처가 승인한 여드름 치료약 이소트레티노인은 결절성 여드름이나 낭포성 여드름 같이 심한 여드름에 적용된다. 다른 1차 약으로 치료 효과가 없을 때 처방할 수 있도록 제한돼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경미한 여드름이나 피지 조절을 위해서도 사용할 정도로 남용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정열 교수는 “이소트레티노인은 신경능세포의 활동을 억제하고 세포 간의 상호 작용을 방해해 기형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뇌, 얼굴, 구개, 심장, 척수, 귀, 흉선의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 보고되고 있다”면서 “이소트레티노인 복용 중 임신을 한 여성들은 기형 위험도가 높아 두려움과 불안감으로 임신을 중단하는 여성들이 많다. 이런 여성들은 전문가의 정확한 진단과 검사를 통해 도움을 받아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미국 식품의약청(FDA)은 이소트레티노인 복용 중단 후 최소 4주가 지나고 임신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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