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성공은 실패의 어머니다

입력 2022-07-27 05:00 수정 2023-07-03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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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호 부국장 겸 금융부장

“여러분들이 자세를 조금만 조정한다면 훨씬 더 나은 인생이 펼쳐질 수 있습니다.”

하버드 심리학자 에이미 커디는 2012년 ‘파워 포즈’(power posing) 이론을 주장하는 TED(Technology·Entertainment·Design) 강연으로 유명세를 치렀다. TED 강연은 일종의 재능 기부이자 지식 · 경험 공유 체계다. 주제를 제한하지 않고 모든 지적 호기심을 함께 충족하는 게 목표다.

커디는 채용 면접과 같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상황에 들어가기 직전, 개방적이고 넓은 자세로 서 있을 수 있는 화장실 같은 개인적인 장소에서 2분 정도 파워 포즈를 취하라고 권했다. 실험을 해보니 예를 들어 다리를 벌리고 엉덩이에 손을 얹고 있는 자세를 취하면 심리적, 호르몬적 자극을 준다고 했다.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아진 반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는 감소했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영국의 심리학자 스튜어트 리치의 저서 ‘사이언스 픽션’에 따르면 한때 유튜브 TED 강의 중 2위를 차지했던 커디의 주장은 진실이 아니었다. 2015년 다른 과학자 그룹에서 파워 포즈 효과 반복 재현 실험을 진행했는데 테스토스테론, 코르티솔 등 호르몬 변화와 베팅 게임에서 더 큰 재정적 위험을 감수하는 효과를 확인하지 못했다.

과학적 진실은 재현이 돼야 한다는 것이 절대 조건이다. 결국, 이 논문의 제1 저자인 버클리대학의 에이나 카니는 2016년 파워 포즈에 대한 그녀의 견해가 달라졌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파워 포즈 효과는 진짜가 아니라고 고백한 것이다

수년 동안 면접에 앞서 화장실 거울 앞에서 당당한 포즈를 취하며 자신감을 얻으려 했던 수많은 구직자는 일종의 ‘사기’ 피해자로 전락하게 됐다.

과장되거나 왜곡된, 또는 거짓 지식으로 혹세무민하는 사례는 무수히 많다. 왜곡된 개념의 예를 든다면 ‘아메리칸 드림’이 대표적이다.

역사가 제임스 트러슬로 애덤스가 1931년 출간한 ‘미국의 서사시’에 이 단어가 처음으로 등장했다. 흔히 아메리칸 드림이라고 하면 단순히 고급 차를 몰고, 비싼 저택에 살 수 있는 경제적 조건 성취로 생각한다.

하지만 실상 이 단어는 모든 사람이 타고난 능력과 노력에 맞는 합당한 위상에 오르고 신분 고하나 지위에 얽매이지 않고 오진 본인의 능력만으로 인정을 받는 것을 의미했다. 시대의 흐름 속에 ‘부의 축적’으로 변질된 아메리칸 드림 개념이 진실로 받아들여진 셈이다.

왜 우리는 스스로 왜곡이나 거짓과 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걸까. 세상은 늘 불확실하고 불분명하며 현재도 절대 진실이 없는 상황에서 움직이는데, 우리는 언제나 뚜렷하고 분명하게 세상의 범주를 나누고 그에 맞춰 살려고 해서다.

전 세계적으로 통화 긴축 시대가 도래했다. 저금리 시대에 경제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봤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상수였지만 발생 가능성이 낮은 변수라고 맹목적으로 믿었다. 비트코인은 지금이 제일 싸다고 착각했으며 아파트 가격과 주가는 내리는 날을 비정상적으로 봤다. 그런데 어느 순간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 인상을 거인의 발걸음처럼 성큼성큼 내디디고 배럴당 20달러대였던 국제유가는 100달러를 넘나든다. 주가는 매가리 없이 추세적 하락세를 보이고 원화와 가상자산은 ‘오늘이 제일 비싸다’라는 인식으로 180도 바뀌었다.

결과를 확정해 놓고 미래의 진실을 찾는 것은 휑뎅그렁할 뿐이다. 미래는 진실을 찾는 합리적이고 합당한 과정에서 결정된다. 역사에서 쏠림은 늘 부작용을 낳았다. 최근 나오는 당국의 금융경제 대책이 다소 과격해 보여서 우려된다. 단기적이고 비구조적인 대책은 ‘성공은 실패의 어머니’라는 말처럼 당장 달콤하지만 쓰디쓴 대가를 치를 수 있다는 점을 당국자들이 유념해 주길 바랄 뿐이다.

vicman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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