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지금] 스리랑카 국가부도 사태에 중국도 책임이 있을까?

입력 2022-07-27 05:00 수정 2022-07-27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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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의현 영남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

인도양의 섬나라 스리랑카가 지난 5월 19일 국가부도를 선언한 데 이어, 7월 13일에는 라자팍사 대통령이 성난 군중을 피해 해외로 도피했다. 15년 이상 지속된 라자팍사 가문의 족벌통치가 막을 내리게 된 것이다.

라자팍사 대통령은 사임계를 이메일로 제출했다고 한다. 그가 황급히 떠난 비행장 활주로에서 현금 뭉치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지만, 지난해 야반도주한 아프간 전 대통령 사례에서 보듯이 부패에 찌든 가난한 나라의 통치자들은 대개 빈손으로 도망치지 않았고, 그들을 쫓아낸다고 해서 그 나라 국민의 삶이 당장 나아지지도 않았다.

스리랑카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4000달러를 조금 넘는, 인도네시아와 비슷한 수준의 개발도상국이다. 세계적인 홍차의 산지이고, 섬유업도 유명하고, 인도양이라는 매력적인 관광 아이템도 있다.

흔히 스리랑카 경제위기의 원인을 2019년에 발생한 부활절 테러와 코로나로 인한 관광산업의 침체에서 찾는다. 하지만 좀 더 근본적인 이유는 내전과 독재로 상징되는 정치적 불안정성과 이로 인한 경제 내 혁신성의 결여에 있다. 라자팍사 대통령은 2009년 중국 자본의 힘을 빌려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남부 함반토타에 대대적인 인프라 건설을 시도했고 이 사업은 빚만 남긴 채 실패로 끝났다.

함반토타 항구 건설사업은 중국의 대표적인 일대일로 사업으로 꼽힌다. 중국이 일대일로 사업을 하게 된 원인 중 하나는 미국과의 경쟁 속에서 주변국에 경제적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서이다. 이와 함께 또 다른 중요한 이유로 자국 내 건설자산 활용을 지적할 수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중국은 중서부 낙후 지역의 개발을 추진하였고, 그 결과 사람보다 양떼가 더 많이 보이는 지역에도 고속철이 깔리고, 깊은 산속 소수민족 마을까지도 웅장한 다리가 놓이게 되었다.

중국 땅에서 대규모 공사를 벌일 기회가 줄어들자 남은 장비와 인력을 활용하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렸다. 그런데 해외투자 방식이 중국 땅에서 했던 것과 똑같았다. 정부의 정책금융을 활용해 중국기업의 자본과 중국인 노동자가 투입되었다. 심지어 중국인 노동자가 먹을 식자재까지도 본국에서 조달했다. 중국이 모든 것을 맡아서 하니 일대일로 대상 국가에는 떡고물도 떨어지지 않는다.

함반토타 사업의 실패로 빚을 갚지 못하게 된 스리랑카 정부는 항구 운영권을 중국에 넘기고 말았다. 혹자는 이를 부채함정(debt trap)이라고 부르면서 중국의 의도성을 의심한다. 스리랑카와 같은 개도국은 아시아개발은행이나 세계은행으로부터 낮은 금리로 필요한 자금을 빌릴 수 있다. 하지만 이들 국제기관은 경제성이 떨어지는 사업에는 돈을 빌려주지 않는다. 스리랑카의 독재자가 자신이 원하는 사업을 하려면 위험 프리미엄을 감수해야 한다. 중국 역시 수익성이 의심되는 사업이기에 확실한 담보를 요구한 것이지 스리랑카에 무슨 압력을 가해 강제로 돈을 빌리게 한 것은 아니다.

중국이 국가 차원에서 스리랑카에 빌려준 돈은 전체 외채의 10% 수준으로 일본, 인도의 채권 규모와 비슷하고, 아시아개발은행이나 세계은행보다는 그 규모가 작다고 한다. 그래서 중국은 스리랑카 위기는 일대일로 사업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항변한다. 부채 재조정 협상에서는 자신들도 피해자라며 채권 규모가 큰 국제기구가 먼저 해결에 나서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중국 정책은행이 일대일로 사업 등을 이유로 스리랑카에 빌려준 돈을 포함하면 스리랑카의 대중국 채무가 전체 외채의 20%를 넘는다고 여러 기관(스리랑카 민간연구소인 프론티어리서치, 미 의회 산하 평화연구소, VOA 등)에서 분석한다. 이 추산대로면 중국이 가장 큰 채권국이다. 게다가 중국은 2015년 대선 기간 집권당에 760만 달러를 직접 지원했다는 강한 의심도 받고 있다.

대중국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방 국가들의 반중 감정이 점점 높아지는 것으로 드러났고,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청년세대의 반중 정서가 상대적으로 심했다.

스리랑카 사태를 정리해 보면 중국이 적어도 간접적으로는 영향을 끼친 것이 확실해 보이지만, 가장 큰 책임은 당사국과 그 국민이 질 수밖에 없다. 뉴스에서 치솟는 물가 속에서 직장을 잃은 스리랑카 사람들이 중국에 분노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중국을 싫어하는 이들에게 이런 뉴스가 잠시 잠깐의 쾌감을 주는지 모른다. 하지만 중국과의 관계는 경제적 합리성을 바탕으로 우리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설정되어야 한다.

정신승리는 청나라 말기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 속의 ‘아Q’ 한 사람이면 충분하다. 중국을 이웃으로 둔 우리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중국을 좀 더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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