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방역 어쩔수 없다지만…의료전문가 "장기 방역 대책 고민해야"

입력 2022-07-2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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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호 기자 hyunho@)
(조현호 기자 hyunho@)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재유행이 지속되는 가운데 정부는 ‘국민 참여형 거리두기(자발적인 거리두기)’로 자율 방역을 향후에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현 상태의 일상회복 단계를 유지하는 것이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고, 지난 2년여간 이어진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피로도가 높아 국민들의 수용성이 낮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의료 전문가들은 어려운 경제적 상황과 거리두기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 인식으로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만, 향후 수십만 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한 방역 대책도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정부 “통제 중심 방역 안한다”…확진자 의무격리 등 최소한 방역만

사회적 거리두기와 관련 정부는 지난 13일 ‘코로나19 재유행 대비 대응 방향’ 발표를 통해 ‘일상회복 기조 유지, 위중증과 사망 최소화’를 최우선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은 “국민 생활에 광범위한 제한을 가져오는 사회적 거리두기보다는 사회 각 분야별 자발적인 방역 실천을 기반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사회·경제적 피해 규모를 최소화할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고, 고물가·고금리 등 지금의 경제상황도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현 정부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회(이하 자문위)도 지난 11일 첫 회의를 통해 사회적 거리두기 재도입은 재유행에 대비해 정부가 충분한 진단·백신·병상·치료 등의 역량을 확보하고 선제적 대응체계를 구축한다는 것을 전제로, 현재 엄중한 경제적 상황, 거리두기에 대한 국민의 낮은 수용성 등을 고려해 유보하고 향후 근거를 강화해 균형 있게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다만 자문위는 유행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는 경우에 대비해 근거중심의 사회대응 방역체계를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세는 여전하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코로나19 주간 신규 발생은 6월 4주차 4만9000명에서 6월 5주차 5만9000명, 7월 1주차 11만1000명, 7월 2주차 23만명으로 4주만에 4배 이상 늘었다. 또한 7월 2주차(10일~16일) 주간 일평균 확진자는 3만2865명이 발생해 1주차 대비 105.6% 증가했고, 감염재생산지수(Rt)는 1.58로 3주 연속 1 이상을 유지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일상회복 유지라는 ‘자율 방역’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방침이다. 지난 19일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백 청장은 “통제 중심의 국가 주도의 방역은 지속 가능하지 못하고 우리가 지향할 목표도 아니다”라며 “정부는 방역상황 안정화와 함께 국민 일상의 불편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또한 박혜경 방대본 방역지원단장도 사회적 거리두기 재도입 관련 질의에 “전면적인, 이전 형태의 사회적 거리두기는 매우 위중한 상황이 발생하거나 또는 치명률을 크게 높이는 변이가 발생하는 등의 상황이 오지 않는 한은 최후의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정기석 위원장도 지난 22일 2차 자문위 회의 결과를 통해 △입원환자 위한 선제적 병상 확보 △응급환자 대응체계 강화 △고위험군 보호를 위한 대상자 맞춤형 방역수칙 마련 등을 재유행 대비 개선사항을 제시했다.

(조현욱 기자 gusdnr8863@)
(조현욱 기자 gusdnr8863@)

의료전문가들 “일상회복 유지, 어쩔 수 없어”…추후 유행 가능성 대비해야

25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의료전문가들은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일상회복 상황을 유지하는 것에는 동의했지만 코로나19 재유행이 이미 시작됐고 추후 수십만명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장기적인 방역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특히 집단감염이 발생하지 않도록 고위험층과 취약시설 등에 대해서 좀더 꼼꼼한 방역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김탁 순천향대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최근 이투데이에 “지금의 코로나19 대응은 피해 최소화와 지속 가능성의 원칙에 따라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며 “사회적 거리두기 재도입 없이 이번 유행을 넘어가는 것을 목표로 삼고 의료대응에 소흘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최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지금은) 거리두기를 전혀 하지 않은 상황에서 시작된 유행이다. 거리두기를 다시 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 지금 경제상황도 그렇고 정부 방역 기조도 그렇기 때문에 거리두기 없이 유행을 어떻게 해서든 감당해야 되기 때문에 의료대응 체계를 빨리 정비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신상엽 KMI 한국의학연구소 상임연구위원도 최근 이투데이와 통화에서 “정부의 초점은 확진자 수 감소가 아니라 위중증 환자, 사망자를 막는 피해 최소화로 잡았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전체적인 유행 감소 효과가 있지만, 이걸 시행했을 때 경제적 피해와 개인의 불편이 너무 심하다. 수용성이 떨어지는 상황으로 정부 입장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를 못하는 것"이라는 진단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추가적인 유행 상황에 대비해 의료체계 정비와 고위험군의 4차접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탁 교수는 “중증예방효과가 높은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4차 접종이 시행돼야 한다. 마지막 접종일 또는 지난 코로나19 진단일로부터 5~6개월이 되는 60세 이상이나 면역저하자들은 반드시 접종을 받을 것”을 권고하면서 “각 병원들이 일반격리병상을 이용해 자체 수용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도록 정부는 정책적 지원을 서둘러야 한다”고 당부했다.

유태호 부산대의과대학 예방의학과 교수도 지난 21일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는 사실 순수한 방역적인 측면보다는 전체 사회경제적인 부분들을 다 고려를 해야 한다. 따라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한다 안 한다라는 것보다는 우리가 어느 정도 수준까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지 않다 하더라도 충분하게 대응을 할 수 있다라는 그런 안정적인 메시지를 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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