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하는 주가에 치솟는 이자율…8월이 두려운 ‘빚투 개미’

입력 2022-07-27 13:50 수정 2022-07-27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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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투 금리’ 10% 돌파 눈앞…증권사 90일 초과 이자율 최대 9.7%

# 전업 투자자 A 씨는 올해 이른 여름휴가에 들어갔다. 증시가 박스권에 머무는 상황에서 증권사들의 신용거래융자 이자율도 올랐기 때문이다. 평소 레버리지를 일으켜 투자를 즐기는 A 씨의 매매 방식에 융자 금리 상승은 치명적이다. 지금과 같은 장에선 무리하게 빚투(빚내서 투자)하느니 쉬면서 계좌를 지키는 게 낫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금리 인상에 빚내서 주식 투자한 ‘빚투 개미’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빚투 금리’로 불리는 증권사들의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은 10%에 육박하며, 빚투족의 이자 부담과 반대매매 청산 리스크도 커졌다.

2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오는 29일부터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기존보다 0.25%포인트에서 최대 0.5%포인트까지 올린다. 60일 초과 이자율은 9%에 달한다. 7일 이내는 연 4%, 8~15일 7.4%, 16~30일 7.9%, 31~60일 8.4%의 이자율을 적용한다.

이달 25일부터 이자율을 적용한 SK증권은 60일 초과 이자율이 9.1%, 90일 초과 이자율은 9.5%에 달한다.

이밖에 NH투자증권, 교보증권, 상상인증권, 신한금융투자, 유안타증권, KB증권, 하나증권, 하이투자증권, 한양증권 등도 이달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조정했다. 90일 초과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은 대부분 9% 이상이 적용됐다. DB금융투자 9.7%, 하이투자증권 9.6%, 신한금융투자·키움증권·SK증권 9.5%, 유안타증권 9.4%, 삼성증권·유진투자증권 9.3%, 이베스트투자증권 9.2%, KB증권·한국투자증권·교보증권·다올투자증권 9% 등의 순이다.

한국은행의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여파로 국내 증권사들의 신용거래융자 이자율도 일제히 올랐다. 증권사들이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변동을 시차를 두고 적용하고 있어 융자 금리는 계속 올라 조만간 1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27일(현지시간)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미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부담이다. 연준이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면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2.25%, 미국은 2.5%로 역전된다. 2020년 2월 이후 처음이다. 일각에선 연준의 울트라스텝(기준금리 1%포인트 인상)도 거론된다.

한·미 금리 역전이 벌어지게 되면서 내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금리 인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연말 기준금리가 2.75%~3.0% 선에 이를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에 대해 공감했다.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은 아직 꼭지점에 도달하지 않았다.

신용융자에 따른 주가하락도 걱정이다. 신용융자는 주가 하락으로 담보부족이 발생하면 추가 담보를 제공해야 한다. 담보가 추가 제공되지 못하면 담보부족 금액만큼 반대매매가 발생한다. 반대매매 수량과 호가는 시장가를 기준으로 정해지기 때문에 증시 전반 매물 압력을 높인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신용융자는 상승 구간에서 탄력을 높이지만 하락 구간에서는 악성 매물로 작용하는 경향이 있다”라며 “최근 국내 증시가 하락 구간에서 글로벌 증시 대비 부진한 이유도 저점 매수 유인이 부족한 상황에 반대매매를 비롯한 매물 압력이 높아진 것에서 찾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금투협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8조2721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말 17조 원대로 떨어졌지만, 증시가 하락세로 접어들면서 저점 매수를 노린 빚투 개미의 유입으로 다시 소폭 증가했다. 융자 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이들의 이자부담도 커지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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